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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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구니히로 저 『비밀스런 상견례』(가제) 한국어판 추천문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4. 16. 13:06
미시마 군이 쓴 『우리끼리니까 전하는 안부』(‘쪼꼬미시마’ 출판)를 박동섭 선생이 한국어로 옮긴 결과물이 곧 출간된다. “추천문 좀 어떻게….” 라며 부탁을 해오기에, 일필휘지하다시피 썼다. 미시마 군과는 어지간히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 아직 그가 첫 직장에 다니던 이십 대 후반 무렵 조우했으므로, 지금으로부터 20년 정도 지난 얘기다. 그때 그가 자신을 소개하면서 “저는 여행 다니는 사람이올시다”라고 말했던 게 정말로 인상적이었다. 일 관련된 얘기는 거의 안 하면서, 미시마 군은 이제까지 자기가 전 세계를 이곳저곳 여행 다녔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재밌는 친구였다. 재밌는 사람은 또다시 만나고 싶어진다. 책을 하나 내고 싶다고 하기에 ‘그려 쓸란다’ 했다. 같이 작업을 하다 보면, 종종 얼굴을 맞대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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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교육에 대해서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4. 10. 13:24
도덕 교육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연수 모임에 초청받았다. 연단에 서기 앞서 ‘경개’*를 보내달라고 하기에, 아래와 같이 썼다. ー (* 梗槪: 전체의 내용을 요점만 간추린 줄거리. - 옮긴이)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도록 하겠다. ‘도덕’이란 ‘사람으로서’ 만사를 어떻게 적절히 대처해 나갈지에 관한 ‘행동지’와도 같다. 말하자면 도덕을 교과서적인 지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닌 듯하다. 물론 ‘행동지’ 역시, 대개 말과 글을 경유해 들어온다. 그런데, 이 말과 글이라는 게 학생들의 머리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신체에 스며들게 된다. 어찌하여 어떤 행동은 적절하고, 어떤 행동은 부적절한가에 관한 기준을 학생들은 모른다. 모르므로 연소자*인 것이다. 말로 설명해도 못 알아먹는다. 머리로 못 알아먹는 것을 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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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데라코야 연구 발표회’ 오리엔테이션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4. 9. 14:36
이번 학기 주제는 ‘세상은 앞으로 어떤 모습이 될까’입니다. 비슷한 주제를 과거에도 내걸었던 적이 있습니다. 관심 가는 사안에 관해, ‘앞으로 어떤 모습이 될까’를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미래 예측의 정확도는, 문제로 두고 있는 사상(事象)의 전단(前段)을 얼마만큼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건을 놓고 볼 때, 만일 그로부터 1년 전에서부터 일어났던 일밖에는 알지 못한다면, 1년 뒤나 5년 뒤에 무엇이 일어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50년 전이나 100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다시말해 전단(前段)을 포함한 ‘문맥’을 이해한다면, 그것이 선택할 만한 경로*는 어느 정도 전망해볼 수 있습니다. ー (* …「文脈」を知れば、それが選択しうる道筋は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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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를 쓸 수 없는 학생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4. 5. 16:24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학생들이 글자 쓰기를 버거워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교과서를 노트에 필사만 해 오라는 숙제를 매번 내고 있건만, 해 오는 학생은 절반 이하다. 수업 중에 칠판에 적힌 내용을 노트에 베끼도록 하는 지시에도 학생들은 따르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저 ‘게으름 피우느라 이러나’ 싶었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반드시 그렇다고만은 할 수는 없겠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소설 『코』를 쓴 저자를 묻는 시험 문제에 ‘니콜라이 고골(ゴーゴリ)’이라고 답을 쓴 학생이 있었다. 고골도 똑같은 이름의 단편을 썼기는 했지만, 교과서에서 읽었던 글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의 것이었다. 어째서 일부러 고골이라고 썼느냐고 학생에게 물었더니, ‘한자로 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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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누누이 타일러 왔건만』 서문 & 후기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4. 2. 01:04
들어가며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치다 다쓰루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편집본(컴필레이션)으로 내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매체에 썼던 글을 출판사가 에디트 해주어 한 권으로 만들었습니다. 제목을 무엇으로 할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편집자가 ‘가제’에 해당하는 것 (『요지경 지팡구』였네요) 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마음에 딱 와닿지 않는 거람…. 하여 ‘잠시 생각 좀 해 볼게’ 라며 기다려 달라고 했습니다. 지금 ‘서문’을 쓰고 있는 단계인데도 실은 아직 정식 제목을 정하지 못했습니다. 제목에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요? 이번에 잠시 생각해 보려고 하는 참이니, ‘들어가며’를 갈음해, 이에 대해 고찰해 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 서문을 다 쓰기 전에 제목이 떠오른다면 그것을 채용하기로 하겠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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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네 온천에서 느꼈던 중국의 리얼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4. 1. 13:26
기노사키(城崎)에 이어, 하코네로 오랜 친구들과 온천요법을 하러 나갔다. 여관도 잠깐은 ‘소쩍새만이 호젓이 우는’ 상태였으나 거의 예전으로 돌아갔으며, 종업원 수도 코로나 동안에는 반으로 줄었으나, 역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숙박객의 절반 이상이 외국에서 온 손님들이었다.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유카타의 허리띠를 매고 다니는 사람들이, 능숙한 솜씨의 젓가락질로 일식을 들고 있다. 중국에서 온 사람은 대체로 한눈에 알 수 있다. 일본인과 외모는 구별이 가지 않으나, 어딘가가 다르다. 뭐라고 해야 할까 ‘고개를 당당히 들고 있는’ 느낌이 든다. 규칙이므로 (납득이 가지 않아도) 따른다든지, 옆에 사람이 싫은 눈치를 주면 조심한다든지 하는, 그러한 ‘타협’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그런 게 중국인의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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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은 계획이 다 있구나?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3. 25. 18:59
정치학자 시라이 사토시 씨와 대담했을 때 개헌 얘기가 나왔다. 자민당은 '한다 한다'고 말만 계속할 뿐, 진심으로 할 생각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회에서 발의는 할 수 있지만, 국민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을 수 있을지의 여부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 투표 결과 부결된다면, 자민당은 당이 존재할 이유의 상당 부분을 부정당한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게 되면 너무나 위험하다. 그보다는 '한다 한다'라고 말만 앞세우며 개헌파 지지층을 묶어놓는 거다. 이 텃밭을 선거에 이용하는 선에서만 그치도록 놔두는 게 정권을 유지하는 데에는 유리하다. 실제로 그렇게 자민당은 국정 선거에서 연승해 왔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에는 소선거구제의 마법 덕분이다. 유권자 가운데 50%가 기권하고, 야당이 후보 단일화를 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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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 처음 듣는 이야기』 서문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3. 24. 23:34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는 박동섭 선생이 엮은 책이다. 책과 출판, 그리고 도서관에 관해 내가 쓴 글을 모아다가 한국어 선집으로 낸다고 한다. 일본에서 앞서 출간된 『여항(閭巷)의 독서론』, 『시정(市井)의 미디어론』, 그리고 블로그 포스팅 등을 큐레이팅했다고 하는데, 여기서 ‘후기’*만큼은 새로이 첫선을 보이고자 한다. ー (* 결과물에는, 서문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 옮긴이)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치다 다쓰루입니다.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는 제가 여기저기 써온 바 있는, 책과 도서관을 주제로 하는 에세이를 박동섭 선생이 일일이 골라 옮겨 주신 ‘베스트 컴필레이션 책’입니다. 그 글감으로는 아예 처음 새로 쓴 것도 있고, 강연록도 있으며, 블로그에 썼던 신변잡기도 있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