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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의 낙망과 광기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5. 2. 11. 21:26

    미국 외교 전문지를 정기구독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해가 거듭될수록 논자들이 자신감을 잃고 있다는 게 행간에서 전해온다. '다음 전투에서 중국에 질지도 모른다'는 미군 간부의 발언이 기사화된 게 2017년 무렵이었다. 이때만 해도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2~3년 와서는 '중국과 전쟁 발발 시 패배'란 문자열을 읽는대도 별로 놀라지 않게 되었다. 중국은 미국보다 많은 현역 병사를 통솔하고 있으며, 러시아 전력을 보태면 군함과 전차의 수로는 미국을 상회한다.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북한이 한국을 침공한다든지, 중국의 대만 침공에 러시아가 참전한다든지 할 경우, 미국은 수적 우위를 잃은 상태에서 참전하게 된다. 하물며, 중동에는 이란이라는 강력한 반미 국가가 있다. 미국이 동아시아에 발이 묶인 사이에 이란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게 되면, 이때 미국으로서는 전선을 이원화해 싸울 만한 여력이 없다.

     

    따라서, 미국 분석가들은 상당히 저자세적인 논조를 취하게 되었다. 중국한테 세게 나오는 바람에 러시아, 이란, 북한 등의 반미적 행위자가 중국 편에 붙어 동시다발적으로 미국에 대적하는 군사행동을 취하게 될 시, 미국은 이에 대처할 능력이 없다. 그러나, 중국에 약한 모습을 보이기만 하면 중국은 대만 및 남중국해 지배, 그리고 아시아에서의 세력권화를 실행할지 모른다. 어떻게 할 것인가. 답을 모르겠다. 그것이 미국 분석가들의 진짜 속내이다.

     

    이 상황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 이러면 '트럼프의 막무가내밖에 기대할 수 없잖겠는가' 하는 절망감으로 가득 차는 심정도 이해할 수 있다. 확실히 트럼프는 독재자들과의 '케미스트리'가 좋다. 푸틴이나 김정은과는 1기 집권 때 서로 작당을 썩 잘했다. 이란의 지도자 하메네이와 화해하는 일은 아무래도 어렵겠으나, 시진핑에게 '대만을 맘대로 하시게. 대신에 나한테는...' 하는 식으로 '딜'을 걸어볼 가능성은 있다.

     

    바이든 시대보다 상대적으로 트럼프 시대에 이르러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등과 미국 사이의 긴장 관계가 완화될지 모른다. 아니면 더욱 심화될지도 모른다. 예측이 불가하다.

     

    이것은 '미치광이 이론'으로도 알려져 있다. '전략적 애매함'이라는 다소 완곡한 표현도 있다. 한마디로 남들이 봤을 때 지도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태도를 보임으로써 상황을 통제하겠다는 '선수 취하기'이다. 과거에 닉슨 대통령이 '나는 정신 상태가 안좋으므로, 언제 핵버튼을 누를지 모른다' 하는 정보를 의도적으로 유출시켜 적대국 소련을 견제하려 한 적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통치자의 정신착란'을 천명함으로써 파워게임의 '선수를 취하겠다' 할지언정 모양새가 그리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어째 미국의 분석가들은 트럼프의 '광기'가 미국 입장에서 강력한 카드가 될지 모른다고 믿기 시작한 듯하다.

     

    "트럼프는 자기 자신조차 스스로 무엇을 하는지 알지 못하기에, 타인이 그 행동을 예측하기란 대단히 어렵다"고 어느 정치학자는 썼다. (스티븐 코트킨, 「도널드 트럼프와 미국의 미래」, 『Foreign Affairs Report』 12호, 2024)

     

    이런 걸 '강점'으로 들 지경이니, 미국은 그만큼 궁지에 몰렸다는 뜻이다. 일본 정치학자 가운데 이 정도로 정직한 사람은 소수에 그친다. 따라서 일본이 얼마나 위험천만한(리스크 높은)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대다수의 일본인이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주니치 신문 「시좌」 1월 8일)

     

    (2025-01-15 15:00)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간 무지의 즐거움』 되살아나는 마르크스』 .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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