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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시마 구니히로 저 『비밀스런 상견례』(가제) 한국어판 추천문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4. 16. 13:06

    미시마 군이 쓴 『우리끼리니까 전하는 안부』(‘쪼꼬미시마’ 출판)를 박동섭 선생이 한국어로 옮긴 결과물이 곧 출간된다. “추천문 좀 어떻게….” 라며 부탁을 해오기에, 일필휘지하다시피 썼다.

     

     

    미시마 군과는 어지간히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 아직 그가 첫 직장에 다니던 이십 대 후반 무렵 조우했으므로, 지금으로부터 20년 정도 지난 얘기다.

     

    그때 그가 자신을 소개하면서 “저는 여행 다니는 사람이올시다”라고 말했던 게 정말로 인상적이었다. 일 관련된 얘기는 거의 안 하면서, 미시마 군은 이제까지 자기가 전 세계를 이곳저곳 여행 다녔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재밌는 친구였다.

     

    재밌는 사람은 또다시 만나고 싶어진다.

     

    책을 하나 내고 싶다고 하기에 ‘그려 쓸란다’ 했다. 같이 작업을 하다 보면, 종종 얼굴을 맞대곤 한다. 이 청년이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지를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아두어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맨 처음 같이 만든 작품은 고베여대 재직 시절 대학원 연구수업 내용이었다. 1년 동안 이래저래 녹음한 걸 미시마 군이 다듬어주었다. 그게 『길 위의 미국론』(2005)이다.

     

    그다음 학기에는 교육을 테마로 수업하였으므로, 그것을 소재로 『학교 바깥의 교육론』을 탈고했다. 그 책이 다 쓰일 무렵 미시마 군은 독립하여 자기 이름을 딴 미시마 출판을 세우게 되었다. 따라서, 이 책을 미시마 출판 극초기 라인업으로 내보내게 되었다.

     

    일본 출판업계에 ‘혁명’을 불러일으킨 미시마 출판의 첫 출발 대열에 낄 수 있었던 건 개인적으로 ‘작가로서의 영광’이다.

     

    그러고 나서 오랜 교분이 이어졌다. 『시민의 문체론』, 『가생이 중국론』, 『일본 습합론』, 『일본 종교의 쿠세』(샤쿠 선생 공저)등 잊을 수 없는 책들을 미시마 출판사는 엄청나게 내주었다. 앞으로도 분명히 미시마 군은 ‘선생님, 진짜 좀 써주셨으면 하는 주제가 떠올랐는데요.’라는 말과 함께 느닷없이 찾아올 거다.

     

     

    미시마 출판의 사훈[社是]은 이 책에도 쓰여 있듯이 ‘동네 장사[小商い]. 책을 만든다는 건 분명 ‘장사’하는 거기는 하지만, 장사에도 상도덕이 있어야 된다는 게 미시마 군의 생각이다. 이익을 추구한다든지 규모를 확장시키려고 미시마 출판을 설립한 게 아니다. 그가 안 만들면 달리 만들 이가 없을 것 같은 책을 만든다. 그가 발굴해 내지 않으면, 달리 찾아낼 이가 없을 것 같은 재능을 끄집어낸다. 이 방향성만큼은, 미시마 군이 창업 이래로 흔들린 적이 없다.

     

    방향성에는 흔들림이 없으나 (이 책을 읽어 보면 알겠지만) 미시마 군의 회사 경영 방식은 항상 왔다 갔다 한다. 한 번 정해놓은 거라도, 왠지 하고 싶지 않게 되면 ‘없던 일’로 만들어 취소한다. 어째서 변경했는지, 그 자리에서는 설명이 잘 안된다.

     

    중심에 있는 기둥이 요동치지 않는 사람은, 주위의 자잘한 것들에 이르러서는, 어째서 이러이러한가, 그다지 설명을 해주는 일이 없다. 본인도 잘 모르기 때문이리라.

     

    나는 미시마 군을 적이 가까운 거리에서 쭉 관찰해 왔다. 극적인 방침 전환이 수차례 있었으나, 이에 대해 당자로부터 ‘납득이 가는 설명’을 들어본 기억이 없다. 그러나, 나는 아무 상관도 하지 않는다. 시간순으로 보면 ‘극적인 방침 전환’인지도 모르겠으나, 미시마 군 자신은 똑바로 자기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자’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우리는 알 턱이 없다. 그럼에도 그가 ‘여행자’라는 점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그의 여행에 다대한 축복이 있기를 바란다. God speed you!

     

    (2024-03-06 11:15)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아이키도(合氣道)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주요 저서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교사를 춤추게 하라』 『일본변경론』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And, believe it or not, some wealthy people are robust -but you just don't hear about them because they are not socialites, live next door, and drink Arak baladi not Veuve Cliquot." Nassim Nicholas Taleb

     

    '워크'를 통해 자기 수행을 하는 사람이 라스베이거스에서 도박으로 집을 날린다든지, 충동적으로 놈팡이와 결혼할 가능성은 작다. 아예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지만, 진심으로 '워크'에 매진하고 있다면 '정말로' 어리석은 짓을 할 확률은 극히 낮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삶이 더 자유로워진다는 점이다. (…) 노골적인 모욕이나 감정적인 동요와 자기 자신을 쉽게 '동일시하지' 않도록 도와준다. 스스로에 대해 객관적인 사람들은 타인을 향해서도 더 자애로울 수 있고, 그 결과 모든 사람이 혜택을 받는다. '현재 순간'을 살 수 있으면 삶은 더 선명하고, 더 유의미해진다.

    (존 셜리 『구르지예프 평전』 396~401쪽.)

     

    오길비: 저는 기본적으로, 반도 바깥으로는 될 수 있는 한 제 몸을 내보내지 않겠다는 주의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왜냐구요? 그야, 밥 먹을 때 김치가 없으면 살맛이 안 나는걸요. 와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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