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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초래하는 혼돈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5. 2. 12. 15:26
연초에는 '올해 세상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예측하고는 한다. '앞으로 세상은 카오스화한다'는 게 필자의 예측이다. 여기에 이의가 있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물론 주지하다시피 미국이 혼돈을 주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국가나 헌법보다도, 트럼프 개인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사람들을 요직에 등용함으로써, 미국의 새로운 '국왕'이 될 심산이다.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를 영유하고, 멕시코 만을 '미국 만'으로 개명하고, 캐나다를 병합하며, 동맹국에 GDP 대비 5%의 군사비 부담을 요구하는 등, 거의 하루가 멀다하고 '미국의 새로운 요구'가 뉴스에 오른다. 초 패권국가가 이 정도까지 절도를 잃는 날이 올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미국에는 다행히도 아직 자유로운 언론이 남아 있다. 허나, 미국에서 발행되는 매체의 행간에 '공포감'이 적나라하게 노출되었던 건 필자가 아는 한 과거에는 없었던 일이다. 미국의 향배에 대해 미국인 자신이 '어떻게 될지를 당최 모르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곤혹스러워 한다는 점'만 보면, 미국의 미디어는 일본의 그것에 비해 훨씬 정직한 자세를 취한다. 모르는 점은 '모른다'고 쓰고, 불안을 느낄 때는 '불안하다'고 쓴다. 지금 중국과 전쟁을 벌이면 '패배한다'고 미군 간부조차 언명한다. 만약 일본에서 자위대 간부가 비슷한 불안을 발설한다면 미디어에 의해 조리돌림을 당할 것이 자명하다.
일본 미디어에 품는 이런저런 불만거리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가장 큰 결점은 '정직하지 못함'이다. 어떠한 문제가 일어나도 '쿨'한 태도로 보도하는 게 정석이라고 혹여 믿고 있는지 의심도 든다.
그러나, 모르는 것은 정직하게 '모른다'고 써야 한다. 무서운 일이 일어나면 정직하게 '무섭다'고 써야 마땅하다.
'모르겠다', 그리고 '무섭다'고 쓸 수 있는 인간만이 비로소, '최소한 이것만큼은 이해할 수 있는 것'과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방책'에 대하여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나노마이니치, 1월 10일)
(2025-01-15 15:05)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간 『무지의 즐거움』 『되살아나는 마르크스』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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