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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rade Ogilvy, who had never existed in the present, now existed in the past". - 에릭 아서 블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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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통을 지켜나가는 여성들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5. 3. 18. 16:34

    연초에 나니와부시 명창 되시는 다마가와 나나후쿠 씨를 개풍관에 모시고서 신작 두 마당을 직접 듣는 귀한 시간을 가졌다. 그다음 주에는 조윤자 씨 등의 판소리를 청해 들었다. 월말에는 라쿠고의 명수 가쓰라 니요 씨의 네 번째 단독공연을 열었다. 한 달 남짓한 사이에, 세 명에 이르는 여성 예술인을 번거롭게 해드린 셈이다.

     

    아이키도의 아침 수련은 6시 반에 시작된다. 따라서 우리 문인들은 요즘 같은 계절에는 아직 달이 밝은 시각에조차 집을 나서서 도장에 오는 셈이다. 오늘 아침 꼽아보니 6할이 여성이었다. 현재 개풍관의 숙장은 고베여학원대학 아이키도부 16대 주장을 지냈는데, 필자가 이제 은퇴하면 그녀가 사범 자리를 도맡게 된다. 대개 보면 전통예술과 무도 분야에서는 그 전통의 계승자를 여성들이 자임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현상이 필자의 주위에서만 벌어지는 특수한 경험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때때로 찾아뵙는 하구로 산의 호시노 후미히로 선방에 가보면 입산 수행하는 사람들 역시 몇 해 전부터는 과반수가 젊은 여성이다. 여러분이 잘 모르셔서 그런데, 오늘날 일본의 '수험도'는 여성 '야마부시(도사 - 옮긴이)'에 의해 계승되고 있는 것이다. 아이구야.

     

    전통적 기예, 무도, 종교에 여성들의 관심이 모여들며, 다 사라진 전통을 부활(賦活)시키려는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을 전통 분야 계승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필자가 몹시 고맙게 여기고 있다. 하지만 사정이 이러한데도 미디어는 아예 보도를 하지 않는데, 여타 학술적 연구가 행해지고 있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이 현상은 아직 물밑에 잠재해 있는 형국으로, 징조가 드러나기 시작하는 때는 조금 시간이 지나서일 테다.

     

    현대 사회에서 남자들은 권력, 재화, 위신을 서로 다투는 쟁탈로 말미암아 심신을 마멸시키고 있다. 한편, 경쟁에 등을 돌리고서, 수행의 길을 택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그 이유를 필자는 왠지 알 것만 같다.

     

    수행은 상대적인 우열을 다투지 않는다. 그저, 선생(원문 師 - 역주)의 뒤를 쫓아 끝없는 길을 걸을 따름이다. 수행에는 심사도 없고 평가도 없다. 등수에 따른 권력과 재화의 단차 분배도 없다.

     

    따라서, 인간적 성숙을 염두에 둔 여성들이 경쟁 마인드셋을 버리고서 수행의 길에 들어섰다 함은 곧 현대 일본 사회 특유의 영적 공허함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의미하는 것임을 필자 자신이 매일 느끼고 있다.

     

    애써 경쟁하기를 그만둔 여성들이 이미 비경쟁적인 영역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정녕 '일본의 전반적 소생'이 일어난다면 이러한 분야에서 비롯될 것이다.

     

    (2025-01-23 16:38)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오길비: 향후 세상의 방향성은 매우 뚜렷합니다.

    세계 표준을 만드는 사람들 - 우치다 타츠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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