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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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돈과 멸사봉공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5. 21. 22:07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전 간사장이 대표로 있는 정치단체가 약 3500만 엔을 서적 구매 비용으로 썼다는 것이 밝혀졌다. 구입 도서 목록을 보면 『넘버 2의 미학: 니카이 도시히로의 본심』,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론』, 『자민당 간사장 니카이 도시히로 전기』와 같이 ‘자신에 관한 책’이 과반수를 차지했다. 개중에는 한 권만으로 1000만 엔을 넘는 구입 대금을 지불했던 책도 있다. 자금원은 세금이다. 다른 이의 돈을 써서 자신에 대한 책을 사고, 이를 배포하는 이런 행위를 이 사람은 ‘부끄럽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부끄럽게 여겼다면 애초에 안 했다. 요즘 시대에 이렇게 말하면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헛웃음을 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당신은 긍지란 것이 없는가’라고 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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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존속의 비책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5. 21. 17:32
대입의 계절이 왔다. 필자는 도쿄에 있는 의학 관련 대학의 이사 및 지방 여대의 평의원을 하고 있다. 그런 탓에 계절이 돌아오면 여기저기서 입시 상황에 관한 보고를 듣는다. 살아남는 대학과 벼랑 끝에 몰린 대학 사이의 격차가 해마다 벌어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현시점에서 정원을 충족하고 있는 대학 역시 저출생이 지속될수록, 머지 않아 ‘벼랑 끝’에 서게 된다. 모처럼 전국 방방곡곡에 질 좋은 교육연구 거점을 세워온 형국이었다. 이를 시장 원리에 맡기고 통폐합해서, 교육 기관의 도쿄 집중화를 내버려두어도 되는 것일까? 근대 일본에서 교육을 충실케 하는 것은 국가적 급무였다. 메이지 시대 말기까지 도쿄, 교토, 센다이, 후쿠오카에 제국대학 4곳을 만들었다. 최종적으로는 타이베이, 경성을 포함한 아홉 제국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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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예에서의 한가운데와 칼끝이 그리는 반원형에 관해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5. 21. 15:52
‘무도의 현대적 의의’라는 제목으로 어떤 시에 위치한 체육협회에서 강연했다. 청중의 대다수는 각종 경기종목 단체의 임원분들이었다. 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에, 힘차게 손을 든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말씀하신 내용 가운데 등장했던 「정중선」이란 무엇을 의미합니까?’라고 물었다. 자기 나름의 해답을 이미 알고 있어서 필자의 지견이 옳은지 그른지를 음미한답시고 심사하는 듯한 물음이 아니었다. 정말로 알고 싶다는 태도를 그 진지한 시선에서 알 수 있었다. 아마 그분은 수련을 통해 ‘정중선(正中線)’에 관한 실감나는 신체 감각을 갖고는 있지만, 지도에 임하면서는 그 실감을 어지간해서 말로 전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정중선이라는 것은 단순히 자신과 상대의 중심[中心]을 맺는 공간적인 자리매김을 이르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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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정권을 총결산하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5. 20. 14:24
『자민당 실패의 본질』에 수록된 인터뷰 (2021년 8월에 행해졌다). 거의 3년쯤 전 발언이기는 하나, 자민당 정치에 내재해 있는 요소에 대한 비판점으로는 지금도 성립할 수 있으리라 본다. ー 스가 요시히데 내각의 지지율은 하락 일변도를 이어가고 있으며, 2021년 8월 각 언론사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지율이 30%대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스가 정권의 움직임을 어떻게 평가하고 계십니까? 우치다 상당히 오랫동안 국내 정치를 지켜보고 있습니다만 솔직히 말해서, 최악의 부류로 꼽을 수 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내각이 날아가 버릴 사태가 2차 아베 신조 정권 이래 몇 번이나 일어났음에도, 이렇게까지 심각했던 내각은 과거에 유례가 없었습니다. 이를테면 2021년 8월 6일 히로시마에서 열린 평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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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에서 문득, ‘커뮤니즘’을 봤다. 여름이었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5. 10. 17:35
근간 『내 이럴 줄 알았다』에 수록된 꼭지다. 이걸 사이버 공간에 올려 두는 소이는, 어느 예비중학 보습학원에서 초6 대상으로 한 시험지에 아래의 문장이 쓰였다 해서다. 아무리 그래도 초등학교 6학년 학생에게 읽으라고 하다니…. 놀라울 뿐이다. 세상은 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날 일본의 눈에 띄는 특징은 부유층에 속하는 사람들일수록 ‘쩨쩨하다’는 사실이다. 부유층에 속하고 권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공공재를 가로채 사유재산으로 바꿔칠’ 권리, ‘공권력을 사적으로 유용할 권리’를 독점적으로 부여받았다고 해석하는 셈이다. 공적인 사업에 투입될 세금을 ‘착복’*해서, 공금을 사유화하는 데 윗물 아랫물 할 것 없이 열심이었던 적은 내가 아는 한 과거에 없었다.ー(* 원문 中抜き – 옮긴이)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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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관하여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5. 9. 19:04
저는 종종 강연 요청을 받고는 합니다. 마음에 돌덩이를 얹은 듯한 기분이 어딜 가나 들더군요. 청중의 대다수가 어르신들인 겁니다. 젊은이가 눈에 띄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고지(告知)가 젊은 사람들의 마음에 확 안 와닿나 싶기도 합니다(제목부터 ‘노인대학’이라든가 ‘호헌 모임’* 이래버리면 젊은 사람들은 외면할 테니까요).ー(* 현재 일본은 4~50대만 되어도 반쯤은 정치적 무관심 내지는 우경화되어 있는 것 같다 - 옮긴이) 그러나 제가 얘기하는 것들은 젊은 사람이야말로 들어주기를 바라는 주제들입니다. 인구감소 사회 아래 살아남는 일자리란 어떤 형태인가가 그렇고, 양극화 사회 아래 어떻게 약자를 위해 서로 돕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인가가 그러하며, 포스트 자본주의 시대의 공동체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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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를 시작하며 드리는 말씀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5. 9. 15:13
독자 여러분, 처음 뵙겠습니다. 우치다 다쓰루라고 합니다. 이번 달부터 『형설시대』에 글을 싣게 되었습니다. 십 대 연령층에 직접 말을 붙이는 건 어쨌든 평소에는 못하는 귀중한 기회이므로, 감사히 받아들이기로 하였습니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귀중한 기회’로 여기는지, 첫 시간에 써놓고자 합니다. 저는 문장을 쓸 때는 받는 이에 해당하는 ‘상정 독자’에 관해선 될 수 있는 한 높은 해상도를 가진 이미지를 마음에 담아두려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글월이 전해지도록’ 씁니다. 여기서 주의하실 점은 ‘글월이 전해진다’는 것과 ‘이해받는’ 것은 다른 차원의 사건이라는 겁니다. ‘이해가 잘되는 말’이라도 전해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말’이라도 전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커뮤니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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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데 없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5. 8. 16:39
나이 어린 제 친구한테서 ‘청년 빈곤’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는 빈곤 계층의 구조 활동을 하는 단체의 직원으로 있습니다. 구조 센터에는 ‘배를 곯는 젊은이들’이 모여서는 무료 급식시설1) 앞에 줄을 서고 있다네요. 요즘 같은 시대에 ‘밥을 굶는’ 젊은이가 수백 명이나 있다는 얘기를 듣고선 깜짝 놀랐습니다. 그들 상당수는 가족이 있지만 집에 있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집 안에는 자신이 거할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바깥을 헤매며 돌아다닙니다. 하지만, 가진 돈이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범죄에 휘말리는, 피해자가 되었든 가해자가 되었든 그런 위험에 노출되게 됩니다. 그렇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여기서 ‘거할 곳이 없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고민했습니다. 어딘가 모르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정확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