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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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내전 (1)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1. 22. 16:43
미국에서 조만간 내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미합중국이라는 나라의 특이한 성립 과정을 모르면 그 의미를 잘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합중국은 ‘자율적으로 건국한 사람들이 자국을 일개 주(State)로서 연방에 가입시킴으로써 탄생한 나라’이다. 이런 방식으로 세워진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하지만 이러한 합중국이라는 아이디어의 숨은 함정은 ‘가맹’은 가능하나 ‘탈맹’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1869년에 연방 대법원은 ‘주가 탈맹을 주체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이 법리에는 논리성이 없다. 자신의 의지로 가맹한 주이므로, 주의회 결의와 주민투표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탈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순리일 것이다. 그래, ‘그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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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낙조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0. 31. 20:47
열흘 정도 입원했다. 병실에 티브이가 있었는데, 티브이를 보는 습관이 없어서 한 번도 켜지 않았다. 신문은 밤낮으로 병실에 반입되었다. 시간 여유가 있어서 구석구석 읽었다. 그리고 장탄식했다. 정말 아무런 내용도 없구나. 일본을 대표하는 종합 일간지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 꼭지도 다시금 읽어보고 싶은 기사는 없었다. 분명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전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건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서는 하나도 쓰여있지 않았다. 음, 어제오늘 사이에 일어난 변화에 대해서는 조금 쓰여 있다. ‘어제와 오늘 사이에 언동이 변했다’든가 ‘지난주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전개가 펼쳐졌다’ 정도 내용이 쓰여 있었다. 하지만 1년 전, 혹은 10년 전, 혹은 100년전 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적 문맥 속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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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싹, 키보오노 마치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0. 30. 13:49
『주간금요일』 독자분이라면 기타큐슈에서 노숙인 및 빈곤가정을 지원하는 ‘호보쿠’라는 단체와 그 대표인 오쿠다 도모시 목사라는 이름이 익숙하실 줄로 안다. 호보쿠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키보오노 마치’라는 프로젝트가 있다. 기타큐슈시는 전날 쿠도파라는 조직폭력배가 접수했던 우범지대였다. ‘공포의 거리’였던 것이다. 쿠도파는 해산당했는데, 그 본거지가 해체되면서 그 자리는 유휴지로 남았다. 그 땅을 호보쿠 측이 사들여서, 지원이 필요한 많은 사람들에게 활짝 열린 ‘키보오노 마치’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프로젝트를 오쿠다 목사가 시작하였다. 토지 매입 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독지가들에게 기부를 요청했다. 금세 토지 매입에 필요한 차입금을 전액 상환할 수 있을 정도의 기부금이 모였다. 호보쿠 자체 재원 5억 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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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저의 차이가 배움의 격차로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0. 25. 15:55
여러분은 이번 자민당 대표 경선 후보로 나선 9명 가운데 무려 6명의 최종 학력이 ‘미국 대학 또는 대학원 졸’이었다는 점을 눈치채셨을까요? 일본 정치 엘리트의 현실이란 바로 ‘최종 학력- 미국’이 최소 지원 요건으로 정해졌다는 것입니다. 나는 이런 경향이 단적으로 ‘몹쓸 일’이라고 봅니다. ‘어느 나라 대학에 가든 본인의 자유다. 글로벌 시대니까. 해외에 나가 배울 정도로 의욕적인 젊은이를 왜 괜히 타박하느냐?’ 하고 반론하는 사람이 혹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정치 세계뿐만이 아닙니다. 재벌가나 교수 자제들도 중학교 때부터 국제학교에 다니거나, 해외로 유학 가는 게 요즘 트렌드입니다. 그렇게 해야 영어권 대학에 진학하는 데 유리하거든요. 하지만 잠시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 하버드의 연간 수업료는 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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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매니지먼트 원리주의자의 말로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0. 24. 17:58
효고현 사이토 모토히코 지사가 쫓겨나기에 이르기까지 일어난 일련의 사건에는 현대 일본 대다수 조직을 특징짓는 일종의 왜곡 양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그것은 ‘조직 매니지먼트 원리주의’라고 할 수 있는데, 필자가 여러 차례 환기해 온 개념이다. 세상의 다양한 조직은 어떠한 사명을 짊어지고 있으며,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조직이 오랫동안 이어지면 사람들은 그 조직이 애초에 어떠한 ‘바람직함’을 일으키기 위해서, 혹은 어떠한 ‘나쁜 일’을 막아내기 위해서 창건되었는지에 대한 그 기원을 잊어버리게 된다. 반드시 잊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어느샌가 조직의 존속 자체가 자기 목적화된다. 무엇을 위해 이 조직이 존재하는지 그 성찰의 목소리가 모습을 감추고, ‘이 판국에 앞으로 어떻게 조직을 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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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의 정치 역학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0. 24. 15:29
자민당 총재선거 와중에 현행 ‘건강보험증’과 ‘신 마이넘버 보험증’에 관한 질문을 받고서는, “두 제도의 병용 역시 선택지로 합당하다”고 답변했던 이시바 시게루 씨였다. 하지만 총리로서 정권이 출범함과 동시에, 기존 건강보험증을 오는 12월 2일부로 폐지하고, 이를 마이넘버 카드로 전면 교체할 예정이었던 이전 정부 방침을 “견지”하겠다고 밝히며, 후보 출마 당시 내걸었던 아젠다를 뒤엎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식언(말 바꾸기)을 힐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언동을 잘 살펴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사리에 맞는 구석이 없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말하자면 ‘가족회의’이므로, 총재 후보로 나서는 자리에서 ‘국민에게 받아들여질 만한 아젠다’를 따로 내걸 필요가 없었던 까닭이다. 자 그러면 어째서 국민으로 하여금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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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핵, 한국의 핵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0. 23. 15:34
한국 내부에서 핵무장 담론이 힘을 얻고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60~70퍼센트의 국민이 핵무장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의 위협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미사일 발사 실험을 반복하고 있는데, 이미 북미 대륙을 사정거리로 두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 단계까지 진척되어 있다.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다. 미국이 ‘동아시아로부터 철수’할 가능성을 한국 국민은 감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당신들의 슬기를 가지고 해나가도록 하시오’라는 말과 함께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발을 빼는 경우, 한국은 주변 국가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미국은 명백히 지금도 군사, 경제 분야에서 세계 으뜸가는 초 패권국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국 내에서의 정치적 분단이 깊어지고 있으며,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대통령을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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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사태에 대해 상상력을 행사하는 것의 의미에 관해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0. 23. 14:50
디스토피아를 서사화하는 이유는, 디스토피아의 실상을 아주 자세히 꾸며내면 디스토피아의 도래를 저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인류 차원의 지혜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디스토피아 장르’가 처음 쓰이게 된 것은 20세기 초엽부터입니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라든가 조지 오웰의 『1984』를 그 효시로 꼽고 있습니다. 이러는 가운데, SF물이 대량 생산된 단초는 1950년대, 60년대 미국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 시절 대종을 이루었던 것은 미국과 소련 사이에 핵전쟁이 일어나 세상이 망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사소한 휴먼 에러로 촉발된 핵전쟁이 터지고, 문명이 소멸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영화, 티브이 드라마, 만화, 소설을 막론하고 팽대한 수의 디스토피엄*이 쓰였습니다.(* 원문 ディ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