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
포스트 미일안보 시대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5. 3. 19:01
얼마 전, 좌파 비즈니스맨들의 모임에 초청받아 강연한 적이 있다. ‘좌익 자본가’라는 게 있는 것이다. 세상은 넓다. 그 자리에서 2기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설 시 일본의 안전보장은 어떻게 될지에 관해 이야기했다. 가능성은 매우 낮으나, 일미안보조약을 미국이 폐기하며 주일미군기지가 사라지는 시나리오도 있을 법하다. 필자가 빈약한 상상력을 구사한 결과 상정할 만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랬다. 미국이 그렇게 나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일본의 안전보장은 이후 일본인이 자기 머리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된다. 하지만, 일본은 정치가든 관료든 간에 전후 80년 내내 ‘일미 동맹 기축’이라는 얘기밖에 하지 않았으므로, 일미 안보가 사라지는 경우의 안전보장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 문자 그대로 ..
-
방산도 순방 차제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5. 3. 14:12
정기적으로 악우(惡友)들과 모여서 하코네 온천으로 탕치(湯治) 요법도 할 겸 마작 치러 다닌다. 50세를 넘겼을 무렵부터 시작한 행사이므로 이제 20년이 다 된다. 줄곧 같은 료칸에 있는, 같은 방에서 묵는다. 다른 조건들을 똑같이 두면, 시간이 지나며 무엇이 변하는지가 선연하게 가시화되기 마련이다. 창업 멤버 네 명 가운데 한 명(필자의 친형)은 이미 과거장(過去帳; 불교 용어 - 옮긴이)에 기명되었으며, 한 명은 인지장애를 앓아 요양원에 있다. 남겨진 두 명(필자와 히라카와 가쓰미 군)끼리 각자 친구를 불러 와 정원을 보충하였음에도, 비교적 젊은 축의 대표 격이었던 오다지마 다카시 씨는 재작년에 돌아가셨고, 샤쿠 뎃슈 선생은 다망하시어 형편이 허락지 않는다. 이번에는 어쨌거나 6명이 모여서, 반쯤 핀..
-
『싱글 인 서울 ー 혼밥하는 ‘라떼’가 온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4. 25. 18:01
『도쿄 중년 싱글의 충격(東京ミドル期シングルの衝撃)』 (미야모토 미치코, 오에 모리유키 엮음) 동양경제신문 출판부의 와타나베 씨한테 새로 나오는 책 서평을 부탁받았으므로 조금 긴 소개문을 썼다. 제목이 살짝 도발적이기는 하지만, 저간의 인구 동태와 지역 커뮤니티 형성을 다룬 견실한 연구이다. 그러나 대단히 충격적인 사실은, 이러한 연구에 관해 극히 최근까지 아무도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인구 감소에 관하여 논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인적자원’ 부족이나 시장 규모 축소, 연금 및 의료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관해서는 얘기한다. 하지만 정말 심각한 것은 ‘고령기에 들어가 사회적으로 고립화한 싱글족의 언더클래스>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거북한 얘기를 도마 위에 올린 예외적인 결과물이다..
-
웰페어 퀸의 쓸모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4. 16. 14:42
고령자가 집단 자결하는 게 고령화 사회의 비책이라고 공언하였던 젊은 경제학자의 발언이 화제를 부르고 있다. 그가 주장하는 ‘인간은 물러날 때가 중요한 듯하다’라는 말에도, ‘과거의 공적을 써먹으며 자리를 보전하고 있는 사람이 여러 층위에 너무나 많다’라는 사실의 적시에도 필자는 동의한다. 그러나, 쓸모없는 자는 유해무익하니까, 집단에서 내쫓아야 한다는 논(論)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인도적인 차원에서라기보다는 조직인의 경험에 기반해 그리 생각하는 것이다. 조직에 기생하며, 아무런 가치도 창출하지 않고, 외려 새로운 활동을 가로막기나 하는 ‘무임승차자’는 모든 조직에 일정 수 포함되어 있다. 이런 ‘밥만 축내는 이’의 비율을 줄이는 건 분명 집단의 퍼포먼스를 높이는 데 어느 정도까지는 도움이 된다. 다만, ..
-
미시마 구니히로 『재미난 일을 하면 어떻게든 굴러간다』 한국어판 추천문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4. 16. 13:06
미시마 군이 쓴 『우리끼리니까 전하는 안부』(‘쪼꼬미시마’ 출판)를 박동섭 선생이 한국어로 옮긴 결과물이 곧 출간된다. “추천문 좀 어떻게….” 라며 부탁을 해오기에, 일필휘지하다시피 썼다. 미시마 군과는 어지간히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 아직 그가 첫 직장에 다니던 이십 대 후반 무렵 조우했으므로, 지금으로부터 20년 정도 지난 얘기다. 그때 그가 자신을 소개하면서 “저는 여행 다니는 사람이올시다”라고 말했던 게 정말로 인상적이었다. 일 관련된 얘기는 거의 안 하면서, 미시마 군은 이제까지 자기가 전 세계를 이곳저곳 여행 다녔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재밌는 친구였다. 재밌는 사람은 또다시 만나고 싶어진다. 책을 하나 내고 싶다고 하기에 ‘그려 쓸란다’ 했다. 같이 작업을 하다 보면, 종종 얼굴을 맞대곤..
-
도덕교육에 대해서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4. 10. 13:24
도덕 교육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연수 모임에 초청받았다. 연단에 서기 앞서 ‘경개’*를 보내달라고 하기에, 아래와 같이 썼다. ー (* 梗槪: 전체의 내용을 요점만 간추린 줄거리. - 옮긴이)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도록 하겠다. ‘도덕’이란 ‘사람으로서’ 만사를 어떻게 적절히 대처해 나갈지에 관한 ‘행동지’와도 같다. 말하자면 도덕을 교과서적인 지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닌 듯하다. 물론 ‘행동지’ 역시, 대개 말과 글을 경유해 들어온다. 그런데, 이 말과 글이라는 게 학생들의 머리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신체에 스며들게 된다. 어찌하여 어떤 행동은 적절하고, 어떤 행동은 부적절한가에 관한 기준을 학생들은 모른다. 모르므로 연소자*인 것이다. 말로 설명해도 못 알아먹는다. 머리로 못 알아먹는 것을 깨우..
-
2024년 ‘데라코야 연구 발표회’ 오리엔테이션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4. 9. 14:36
이번 학기 주제는 ‘세상은 앞으로 어떤 모습이 될까’입니다. 비슷한 주제를 과거에도 내걸었던 적이 있습니다. 관심 가는 사안에 관해, ‘앞으로 어떤 모습이 될까’를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미래 예측의 정확도는, 문제로 두고 있는 사상(事象)의 전단(前段)을 얼마만큼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건을 놓고 볼 때, 만일 그로부터 1년 전에서부터 일어났던 일밖에는 알지 못한다면, 1년 뒤나 5년 뒤에 무엇이 일어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50년 전이나 100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다시말해 전단(前段)을 포함한 ‘문맥’을 이해한다면, 그것이 선택할 만한 경로*는 어느 정도 전망해볼 수 있습니다.ー(* …「文脈」を知れば、それが選択しうる道筋はある程..
-
글자를 쓸 수 없는 학생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4. 5. 16:24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학생들이 글자 쓰기를 버거워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교과서를 노트에 필사만 해 오라는 숙제를 매번 내고 있건만, 해 오는 학생은 절반 이하다. 수업 중에 칠판에 적힌 내용을 노트에 베끼도록 하는 지시에도 학생들은 따르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저 ‘게으름 피우느라 이러나’ 싶었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반드시 그렇다고만은 할 수는 없겠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소설 『코』를 쓴 저자를 묻는 시험 문제에 ‘니콜라이 고골(ゴーゴリ)’이라고 답을 쓴 학생이 있었다. 고골도 똑같은 이름의 단편을 썼기는 했지만, 교과서에서 읽었던 글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의 것이었다. 어째서 일부러 고골이라고 썼느냐고 학생에게 물었더니, ‘한자로 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