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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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보이는 예술: 타자와 공생하는 데 필요한 조건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La miseria y el esplendor 2025. 5. 21. 15:54
가와구치 아리오 씨의 저서 『눈이 안 보이는 시라토리 씨와 예술을 보러 가다』를 근간으로 하여 저자 가와우치 씨 자신과 영상제작가 미요시 다이스케 씨가 공동 연출한 영화 ‘눈이 안 보이는 시라토리 씨, 예술을 보러 가다’ 상영회를 감독 두분과 함께 가이후칸에서 열었다. 가이후칸에는 다양한 동아리 활동이 있다. ‘조도’, ‘이아이’ 연구, ‘신카게’류, ‘잇쿠카이’ 등 전통적 무도 동아리도 있고, 스키수행부, 극락 하이킹부, 승마부, 문예부 등 취미 계열 동아리도 있다. 영화부의 경우는 도장에서 영화를 상영하고 난 뒤, 필자가 멋대로 해석을 하고 나서겠다는 발상에서 비롯했다. 이번 상영회는 크라우드펀딩으로 상영권을 획득한 문인들이 기획하여, 영화부 부원들이 이를 지원하는 형식으로 실현되었다. 앞이 보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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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하게 식사하던 신사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La miseria y el esplendor 2025. 5. 19. 18:08
(...) 아사쿠사 고마가타에서 목격한 '단정하게 미꾸라지탕 식사하던 신사' 일화를 소개할 걸 깜박했습니다. 40년도 더 된 일인데, 샌프란시스코에서 입국한 겐이 조카 가족을 데리고서 도쿄 아사쿠사에 밥을 먹으러 간 적이 있습니다. 일본 문화를 체험하고 싶다기에 서민 음식을 맛보도록 한 것이지요. 그 자리에서 중년 남성 한 명이 미꾸라지탕을 들고 있었습니다.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더군요. 그저 미꾸라지탕 냄비를 앞에 두고서 호리병에 든 더운 사케를 둥근 술잔에 따른 뒤 먹고 있을 따름이었습니다. 딱 그것 뿐인데 '흠잡을 데 없다'는 게 이런 건가 싶을 정도로 식사하는 동작이 완벽했습니다. 고기와 우엉을 집어서 대파와 '시치미' 양념을 얹은 뒤, 입 안에 넣고 술을 한잔 마시는 것이었어요. 이러한 동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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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몰락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5. 5. 14. 15:13
미국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관해 여기저기서 많이 물어온다. 필자는 국제정치 분야 전문가가 아니기에 틀릴 것을 염려치 않고 직설적으로 말한다. 필자의 예측이란 ‘미국은 불가역적으로 몰락의 과정에 든다’ 하는 것이다. 20세기 들어 미국이 그동안 내걸어 왔던 ‘도의적인 민주주의 국가’라는 겉모습을 트럼프는 팽개쳤다. 이유는 ‘도의적인 민주주의 국가가 될 비용’이 과중해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리더십을 취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표면적인 말’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비용을 지출할 각오가 되어있어야 한다. 그러나 경제력과 군사력이 모두 망가진 미국에 더는 그런 ‘자기 희생’을 할 여력이 없다. ‘미국만 좋으면 뭐든지 상관없다. 세계가 어떻게 될지 알까보냐’ 하는 것이 트럼프의 정치 자세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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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연방주의자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5. 5. 14. 14:33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정부 공격과 관세 외교로 미국은 깊은 혼란의 와중에 처해 있다. 어째서 대통령 자신이 행정부의 약체화를 노리는가 그 저의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모르는 것도 당연하다. 보통 독재를 하려는 정치가는 행정가의 권한을 강대화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도리어 연방정부기관의 약체화를 추진하고 있다. 왜일까. 트럼프를 반 연방파(안티 페더럴리스트)의 몇 번째 쯤 가는 아바타라고 간주하면 조금 이해를 할 수 있다. 13개 주가 동맹하여 영국으로부터 독립전쟁을 벌였을 당시, 잠정적인 ‘동맹’은 있었지만, 연방 정부는 아직 존재하지 않았다. 독립선언으로부터 합중국헌법 제정까지 11년이 걸렸던 것은, 연방정부에 얼마만한 권한을 부여할지에 대해 국민 사이에 합의가 성립하지 않았었기 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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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롤모델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5. 5. 14. 12:24
트럼프의 세계 전략은 무엇이냐고 자주 질문받곤 한다. 과연 ‘전략’이라고 부를 만한 스케일의 구상이 그의 머릿속에 존재하는지를 필자는 알지 못한다. 허나, 트럼프가 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고 외치는 때의 그 ‘돌아갈 곳’이 어딘지는 짐작이 간다. 윌리엄 매킨리와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대통령을 했던 시대, 즉 1897년부터 1909년까지의 미국이다. 매킨리는 미국-스페인 전쟁에서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푸에르토리코, 괌, 필리핀을 병합하고, 쿠바를 보호국으로 만들었으며, 하와이 공화국을 병합했다. 미국이 노골적인 제국주의 영토 확장을 했던 시기의 대통령이다. 그리고, 보호무역주의를 내걸며, 외국 제품에 대해 57%라는 사상 최고의 관세를 적용함으로써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루스벨트는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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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 2023・ 후쿠오카식 ‘두줄 서기’ 운동을 실천하자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La miseria y el esplendor 2025. 5. 14. 11:43
■ ‘두줄 서기’ 운동을 확산하자 도쿄에서 후쿠오카로 출장갔을 때, 에스컬레이터에서 승객이 한 쪽을 비워두지 않고 멈춰 서서 두 줄로 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걸 에스엔에스에 올렸는데 그때 비로소 후쿠오카 지하철 당국이 작년 11월부터 캠페인을 벌였음을 누군가로부터 알게 되었다. 실제로 후쿠오카 시내의 지하철에는 ‘에스컬레이터에서 걸으면 위험합니다’ 하는 안내문이 천장에 걸려 있고, 3년 동안 54건의 사고가 일어났다는 점, 계단보다도 한 칸의 높이 차이가 크다는 것, 옆을 휙 지나가기에 위협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는 것, 또한, 어린 자녀와 함께 손을 잡고 탈 수 있다는 점, (일본은 좌측 통행이기에 - 역주) 오른손잡이가 손잡이를 잡기에 불편하다 하는 등의 이유로, ‘(한국 기준) 왼쪽에 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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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꼰’에 관하여・‘영감님’에 관하여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La miseria y el esplendor 2025. 5. 14. 09:36
노인과 ‘로가이’는 같은 뜻이 아닙니다. ‘로가이’에 이르지 않는 노인도 있거니와, 젊은데도 이미 ‘로가이’화 하는 사람도 적지 않아요.‘로가이’는 이른바 구조적인 문제인데, 연령이 높아지면서 주위의 피드백에 개의치 않게 됨에 따라, 개인적・사회적 손상을 구조적으로 멈출 수 없는 현상을 이릅니다. 다른 이의 의견을 듣지 않으며, 예스맨 군단을 거느리는 등, 본인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보신을 위해 아첨하는 것(忖度; 속되게는, 알아서 비비는 것 - 역주) 등 구성원들이나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합니다.옛 고전에서도 이르는 책략처럼 무릇, 자기 주위를 예스맨으로 겹겹이 에워싸지 말 것이며, 이론과 반론, 그리고 다양성을 허용할 일입니다. 반론이나 실패를 꼬투리 잡아 부하를 자르지 않는 등, 본인과 주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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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주의와 본질주의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La miseria y el esplendor 2025. 5. 13. 14:35
일본에서는 ‘본질’보다도 ‘형식’을 더 중시한다. 일본의 뿌리 깊은 악습이다.‘머리가 세 가닥 나는 발모제’를 놓고서 ‘완전한 효과라고는 말 안 했을 뿐 일정한 효과가 있다’는 식으로 하는 게 ‘형식주의’다. ‘실질적으로는 효과가 없다’고 판단하는 게 ‘본질주의’이다. 의학・의료계에서는 물론 본질주의로 가야 마땅하다. 1mmHg밖에 혈압이 내려가지 않는 고혈압약을 ‘일정한 효과가 있다’고 하는 건 궤변자이자 사기꾼이며 한마디로 ‘거짓말쟁이’다. “허 나 참. 거짓말이라고는 안 했잖소? 혈압이 내려가잖아.” 같은 식으로 말하는 작자는 전형적으로 ‘형식주의적인’ 거짓말쟁이인 셈이다.형식주의자는 볼 것도 없이 궤변을 농하는 사기꾼이자 거짓말쟁이지만, 또한 ‘겁쟁이’기도 하다. 갈수록 논점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