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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것만큼은 확실하다 싶은 것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5. 2. 10. 16:24

    2024년은 분명 격동의 해였습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대선을 제패하고, 우크라이나와 가자 지구에서는 지금도 전투가 이어지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총선거를 치른 뒤 자민당이 소수 여당으로 전락했고, 효고 현 지사 선거에서는 허위 정보로 인해 유권자의 움직임이 확 변하고, 한국에서는 대통령에 의한 쿠데타 시도가 있었으며, 이렇게 해가 저무나 싶더니 시리아의 아사드 대통령이 실권하여 러시아로 망명했다 합니다. 아직 금년이 3주 정도 남아 있으므로 한차례 파란이 더 일어난다 해도 저는 놀라지 않을 겁니다.

     

    전 세계는 '카오스화' 하고 있습니다. 이는 틀림없습니다. 30년 전쯤, 소련이 붕괴되었을 무렵에는 '역사의 종언'이란 말이 종종 나왔습니다. 이제부터는 더 이상 커다란 변화 없이, 시스템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전망만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역사는 엇나간다.' 이것은 확실합니다. 그럼에도, 대체로 방향성은 정해져 있습니다. 서글플 정도로 굼뜨지만, 인류는 진보하고 있습니다. '3보 전진하며, 2보 반 처지는' 정도의 느린 과정이기는 합니다만, 조금씩이나마 세상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오늘날 확실히 전 세계 어느 정부든 민족 차별이나 성차별, 고문이나 인권 침해, 노예 제도를 '공공연히'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또다른 '대의명분'을 내걸고서 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세간의 시선을 신경쓰는' 정도는 되었다는 뜻입니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침공 때 '네오나치 토벌'이라든가 '러시아계 주민 보호' 등 '정치적으로 올바른 이유'를 내걸었습니다. '영토 야욕으로 말미암아 다른 나라를 침략한다'는 말은 (설령 그게 속내더라도) 꺼낼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큰 흐름을 보면 인류는 진보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만, 단기적・국지적으로는 '퇴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미국은 지금 '퇴화' 국면에 있습니다. 대저 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는 슬로건 자체가 '지금은 옛날에 비해 하락세에 있다'는 현상 인식을 정직하게 토로하는 것이니까요. '아메리카 퍼스트'를 들고 나왔다는 건 이제 더 이상 미국으로서는 국제 사회에 영향력 있는 메시지를 발신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자국만 잘된다면 만사형통이라는 겁니다. 다른 곳에서 국제법 위반 행위가 있더라도, 인권 침해가 있더라도 미국은 관여할 바가 아니다, 그렇게 공언하는 사람을 미국의 유권자는 대통령으로 선출해버렸습니다. '퇴화' 말고는 형용할 말이 없습니다.

     

    미국이 복원력을 발휘하여, 다시 한번 글로벌 리더십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중국, 러시아, EU 등, 어느 행위자도 국제 사회 구성원 전원이 동의할 수 있을 '최대공약수적 미래'를 제시할 수는 없습니다. 내가 '카오스화'라고 부르는 것은 이러한 사태를 이릅니다.

     

    자, 이런 시대에 대입 수험생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나도 모르겠습니다. 요 며칠 전 어느 원내 정당 대표 분과 온라인으로 대담했던 적이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하고 상담을 받고 싶었던 모양인데, 제가 했던 말은 '일거에 흐름을 바꿀 수 있다' 하는 희한한 수에 끌리려는 유혹을 삼가라는 것 하나였습니다. '세간의 상식에 통하는 일' 과 '힘든 사람에게 친절히 하는 일'만 해도 족하다는 거예요. 그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이러자면 커다란 흐름을 만들어 낼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서까지(원문 等身大の人間性以外に - 옮긴이) 어떤 정치적 가치를 고량(考量)하는 '판단 기준'을 가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모든 사회 모순을 일거에 해결'하는 식의 사고방식은 취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시대가 카오스라고 하니, 여러분만큼이라도 '딱 이건 확실하다 싶은' 것을 기준 삼아 살기를 권합니다.

     

    젊은 사람들께도 연초를 맞아 마찬가지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형설시대」 1월호)

     

    (2024-12-27 12:47)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간 무지의 즐거움』 되살아나는 마르크스』 .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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