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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려읽기) 빵집계의 인플루언서, 타르마리
    인용 2026. 6. 10. 08:16
    “너는 어찌하여 울고 있느냐?”
    “저는 다섯 살 때 눈이 멀어서 지금 20년이나 되었답니다. 오늘 아침나절에 밖을 나왔다가 홀연 천지 만물이 맑고 밝게 보이기에 기쁜 나머지 집으로 돌아가려 하니 길은 여러 갈래요, 대문들이 서로 어슷비슷 같아 저희 집을 분별할 수 없습니다. 그래 지금 울고 있습지요.”
    선생은,
    “네게 집에 돌아가는 방법을 깨우쳐 주겠다. 도로 눈을 감아라. 그러면 곧 너의 집이 있을 것이다.”
    라고 일러주었답니다.
    그렇게 소경은 다시 눈을 감고 지팡이를 두드리며 익은 걸음걸이로 걸어서 곧장 집에 돌아갈 수 있었더랍니다.

     

     

    콜드체인과 수시 배송으로 무장한 유통회사가 신선식품까지 곳곳에 수 시간 내에 배송하면 이제 오늘 만든 빵도 배달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모든 유통 업체는 순식간에 제빵사라는 직업을 와해시킬 수 있습니다. 자신의 노동력의 한계로 제한된 수입에 만족하지 못한 제빵사가 스스로의 직업을 증강하려는 시도를 했더니, 오히려 대량생산의 투자와 물량에 의해 본인의 직업이 사라지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 것입니다. 그에 맞설 방법은 하나입니다. 다시 원래의 업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직접 채취한 천연 효모로 빵을 만드는 일본의 ‘다루마리’ 빵집이 만들어진 것은 2008년입니다. 그 빵집은 지바현에서 오카야마현을 거쳐 돗토리현으로 옮기며 전원생활을 즐기고자 하는 구성원들에게 주 4일제와 합리적 급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빵집 주인 와타나베 이타루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잘 팔리는 물건을 누군가가 금방 흉내 내고, 공급 과다로 가격이 내려가게 된다”, “이후 기업들은 이익을 높이기 위해 원자잿값을 낮추고 화학물질 등을 다수 사용해 싸구려 상품이 나오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다시 말해, 대량의 산업으로 발전하는 범용성의 확장은 이윤을 위해 질적 하락이 수반되는 악순환을 가져오기 때문에, 초기 장인 정신으로의 회귀가 개인으로서의 활로를 열어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루마리 빵집은 소도시에서 영업하지만 전국에서 몰려드는 사람들이 그 고장의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서 주문이 밀려들며 작은 고장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빵집의 매출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기여하도록 2022년에는 빵과 맥주를 즐기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새로운 호텔을 운영하며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오래 머물도록 독려합니다.

     

    여기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은 확장이 아니라 본업의 경쟁력입니다. 빵을 사러 온 김에 맥주를 즐기고 호텔에 머무르는 것이지 처음부터 맥주를 마시고 호텔에 가기 위해서 돗토리현까지는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맥주라면 삿포로에, 호텔이라면 호시노야가 더욱 적당한 목적지가 될 것입니다. 이럴 때 다루마리 빵집의 본원 경쟁력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요?

     

    그 중심에는 섬세함이 필수적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건강한 빵을 만들기 위해 천연 효모균이 존재하는 자연환경을 찾아 풍토가 좋은 지방에 내려갈 정도의 섬세함입니다. 뿐만 아니라 건강한 빵을 만들기 위해 구성원들의 휴식과 정서적 안정을 보장하는 배려의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 결과로 만들어지는 상품을 전 세계 모두가 사랑하고 구입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건강과 환경, 그리고 인간 존중에 대한 철학을 가진 소비자들이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상품으로 자리 잡으며, 팬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다루마리 빵집의 명성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습니다. 단계를 허투루 하지 않는 긴 공정의 생산과, 그를 위해 착실히 준비하는 삶의 방식에 동의하는 이들로부터의 지지와 응원만으로도 작은 빵집은 지속 가능성을 잃지 않으며 매일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결국 그 섬세함은 기계가 따라올 수 없는 나만의 강점으로 승화합니다. 《시대예보: 호명사회》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AI가 효율을 추구한다면, 인간은 충실함으로 본인의 존재 의미를 밝히게 됩니다. 그리고 그 대상 역시 섬세한 인간을 향합니다.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는 감도가 높은 고객은 팬이 되어 소비와 응원으로 지지하는 관계를 형성합니다. 섬세함은 그 자체가 상품이 되고 끊기지 않은 인연의 고리가 됩니다. (송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