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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랏돈과 멸사봉공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5. 21. 22:07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전 간사장이 대표로 있는 정치단체가 약 3500만 엔을 서적 구매 비용으로 썼다는 것이 밝혀졌다. 구입 도서 목록을 보면 『넘버 2의 미학: 니카이 도시히로의 본심』,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론』, 『자민당 간사장 니카이 도시히로 전기』와 같이 ‘자신에 관한 책’이 과반수를 차지했다. 개중에는 한 권만으로 1000만 엔을 넘는 구입 대금을 지불했던 책도 있다. 자금원은 세금이다. 다른 이의 돈을 써서 자신에 대한 책을 사고, 이를 배포하는 이런 행위를 이 사람은 ‘부끄럽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부끄럽게 여겼다면 애초에 안 했다.

     

    요즘 시대에 이렇게 말하면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헛웃음을 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당신은 긍지란 것이 없는가’라고 말하고 싶어졌다. 니카이 씨는 아마도 자신을 ‘우국지사’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자기인식은 그릇되었다. 지사의 본질은 완력도 금권도 아니고, ‘허리띠 졸라매기’이기에 그렇다.

     

    후쿠자와 유키치는 익히 알려진 『허리띠 졸라매기 설』에 이렇게 쓰고 있다. “오기 부리기라는 것은 애당초 사람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사사로운 정에서 비롯된 것인바, 냉정한 논리로 따져보면 거의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할 수 있어 면목 없는 면도 있지만, 현실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예나 지금이나 이른바 국가라는 목적을 염두에 두고 이를 계속 지켜나가고자 하는 자는, 이렇게 고통을 애써 감수하겠다는 각오에 따를 수밖에 없다.”

     

    후쿠자와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야말로 ‘국가 존망의 요체’라고 말한다. 막부 말기와 유신 시절에, 가쓰 가이슈가 도쿠가와 가문의 명맥이 다한 것을 보고서, “적에게 저항해 보지도 않고서 그저 화친을 강구함으로써 스스로 섬겨온 조정의 숨통을 끊은 것”은 합리적인 방안이기는 하였으되, “수백수천 년 동안 갈고 닦아 온 우리 일본 무사의 기풍에 손상을 입힌 폐단”을 불러일으켰다. 포화 속에 에도 시내를 잿더미로 만드는 것은 피했지만, 사족의 기풍은 잃어버렸다. 손익을 계산해 보면 일본은 엄청난 적자를 낸 셈이라고 후쿠자와는 설한다.

     

    다만 후쿠자와는 일본인 모두에게 그렇게 하라고 한 게 아니다. 『허리띠 졸라매기 설』은 가쓰 가이슈와 에노모토 다케아키에게 보낸 ‘사적인 서신’인 것이다. 당신네같이 예외적인 배포를 가진 인간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왕관의 무게를 감내하고서라도 무사의 도리를 관철함으로써 사직을 지킬 의리가 있지 않았소이까, 하고 쓰고 있는 것이다.

     

    공금의 지출 명세를 보면, 일본 사회지도층의 사전에는 ‘허리띠 졸라매기’라는 문자가 지워진지 오래라는 점을 알겠다. (AERA215)

     

    (2024-05-08 09:46)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아이키도(合氣道)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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