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
(유인물) 먹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다취재 2026. 6. 12. 15:49
언성 히어로 시스템의 성과가 떨어질 때, 인간의 마음은 기저에 깔린 구조적 결함 대신 개인의 무능이나 나태함을 탓하는 ‘근본적 귀인 오류’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곤 합니다. 이러한 인지적 착시는 현장에 더 큰 압박을 가하게 만들고, 결국 구성원들이 장기적인 역량 개선을 희생해가며 당장의 임시방편을 택하도록 강제합니다. 이로 인해 조직의 근본적인 역량이 서서히 침식되면서, 사후 수습(화재 진압)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악순환에 진입하게 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구조적 덫은 재앙의 문턱에서 위기에 처한 프로젝트를 구해낸 눈에 보이는 '영웅'들을 찬양하고 승진시키는 기업 문화를 형성합니다. 반면, 애초에 그런 위기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학습과 유지보수라는 지극히 중요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들은 체..
-
입시제도에 대해 (선생님들의 7번째 질문)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6. 6. 12. 13:07
잡지 『형설시대』의 기획을 통해 교육 현장에서 선생님들이 해오는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쪽 웹사이트에 공개될 예정이기는 하나, 중요한 얘기이므로 내 블로그에 일정 기간동안 올려둔다.처음 뵙겠습니다. 언제나 선생님이 쓰신 기사를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저는 현재 사립학교에서 중등교원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해마다,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렇기도 하거니와, 필사적으로 명문대에 합격한답시고 꼼수를 모색하는 학생이나 보호자를 바라보며 머리를 감싸쥔 적도 한두번이 아닙니다.시대가 아무리 변한대도, 고난을 헤쳐나간 끝에 희망하던 학교가 기다리고 있다, 하는 그런 과정이야말로 입시의 매력이자, 어엿한 사람으로 성장할 귀중한 등용문이리라 저는 생각해 왔습니다.선생님께서는 기존 입시 제..
-
(가려읽기) 빵집계의 인플루언서, 타르마리인용 2026. 6. 10. 08:16
“너는 어찌하여 울고 있느냐?”“저는 다섯 살 때 눈이 멀어서 지금 20년이나 되었답니다. 오늘 아침나절에 밖을 나왔다가 홀연 천지 만물이 맑고 밝게 보이기에 기쁜 나머지 집으로 돌아가려 하니 길은 여러 갈래요, 대문들이 서로 어슷비슷 같아 저희 집을 분별할 수 없습니다. 그래 지금 울고 있습지요.”선생은,“네게 집에 돌아가는 방법을 깨우쳐 주겠다. 도로 눈을 감아라. 그러면 곧 너의 집이 있을 것이다.”라고 일러주었답니다.그렇게 소경은 다시 눈을 감고 지팡이를 두드리며 익은 걸음걸이로 걸어서 곧장 집에 돌아갈 수 있었더랍니다. 콜드체인과 수시 배송으로 무장한 유통회사가 신선식품까지 곳곳에 수 시간 내에 배송하면 이제 오늘 만든 빵도 배달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모든 유통 업체는 순식간에 제빵..
-
이사장 취임에 즈음하여 드리는 인사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6. 6. 2. 15:48
이번에 뜻밖에도 이사장을 지내게 되었습니다. 황망하게도 75세에 이르러 다시금 정장을 입고, 넥타이를 매며 '출근'하는 몸이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제가 60세에 그리도 조기퇴직을 원하게 된 이유는, 회의 출석에 넌더리가 났었기 때문입니다. 교무부장이 되었을 때, 과장한테서 '나가야 할 회의 목록'을 넘겨받았습니다. '몇 개나 되나요?' 라고 묻자 '마흔 일곱입니다' 하는 말을 듣고서 아찔해졌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6년을 '회의인'으로 보내면서 정말 못해먹을 짓이다 하여 퇴직한 것입니다. 퇴직한 해였던 2011년 가을에 가이후칸이라는 도장 겸 자택을 고베시에 세웠습니다. 속세를 벗어나 수련과 집필에 전념하며 맘 놓고 여생을 보낼 작정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세상은 바람 잘 날 없어, 부득불 '..
-
헌법 9조와 유엔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6. 6. 2. 14:18
중고등학생들을 상대로 정기적인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번에는 일본국 헌법 제 9조를 둘러싼 이야기를 했다. 사전에 주제를 공표하고 나서 이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취합해 수업 시간에 읽어보고는 한다. 이번에는 그 결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응답자 9명 가운데 6명이 '개헌 찬성'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전력을 보유하지 않으면 중국과 북한이 쳐들어왔을 때 저항할 수 없다', '다른 나라는 전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일본만 전력을 가질 수 없는 건 불공평'이라고 쓰여 있었다. 아무래도 이 어린 개헌파들은 기본적인 사실을 모른 채 개헌의 당위성을 판단내리고 있는 것 같았다. 수업에서는 우선 이러한 인식을 바로잡았다. 첫째로, 일본은 충분한 '자위력'을 가지고 있다. 국방 예산 규모로 따지면 일본은..
-
전쟁의 여파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6. 6. 2. 13:06
도쿄에 별채를 임차하고 있다. 빌리게 된 이유는 2019년 무렵부터 오버투어리즘이 일어나기 시작한 탓에 자주 묵던 도쿄의 숙소를 예약할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직전에 예약을 하더라도 묵을 수 있는 편안한 클럽하우스였으나, 그때부터는 언제 전화하든 다 찼다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호텔을 몇 군데 전전했지만 소음이나 크기, 입지 등 마음을 놓을 곳이 없었다. 작정을 하고 아예 방을 빌리기로 했다. 따로 방이 있으면 편리한데, 입을 옷가지를 수납해둘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빨래도 할 수 있고, 밥도 지어먹을 수 있다. 짐을 한가득 꾸리지 않고도 도쿄에 왔다갔다할 수 있기에 적잖은 장점이 된다. 코로나 때는 몇 달 못 가는 경우가 있어서 사람 없이 집세만 나가니 헛되다고도 여긴 적이 있었으나,..
-
"한일 연대론"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6. 6. 2. 12:23
현재, 책을 8권 동시병행 형식으로 쓰고 있다. 이것은 곡예나 다름 없다. 그러나 여의치 않을 수 없다. 하나는 필자처럼 큰 병을 앓고 난 노인에게 일을 의뢰해 오는 비정한 편집자가 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필자가 선뜻 그런 의뢰를 받아들여버리기 때문이다. 편집자들이 이리도 비정해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몇 년 전 필자가 췌장암을 앓았기 때문이다. "우치다 선생님도 이제 머지 않은 것 같아. 그러니 살아계시는 동안에 책을 쓰시도록 해야지" 하는 조급함이 그들의 독촉을 절박케 하고 있다. 필자 입장에서도 살아있는 동안에 하고자 하는 말을 다 해두고 싶다. 따라서, 8책 동시병행 저술이라는 전대미문의 작업을 하고 있다. 개중에는 '한국 장르'가 3책 포함되어 있다. 하나는 '한일 연대론'. 이 책은 의료..
-
항의 민원과 관련하여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6. 5. 21. 16:16
15년만에 양복을 걸치고 넥타이를 매며 출근하는 몸이 되었다. 또다시 어디 소속이라는 부담감을 갖게 된다. 이것이 내 고민의 출발점이다. 대학 재직 중에 '대학 교수씩이나 되어가지고 말이야' 라는 사설을 깔며 성을 내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어렸을 적부터 소수파라서 '우치다가 하는 말은 이상해'라는 말을 죽 들어왔으므로, '이상한 말좀 그만하라'는 말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허나, 항의가 대학 기구를 향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고정을 듣는 건 우리 직원들이다. 그들에게 쓸데없는 스트레스를 가하는 건 나로서도 꺼려진다. 그래서 빨리 대학 소속을 벗어난 것이다. 조기퇴직한 건 어느정도 그런 이유도 있다. 그런데 또다시 공적인 활동을 하게 되었다. 취임하기가 무섭게 회의에서 일종의 오너리스크에 대한 보고를 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