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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제도에 대해 (선생님들의 7번째 질문)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6. 6. 12. 13:07
잡지 『형설시대』의 기획을 통해 교육 현장에서 선생님들이 해오는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쪽 웹사이트에 공개될 예정이기는 하나, 중요한 얘기이므로 내 블로그에 일정 기간동안 올려둔다.
처음 뵙겠습니다. 언제나 선생님이 쓰신 기사를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 사립학교에서 중등교원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해마다,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렇기도 하거니와, 필사적으로 명문대에 합격한답시고 꼼수를 모색하는 학생이나 보호자를 바라보며 머리를 감싸쥔 적도 한두번이 아닙니다.
시대가 아무리 변한대도, 고난을 헤쳐나간 끝에 희망하던 학교가 기다리고 있다, 하는 그런 과정이야말로 입시의 매력이자, 어엿한 사람으로 성장할 귀중한 등용문이리라 저는 생각해 왔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기존 입시 제도의 문제점이나 개선점에 대해 생각하고 계시는 바가 있으신지요? 고견을 청해 듣고 싶습니다.
현행 입시 제도가 좋은 제도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대학에서 맡은 마지막 직책이 입시부장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우수하면서도 다양한 학생을 모집할 수 있을까 밤낮 애태웠답니다.
선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곳 아닌 이 대학에서 배우고 싶다’는 수험생의 의사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식의 ‘귀속의식이 높은 학생’을 어떻게 뽑을 것인가, 그것을 대학측이 두고두고 궁구해야 할 참이었습니다.
입학사정관제나 추천제는 일반적인 지필평가로 선발하는 것보다 좀 더 수월히 위에서 말한 개인의 의사를 타진할 수 있는 방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간 실시해보니 ‘자기 학력으로는 일반 전형에 못 들어올 대학인데, 어떤 입시 전형으로는 들어갈 수 있는’ 수험생이 점점 늘어났습니다. 그런 학생을 우선적으로 입학시키는게 무슨 좋은 일은 아닐 겁니다. 기교로 뭘 하려고 들지 말고, 담담히 지필평가를 시키는 게 무난하다고 봅니다.
대학 입장에서 말하건대 결코 수험생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입시 성적을 보면, 수험생의 학력이 전반적으로 해가 갈수록 떨어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특정 학부나 학과에 따라서는 ‘학력 수준이 이래서야 입학한다 해도 수업에 따라올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일부러 정원을 미달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고충을 안고 있는 대학이 적지 않을 겁니다.
꽤 옛날 일인데, 대형 재수 학원에서 국어 교사를 하던 친구한테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매년 같은 시기에 똑같이 문제를 내고 있는데 평균 점수가 매년 1점씩 떨어지고 있다.’ 그래서 제가 ’매년 1점 정도는 별 것 아니지 않느냐‘ 했더니 ’야, 10년이면 10점이야‘ 라고 했습니다.
편차치란 같은 학령 집단 내부에서의 상대적인 지위를 나타내는 수치로서, 절대학력과는 상관 없습니다. 전 구성원의 학력이 내려간다고 치면, 금년도 편차치가 60인 수험생은 10년 전에 똑같은 편차치였던 수험생보다 상당히 학력이 덜하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러나 이 사실은 입시 자체가 같은 학령 집단 내부에서 상대적인 우열을 다투는 것인 한 가시화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고만고만한 집단 안에서 상대적 우열을 비기는‘ 형식 그 자체가, 수험생들의 지력을 높이는 데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언명을 해놓고 보면, 아예 수험 시스템 자체의 쓸모를 부정하는 셈이 되는데, 솔직하게 말해서, 그렇습니다. 이런 짓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러한 이치는 (일선 교육기관이 아닌 - 옮긴이) 무도 도장에서 가르쳐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도장에서는 문인들이 지닌 기량의 상대적인 우열을 심사하지 않으며, 이에 대해 언급하는 경우도 없습니다. 의미가 없기에 그렇습니다. 무도 수행의 목적은 ‘천하무적’ ‘범아일여’로 일컬어지는 무한 소실점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유종의 미를 거둘 수행자는 없습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목적이 명확하지 않으면 수행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목표‘를 설정하여, 수행합니다.
그러므로, 수행자끼리 상대적 우열을 논하는 데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결코 찾아갈 수 없는 목표를 염두에 둔 길‘을, 앞선 지도자를 따라 걸을 적에, 다른 수행자보다도 몇 미터 앞까지 나아갔는가, 다른 수행자보다 재빨리 걸었는가를 따지는 데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비교할 대상을 굳이 찾자면, ‘어제의 자기 자신’ 뿐입니다.
말씀드리건대, 이렇듯 ‘상대적인 우열을 매기지 않는‘ 시스템이 교육 방법으로써 지극히 효과적이라는 점, 오랫동안 무도 도장을 주재해 왔던 자로서 확신을 담아 증언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생각해보면, 같은 학령 집단 내부 차원에서 상대적인 우열을 다투게 만들어서, 높은 점수를 딴 자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점수가 낮은 자에게는 징벌 혹은 굴욕감을 주는 꼬락서니에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애초에 교육이란 게 그렇게 ‘비루한’ 것인지 생각할수록 이해가 안 갑니다.
그럼, 대체 어찌하면 좋느냐고 재차 물으셔도,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대학이란 애초에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이 가는 곳’인지라, 공부를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안 가면 되지 않나 싶습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까, 모르긴몰라도 AI의 발달로 말미암아 이제 조만간 펜대를 쥔 화이트칼라 직무가 격감한다고 합니다. 그 대신 사회적 수요가 있는 건 ‘배관공’이라든가 ‘비계공’, ‘요리인’이 될 거라 합니다. (얼마 전 뉴스를 보고서 비로소 알아챘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일찌감치 ‘AI로 대체 불가능한 직무를 하는 사람’이라야 화이트칼라보다 훨씬 높은 수입을 얻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된 판국에 ‘공부하기 너무 싫은’ 사람이 장차 높은 연봉을 받는 직업을 가지고 싶다면, 대학은 전혀 갈 필요가 없습니다. 그럴 게 아니라 이른 시기에 자기가 잘하는 분야를 정해, AI가 대체하기 어려울 법한 직업을 찾아내어 수업을 시작하면 됩니다. (이 경우는 ‘수행’이 아니라, ‘수업’이란 점에 주목하십시오).
그렇게 되면 대학 진학자가 한층 더 줄고, 대학 그 자체가 도태되어, 소멸 가도를 걷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18세 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대학 진학률이 상승하던 시대에 거침 없이 대학을 만들고 정원을 늘려왔으니, 18세 인구가 감소하고, 대학 진학률이 하락하는 시대가 되면 “슈링크”(축감)하는 것 말고 다른 길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상황에 처한다 하더라도, ‘세상없어도 가르치고 싶은 것이 있는’ 사람은 존재하고, ‘세상없어도 배우고 싶은 것이 있는’ 젊은이 또한 존재합니다. 확언할 수 있습니다. 가르치고자 하는 사람이 제 돈 들여 배움터를 열고,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배우러 가면 될 일입니다.
가장 성공한 일본 근대 교육 기관 중 하나가 “쇼카손주쿠”라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옛터를 직접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스님들 선방보다 약간 큰 정도입니다. 하지만 요시다 쇼인이 차린 이 조그만 글방에서 다카스기 신사쿠, 구사카 겐즈이, 이토 히로부미, 이노우에 고와시, 야마가타 아리토모, 마에하라 잇세이, 시나가와 야지로, 요시다 도시마로와 같은 쟁쟁한 유명인사들이 태어났습니다.
수준 높은 교육활동이 이루어지는 교육기관을 판가름하는 데에, 캠퍼스 규모나 책정된 예산의 크기가 관련되어 있다고 할 것도 없다는 말입니다.
이제는 이렇듯 교육의 원점으로 돌아가야 마땅합니다. 분명히 말씀드리건대, 오늘날의 입시제도와 대학제도는 죄다 ‘너무나 못만든 시스템’입니다. 복잡하고 비용이 드는 것도 그렇고, 아이들의 지적 성숙을 지원하는 의미에서도 효율적이지 못합니다.
다시 한 번 교육의 원점으로 되돌아가, 대관절 학교교육이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게서부터 생각을 고쳐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2025-11-26 10:09)글쓴이: 우치다 다쓰루 (内田樹; 우치다 타츠루 / 現 일본국 학교법인 고베여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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