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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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미온적 코뮌주의자의 반추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5. 7. 5. 09:06
계간 『정황』에서 5,000자 짜리 원고를 써달라 한다. 뭐든 쓰라고 하기에, 떠오르는 대로 쓴다. 독자층이 어떠할지는 모르겠으나, 일단은 30대 쯤 되는 사람을 상정 독자라 치고 쓰기로 한다. 젊은이들을 독자로 둔다는 건, 될 수 있는 한 친절하게 설명하겠다는 다짐을 이른다. ‘그거 있잖아 그거’ 라든가 ‘주지하다시피’가 항상 따라붙기 마련인 내부 전문용어(jargon)를 될 수 있는 한 쓰지 않기로 하겠다는 거다.*ー(* 이러한 취지에 발맞춰 주석도 최대한 달지 않을 것인데, 글 내용이 이해가 안된다면 그것은 오로지 역자 탓입니다.그리고, 우치다 타츠루 교수를 설명하는 매우 중요한 글임을 밝힙니다. 오호. - 옮긴이) 『정황』이라는 잡지가 있단 사실을 처음 알려준 건 내가 1971년 겨울 고마바 캠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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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와 배음Harmonics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5. 6. 21. 15:31
얼마 전에 초등학교에서 강연을 할 기회가 있었다. 히라카와 가쓰미랑 내가 함께 졸업한 도쿄의 초등학교로부터 초청받은 것이다. 6학년 학생들 앞에서 ‘63년 전에 자신들과 같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할아버지 두 명’이서 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게 된 셈이다. 히라카와나 나나 초등학생한테 강연한 건 처음이다. 대체 뭘 이야기해야 하나 궁리도 해보았건만, 결국 늘상 하던 대로 하자고 합의 봤다. 듣는이의 연령에 따라 화제를 바꾸지 마라, 강연 상대에 따라 화법을 바꾸는 건 못할 짓이니 일관되어야 한다는 식으로 강짜 부리는 게 아니다. 그저 우리는 ‘인간이 잡(雜)’하다 보니, 이래저래 미세조정이란 게 귀찮을 따름이다. 난 이런 얘기를 했다. 우리 학생들은 12세가 다됐다. 이제까지 어른들이 하는 말 잘 들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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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국 헌법의 주체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5. 6. 20. 11:14
고등학생을 상대로 비대면으로 헌법 수업을 할 기회가 있었다. 이렇게 된 바에야 아주 그냥 고등학생들한테는 영 생경할 이야기를 해주마 마음먹었다. 논점은 단 하나. 일본국헌법의 특수성이다. 일본국헌법이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은, 헌법 제정 과정에서 어떠한 의논이 있었길래 아직까지 이러한 조문을 남겨놓았는지 거기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헌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미군정[GHQ]의 법무담당관이 며칠만에 휘갈겨 써서 일본에게 강요한 헌법이라고 해석을 한다. 호헌하자는 사람들은 헌법 전문을 근거삼는데 “일본국민은…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선언하며 이에 헌법을 제정한다”라는 문구에 따라 헌법을 기안하고 제정한 주체는 ‘일본국민’이라는 입장을 취한다. 이러다보니 국민적 합의가 될 리 없다. 미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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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가부장제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5. 6. 19. 08:49
‘친절한 가부장제’라는 말을 내세워 요즘 부쩍 열심히 전도하고 있는 참이다. 가부장제는 오늘날에 와선 타기(唾棄)해야 마땅한 ‘만악의 근원’ 쯤으로 여겨진다. 그래도 가족제도란 것은 양부・선악의 판정에 따를 성질의 것이 아니다. 에마뉘엘 토드에 따르면, 가족관계는 “정치적인 관계에서 참고되는 원형으로 기능하는데, 개인이 권위와 상호작용하는 관계를 정의한다” (『세계의 다양성』). 세상의 다양한 가족제도는 ‘자유/권위’와 ‘평등/불평등’이라는 두 종류의 이항대립을 서로 엮은 네 가지 유형 가운데 어느 하나로 맞아떨어진다. 일본에는 직계가족이라는 가족제도가 있는데, 이는 개인이 결단을 내린다거나 정치적 올바름을 가리는 식으로는 변경할 수 없다. 직계가족 제도는 맏형이 호주 지위(원문 家督 - 역주)를 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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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 어치버와 언성 히어로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5. 6. 17. 15:59
젊은 연구자와 기술의 미래에 관해 대담할 기회가 있었다. 상대가 되어준 분은 호세이 대학 준교수인 이순지 씨. 소수의 플랫포머가 시장과 사고를 지배하는 디스토피아인 ‘테크노 봉건제’로부터 어떻게 이탈하여 민주제와 커먼을 재생시킬 수 있을 것인가, 그 기술적인 방법에 관해 귀중한 지견을 들을 수 있었다. 젊은 사람과 얘기하다 보면 이 외로운 노인의 머릿속에도 ‘킥’이 들어오니 참으로 자극적이다. 도중에 ‘어떻게 커먼을 착수할 것인가’ 하는 실천적 화제로 이어졌다. 이 화제에 관해선 필자도 조직인으로서 오랫동안 살아왔던 경험지의 축적이 있으므로 생각 나는 점을 말했다. 조직을 만들면 반드시 ‘남보다 많이 일하는 사람’과 ‘남보다 적게 일하는 사람’이 생겨난다. 이는 피할 수 없다. 그래도 이때 ‘무임승차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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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순】 구소련 「다ー차」가 하나씩!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5. 6. 17. 12:03
요로 다케시 선생님과 요전날 말씀을 나눌 기회가 있었다. 먼저 난카이 해곡 이야기가 나왔다. 난카이 해곡 지진에는 주기성이 있어서 향후 30년 이내 거대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80%라고 한다. 스루가 만에서 휴가나다에 이르는 지점 어딘가는 커다란 피해를 입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거대 지진이 온다는 것을 전제로 생활설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요로 선생님은 의견을 말씀하셨다. 그 말씀이 맞다고 본다.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방책 가운데 하나가 ‘거점 이원화 생활’로 전환(shift)하는 것이다. 야트막한 뒷산 같은 곳에 ‘세컨드 하우스’를 확보해 두는 것이다. 그곳에 가면 일단 비바람을 면할 수 있고, 물을 마실 수 있으며, 먹을거리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자기집’을 산간지대에 갖는 것. 도시생활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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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판 일본헌법론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5. 6. 17. 10:38
일본 헌법 기념일이 조금 지났기는 했음에도, 호헌에 관한 사견을 다시금 개진해보려 한다. 필자의 호헌론은 여느 호헌론과는 조금 다르다. 우리나라 헌법은 ‘빈말(원문 空語 - 역주)’이라는 견지에서 바라보는 호헌론이다. 헌법 전문에는 이렇게 되어 있다. “일본 국민은 … 이에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선언하며, 이 헌법을 제정한다.” 허나, 헌법 공포 시점에서 ‘일본 국민’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공포 전날까지 존재하고 있었던 건 ‘대일본 제국 신민’이었으며, 그들은 물론 주권자가 아니거니와, 헌법을 기초할 권한도 없었다. 현행 헌법 전문 앞에는 ‘상유(上諭; 임금의 말씀 - 역주)’라는 것이 붙어 있다. “짐은 일본 국민의 총의를 바탕으로 새일본 건설의 초석이 다져짐에 이르매 심히 흡족한 바, 추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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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도 세이쿄를 논한 소회」 (월간일본誌 인터뷰)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5. 6. 16. 16:37
ーー 최근에 쓰신 『일본형 코뮌주의의 옹호와 현창: 곤도 세이쿄 그 인물과 사상』 (한국어판 가제 - 역주) 속에서, 우치다 님은 20세기 초중반 아시아주의・농본주의를 주장한 대표적인 일본 사상가 곤도 세이쿄의 아이디어를 재평가하고 계십니다. 우치다 곤도 세이쿄는 ‘성왕(聖王)과 양민’이 중간적 권력 장치를 배제하고 직접 결부되는 ‘군민 공치’ ‘사직 자치’를 이상으로 삼는 정치사상을 제창했습니다. 정치 사상 자체로는 완성도가 결코 높다고 할 수 없지만, 일본인이 외래의 사상에 기대지 않고서 자력으로 탄생시킨 독창적 정치 사상이라는 점은 틀림없습니다. 여느 국민 집단이나 자신들의 존재 이유, 존재 근거를 밝히는 고유의 ‘서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현실의 정책이 그 서사와 합치되어 있으면, 그것은 강한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