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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rade Ogilvy, who had never existed in the present, now existed in the past". - 에릭 아서 블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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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무는 우리나라를 살리려면』 들어가며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5. 3. 19. 17:49

    '매거진하우스' 단행본 부문에서 세권 째 책을 내게 되었다. 아래는 서문이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치다 다쓰루입니다.

     

    이 책은 주로 2024년에 썼던 시사평론적인 글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다듬은 것입니다.

     

    시사적인 문장을 이제까지 오래 써 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점차적으로 위기감이 슬슬 가중되어 왔다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2008년에 냈던 책 제목은 『이런 일본이라서 참 좋았지?』 였습니다. 2010년에 다카하시 겐이치로 씨와의 대담 책 제목은 『스러지는 일본을 가여이 여기시렵니까』였습니다. 『저무는 우리나라를 살리려면』이라는 이번 제목과 대비시켜 보면, 그 당시에는 아직 상당히 여유가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일본은 '도로부네(흙으로 빚어 물에 띄운 배; 일본 전래동화에서 유래 - 옮긴이)' 상태입니다. 매일같이 가라앉고 있으며, 가라앉는 속도가 차츰 빨라지고 있습니다.

     

    물론, 어느 나라든지 성쇠의 주기란 건 있습니다. 잘 나갈 때도 있는가 하면, 별 볼일 없는 때도 있습니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국운이라는 게, 무수한 요소의 복합적 효과로서 나타나는 집단적인 현상이니까요. 개인의 노력이나 궁구로는 쉬이 방향전환할 수가 없는 노릇입니다. 역사적 추세에 맞붙기란 역부족입니다.

     

    잘 나갈 때 '어떻게 우리나라는 이렇게 국력이 향상되었을까?' 하고 심사숙고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 걸 생각할 짬이 있다면,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바에 집중하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국운이 쇠하게 되는 때에는, '어째서 이런 꼴이 되었는가?' 하는 질문을 적어도, 그 나라의 '어른'들은 자신에게 힐문해야 마땅합니다.

     

    스스로 교정쇄를 다시 읽어보고 느낀 겁니다만, 이 책은 '쾌도난마와 같이 베는' 스타일로 쓴 글은 아닙니다. 다루는 주제는 다양한데, 실제로는 동일한 어려운 질문 하나의 주위를, 시점을 바꾸고, 표현을 변용해 나가며 빙글뱅글 돌고 있습니다. 그런 느낌이 듭니다.

     

    확실히 이 책을 읽으면 '어째서 일본은 이렇게 버려버렸는가'에 대해서는, 나름대로의 이해가 닿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자,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어떻게 갱생을 좀 시켜볼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이 제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저도 잘 모를 일입니다.

     

    가라앉는 조국을 위해 스스로 손해를 감수하는 '어른'의 사람 수를 어떻게 늘릴 것인가 그 방도가 떠오르지 않는 겁니다.

                            

    그러므로, 다 읽고 나서 가슴의 체증이 내려가고 상쾌함을 느끼는...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곤 그다지 기대하지 말아주세요. 그보다는 읽어나가는 독자의 내면에 '나야말로 조국을 구하기 위해 팔을 내뻗는 「어른」이 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가...' 하고, 입술을 깨무는 뭐 그런 리액션을 해주는 사람이 나올 것 같다는 느낌은 듭니다. 그런 식으로 구국의 사명감을 자신의 양 어깨에 느끼는 독자를 한 사람이라도 발굴해내기 위해 저는 이 문장들을 써내려갔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구국'이라니 엄청난 문자열이군요. 지금 스스로 써놓고도 놀랐습니다. 오랜만에 이 문자를 접했습니다. 자기 문장 속에 이 숙어를 써봤던 기억이 저한테는 없습니다. 이와 같이 써 본 적 없었던 어휘까지 동원하지 않으면, 이런 현실에 대한 답을 애써 찾을 수조차 없을지 모를 정도로 현실은 위기적이라는 말씀을 드리는 바입니다.

     

     

    이리하여, 이 책에 채록한 문장은 다종다양한 매체에 기고했던 글에 원형이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가필한 것입니다. 따라서, '출처'라는 게 없습니다. 제가 처음 한 말이라고 생각하고 읽어주세요. 기사의 말미에 쓰여있는 날짜는 '원고를 원래 매체에 송고한 날'입니다. '언제적 사건을 언급한 것이지?'라는 의문이 들 독자를 위해 써붙여 두었습니다.

     

    그럼, 이제 '후기'에서 뵙도록 하지요.

     

    (2025-02-05 11:08)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 大人の頭数を増やす: 우치다 선생님이 지난 수십 년 내내 강변하신 구절.

    頭数를 '아타마카즈'라고 읽으면 사람 수, '토우스우'라고 읽으면 짐승의 수가 된다.

    한국어의 경우 '머릿수'라는 단어는 사람을 세는 수, '두수'는 동물의 마리 수. 일본어와의 어떤 관련성이 있는걸까?

    그 유명한 '요한의 묵시록'에서도 또한 육백 육십 육이라는 숫자를 거론하면서, 이를 짐승의 수 혹은 사람의 이름을 나타내는 수라고 언급한 바 있다.

    흥미롭다고 생각하지 않으신가요? 아니라면 죄송합니다.

    저도 거듭거듭 언급하겠습니다. "어이 거기 너, 어른이 되어라!" 라는 말에는 힘이 있습니다.

    물론, 이곳 '오길비의 자료기지' 역시 위 명제에 찬동하기에 구구절절 말씀드렸습니다.

    아아~ 그때는 "왠지 내가(オレ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시작했지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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