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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연대론"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6. 6. 2. 12:23
현재, 책을 8권 동시병행 형식으로 쓰고 있다. 이것은 곡예나 다름 없다. 그러나 여의치 않을 수 없다. 하나는 필자처럼 큰 병을 앓고 난 노인에게 일을 의뢰해 오는 비정한 편집자가 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필자가 선뜻 그런 의뢰를 받아들여버리기 때문이다.
편집자들이 이리도 비정해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몇 년 전 필자가 췌장암을 앓았기 때문이다. "우치다 선생님도 이제 머지 않은 것 같아. 그러니 살아계시는 동안에 책을 쓰시도록 해야지" 하는 조급함이 그들의 독촉을 절박케 하고 있다. 필자 입장에서도 살아있는 동안에 하고자 하는 말을 다 해두고 싶다. 따라서, 8책 동시병행 저술이라는 전대미문의 작업을 하고 있다.
개중에는 '한국 장르'가 3책 포함되어 있다. 하나는 '한일 연대론'. 이 책은 의료경제학자인 유병광 와세다대 교수와의 대담을 담았다. 하나는 '길거리의 한국론'. 이 책에는 한국을 주제로 장시간의 인터뷰를 수록한다. 다른 한 책은 한국의 정치철학자 배세진 씨와의 왕복 서간집이다. 세 책이 다루는 공통된 논건은 '한일 연대'이다.
'한일 연대'란 말은 여러분에게는 어쩌면 낯선 문자열일지도 모르겠지만, 필자는 포스트 미국 시대 아래 외교안보전략의 기본은 이것 밖에 없다고 결론내렸다.
'포스트 미국'이란 말은 '미국 없는' 이라고 바꿔 말해도 된다. NATO는 일찌감치 탈미국에 입각한 집단 안전보장 구상으로 전환했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각 나라들은 중국과의 제휴를 강화하는 시나리오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미일 동맹 중심'을 주문처럼 외면서 '포스트 미국 시대에 노 플랜으로 일관'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모르긴몰라도 일본밖에 없다.
한일 연대는 일본 입장에서 '플랜 A' 이다. 노 플랜이니 당연하다.
한일 두 나라가 연대하면 인구는 1억 7400만 명, GDP는 6.3조 달러에 달해 독일을 제치고 세계 3위가 된다. 군사력 역시 인도를 제치고 세계 3위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거대한 정치경제권이 동아시아에 탄생한다. 유 선생과 필자의 아이디어는 한일 양국이 일국양제 체제로 연대하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 위치한 중간지대를 형성하여, 서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꾀하자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어제오늘의 것이 아니다. 메이지 시대 다루이 도키치의 '대동 합방론', 다이쇼 시대 스에나가 미사오의 '고려국' 구상, 데구치 오니사부로의 '만몽 연방' 구상 등과 뿌리를 같이하고 있다. 이렇듯 한일 연대에 관해 꽤 최근까지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제시되어 왔다. 당초에는 대등한 입장에서의 합방론이었다. 그러던 것이 이전까지 조선에 우호적이었던 후쿠자와 유키치가 '탈아론'으로 전향함에 따라, 조선을 무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1910년 한일 병합이라는 식민지주의적인 귀결로 흘러감에 따라 한일 연대 구상은 사상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파산했던 것이다.
현재로서는 국력 측면에서 두 나라 사이에 누가 누구를 일방적으로 병합을 꾀할 정도의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이렇듯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대등한 합방'이라는 꿈을 이루고자 하는 재일코리언 출신 유 선생과 필자가 둘이서 망상을 한껏 부풀리는 것이다.
한일 연대론은 일본 언론이 논급하지 않는 논건이다. 이제껏 만나본 정치가 중에서 한일 연대론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이는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 한 명이다.
그러는 와중에, 한국에서는 이 논건을 다루는 자세가 다르다. 요 몇 년 동안,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한일 연대'를 주제로 취재를 오거나 강연을 요청받아왔다. 청중들은 열심히 한일 연대에 관한 내용을 들어주며, 신문 역시 이 주제를 싣는다. '한일 연대'가 현실적인 답이 될 수 있을지의 여부를 한국 사람들은 냉정하게 사량하기 시작했다. 일본인 역시 이러한 흐름의 변화를 눈치채야 마땅하다.
(주니치 신문 '시좌' 5월호 / 5월 13일)
(2026-05-20 07:56)
글쓴이: 우치다 타츠루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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