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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rade Ogilvy, who had never existed in the present, now existed in the past". - 에릭 아서 블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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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이퍼풀한 시대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5. 3. 23. 15:33

    서재 바닥을 하나 가득 메운 도서 및 서류를 한 시간 정도 걸려 정리했다. 버릴 수 있었던 건 잡지 등 극히 일부였고, 대부분의 도서는 수평 이동 시켰을 뿐이다. 이러구러 걸어다닐 공간만큼은 확보 가능했다.

     

    이들 도서 가운데 스스로 구매한 것은 아마 3할 정도. 나머지는 증정본이다. 이름도 모르는 사람한테서, 필자로서는 전혀 관심도 없는 영역에 속하는 자비 출판 책을 받게 된다 함은 정녕 당혹스럽다. 읽을 시간도 없거니와, 버릴 수도 없다. 책꽂이에 빈 공간이 있으면 꽂아두고 싶지만, 그 또한 요원한 일이다. 결국 바닥에 쌓아두게 되는 것이다. 몇 년쯤 지나 '이 책은 아마 평생 안 읽겠군' 하는 확신이 서면 (아랫층 - 옮긴이) 도장 복도에 마련한 '마음대로 가져가세요' 코너에 비치한다.

     

    8할 분은 무사히 환류하게 된다. 나머지 2할은 유감스럽게도 '기한 초과 정기간행물'로 확정되어 폐기 수순이다. 묵념. (원문은 🙏 합장. 불교의 영향인 듯 - 옮긴이)

     

    '앞으로 페이퍼리스 시대가 도래한다'고 소리 높여 말들 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누구도 그 말을 꺼내지 않는 지경이다. 페이퍼리스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아서 그런 것일까?

     

    분명히 페이퍼리스가 정착되면 서가 문제는 해결된다. 그 날을 손꼽아 기다렸으나, 변함 없이 서재는 종이로 뒤덮여 있다. 출간 과정에서의 교정쇄 역시 '디지털로 보내주셔도 돼요' 라고 말은 해두지만, 꿋꿋이 종이 교정쇄를 보내온다. 교정쇄가 세 권 분량이 되어놓으면 한 번에 들 수 없을 정도로 무겁다.

     

    전자책은 이런저런 단점이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소장하는 데 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 탁월하다. 찾는 데 힘들일 일도 없다. 검색하면 반드시 찾아낸다. 서재에 있을 것 같은 도서는 사다리를 갖다놔도 마룻바닥을 헤쳐보아도 대개 못 찾는다. 결국 인터넷에서 주문하게 된다. 그리고 그게 도착할 무렵에 찾던 책을 비로소 집 안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시간과 노력의 절약이라는 점에서는 압도적으로 전자책이 우수하다. 하지만, 전자책으로 증정본을 보내오는 사람은 없다. 누가 이런 서비스 좀 만들어 주면 안되나.

     

    (2025-02-22 07:54)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저 『커먼의 재생』, 『무도적 사고』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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