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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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외】 한국 민주주의의 잠재력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2. 6. 15:14
깊이 잠들었다 아침에 깨보니 '한국에서 계엄령이 발령되었다가 몇 시간 만에 해제' 소식을 접하며 일어나게 되었다. 그리고 일본어 트위터에서 입수할 수 있는 내용들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한국의 국회의원과 언론, 그리고 시민들의 순발력에 감탄했다. 눈앞에서 정치적인 격변이 일어났을 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곧바로 이해하고,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할 일을 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무도에는 '기(機)를 보다'라는 말이 있다. 이 기(機)라는 것을 소홀히 했다가는 역사가 다른 차원의 궤적으로 흘러가는 경우도 있다. 계엄령 해제가 한나절만 늦었어도 시민과 군인 사이에 유혈 참사가 일어났을지 모른다. 그렇게 되었을 경우 과거 44년에 걸쳐 쌓아 올린 한국의 민주주의는 심각한 손상을 입었을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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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정의 성숙이란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2. 4. 23:18
선거 전, ‘정치판에 이의제기를 무효표로 표명하자’는 캠페인을 목격했다. 일부러 무효표를 던짐으로써, ‘현행 선거 제도로는 우리가 스스로 흡족히 찬성의 뜻을 맡길 만한 대표를 뽑을 수 없다. 나는 지금 입후보해 있는 어떠한 후보자에게도 투표할 의사가 없다. 각 정당은 내가 투표하고 싶어질 만한 후보자를 우선 찾아내고 나서 대령하도록’ 하고 분노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무효표는 그냥 ‘사표(死票)’다. ‘현상에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의사 표시가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아닌 게 아니라 이건 그냥 ‘현상 긍정’을 표하는 것밖에는 의미하는 게 없다. ‘무효표를 던지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집권 여당의 ‘숨은 지지자’든지, 아니면 민주정에서의 선거라는 게 뭘 의미하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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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인 민주정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2. 2. 18:32
일본의 국회의원 선거가 마무리됨에 따라, 오랜 기간에 걸쳐 이어진 ‘자민당 독식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되었다. 이 선거 결과는 이제 일본에 어떠한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인가. 우선 우리에게 매우 익숙해진 ‘주요 법안 강행 채결’ 관행이 사라질 것이다. 국가의 향배를 결정지을 정책이 충분한 국회 심의를 거치지 않고 단지 ‘국무회의 결정’만으로 정해지는 일도 사라진다. 이는 도넛화되어 있던 일본의 민주정 입장에서는 기뻐해야 할 사태이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독식’ 체제를 바람직하게 여겨왔다. 다른 정당과의 교섭이나 타협 없이, 여당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닌 게 아니라, 세상이 원래 ‘그런 것’이었기 때문이다. 주식회사라는 것은 틀림없이 그렇다. 경영자가 발령한 지시에 부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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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는 스포츠인가?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2. 2. 13:02
아사히의 ‘고론’이라는 코너에 ‘무도는 스포츠인가?’ 하는 주제로 기고를 요청받았다. 지난 파리올림픽 때 ‘무도가답지 않은 태도’를 보인 운동선수가 등장했던 것을 기획의 계기로 삼은 듯하다. 무도는 일종의 수행이며 승패를 다투지 않는다는 점을 오래전부터 말하고 다녔음에도 불구, 다시금 원고를 쓰게 되었다. 아이키도의 개조(開祖) 되는 우에시바 모리헤이 옹은 지난 전쟁 당시, 아이키도가 살상 기술로서 유효함을 알아본 육군 간부가 아이키도를 군대에서 필수 교육 시키고자 허락을 받으러 왔을 때, ‘일본인을 모조리 악마로 만들겠다는 심산’이라며 길길이 화를 내었다고 전해 내려옵니다. 무술은 사람을 죽이는 기술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실제로 쓰기 위해 수련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극한상황에 처할지라도 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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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유노모리 학원 창립 40주년 기념 강연 “교육과 자유”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1. 25. 19:28
대단히 반갑습니다. 이번에 연단에 서게 된 우치다 다쓰루라고 합니다. 사이타마 한노 시까지 오게 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앞서 소개해주신 바와 같이, 저는 고베에서 ‘가이후칸’이라는 무도 수련 도장과 배움터를 꾸리고 있습니다. 우리 도장에 9년 전 입문하신 이데 군, 오카노 씨 부부가 있습니다. 이데 군은 저를 위해 IT 담당 비서를 맡아주고 있습니다. 오카노 씨는 올해 5월부터 서생으로 일해주고 계십니다. 가이후칸에는 현재 서생이 5명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신진입니다. 이렇게 소중한 인연을 맺고 있는 두 사람이 이곳 지유노모리 학원 졸업생인지라, 이번 40주년 기념 강연에 초청받게 된 것입니다. 지유노모리 학원 창건 4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졸업생 재학생 할 것 없이 이렇게나 많이 모여주셨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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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고등학생에게 전하고 싶은 말. 진로에 관하여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1. 25. 17:20
《지금, 중고등학생에게 무언가 전하고 싶은 말 - 진로에 관하여》라는 표제를 제시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진로에 관해 제가 여러분께 특별히 전해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하고 싶으신 대로 하세요’, 이 한마디로 족합니다. 무책임하게 들리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하고 싶은 대로’라는 말에는, 어지간히 심각한 무게감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잘 생각해 보세요. 이제 여러분이 ‘앞으로는 하고 싶은 대로 살 거야’라고 진로 희망을 표방한다면, 아마 대부분의 부모님은 ‘그럼 안 돼!’라고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만만해 보이니?’ 아니면 ‘너 그러다가 밥 굶는다’ 아니면 ‘남의 일 해 주니까 월급이 나오는 거야’, 등등의 소리를 듣게 될 겁니다. 물론, 그런 부모님의 완강한 반대에는 눈 하나 깜빡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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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없는 블로거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1. 22. 18:59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경우 (옛)트위터에는 ‘신변잡기와 투덜댐’, 블로그에는 어느 정도 꼴을 갖춘 ‘연설’을 쓰기로 방침을 정해두었다. 그런데 어느 매체든 간에 필자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경험이 없다. 때때로 지인들로부터 ‘며칠 전 우치다 씨의 발언으로 논란이 벌어졌어요’라는 소식을 전해 듣는데, 필자는 신경 안 쓴다. 인터넷상에 올라온 독자의 반응을 안 읽기 때문에 그렇다. 인터넷에 글을 쓰기로 작정한 이래 변함없는 바다. ‘필자의 사고방식에 찬성’을 표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기쁘다. 하지만 이를 통해 필자의 생각을 바꿀 일은 없다. ‘우치다의 사고방식에 반대’하는 사람 역시 (상당수) 있다. 다만, 그 비판의 대부분은 필자에게 불쾌감이나 굴욕감을 주려는 목적으로 쓰여진 것이지, 필자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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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내전 (1)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1. 22. 16:43
미국에서 조만간 내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미합중국이라는 나라의 특이한 성립 과정을 모르면 그 의미를 잘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합중국은 ‘자율적으로 건국한 사람들이 자국을 일개 주(State)로서 연방에 가입시킴으로써 탄생한 나라’이다. 이런 방식으로 세워진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하지만 이러한 합중국이라는 아이디어의 숨은 함정은 ‘가맹’은 가능하나 ‘탈맹’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1869년에 연방 대법원은 ‘주가 탈맹을 주체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이 법리에는 논리성이 없다. 자신의 의지로 가맹한 주이므로, 주의회 결의와 주민투표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탈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순리일 것이다. 그래, ‘그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