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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의 정치 진출에 관하여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5. 27. 17:26

    여성의 정치 참여가 증가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향후 어떠한 사회적 변화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에 대해 의견을 말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어지간한 여성 의원이 소위 ‘보수’ 언저리에는 있으되, 그녀들이 남성 의원과 차별화된 정치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굳이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 사람들은 여러 차례 남성 의원 이상으로 차별적이거나, 강압적인 모습을 통해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이런 의원이 더 늘어난다 해도, 속 시원한 일은 안 일어난다. 따라서, 처음 질문은 이제 ‘제대로 된 여성 정치가가 늘어남으로써 어떠한 변화가 기대되는가’로 바뀌어야만 의미가 생겨난다.

     

    그러면 이번에는 ‘제대로 된 정치가가 늘어나면 무엇이 바뀌는가’ 하는 물음과 실질적인 뜻이 똑같으므로, 답은 ‘정치가 바로 서는 것’으로 정해진다.

     

    실천적인 문제를 제기하자면, 그것은 ‘제대로 된 여성이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수순을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가 된다.

     

    작년에 있었던 통합 지방 선거 때에, 필자가 알고 지내는 여성들이 몇 입후보하여 당선에 이르렀다. 그들 상당수는 그때까지 시민 운동을 해 오던 이름 없는 시정 사람들이었다. 작금의 정치판을 보고 도저히 ‘못 견디겠다’고 여긴 나머지 스스로 뛰어들었던 것이다. 그녀들의 당선은 그 깊은 뜻이 유권자에게 전해졌기에 이루어진 셈이다.

     

    지바 현 시로이 시, 효고 현 다카라즈카 시, 도쿄도 스기나미 구 지방 의회에서는 여성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사례가 스기나미 구인데, 여성 의원이 이전 선거 대비 15에서 25로 늘었다. 이는 명백히 기시모토 사토코 구청장의 공적이다. 이러한 추세가 다른 지자체에도 확산된다면, 지방 의회에서부터 정치가 바뀌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중앙 정치에의 참여 장벽이 높은 이유 중 첫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이 고액의 공탁금 탓이다(지역구 300만 엔, 비례대표 600만 엔). 조직적인 지원이 없으면 이 공탁금은 소용없게 된다. 이에 비해 정령지정도시 이외의 시의회 선거와 도쿄 23구 구의회 선거에서는 30만 엔이다. 이렇게 되면 이름 없는 시민이어도 ‘제대로 된 정치’를 주장한다면 의석을 얻을 수 있다. 결국, 지방 정치의 경우가 중앙 정계보다도 본연의 민주주의로 기능할 찬스가 많다는 말이다.

     

    정치판이 이다지도 열화된 까닭은, (이상하리만치 낮은 투표율 덕에) 조직표를 확보한 당내 공천 후보라면 인격이나 식견과는 무관하게 당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준 낮은 정치가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유권자는 정치가에 대한 기대가 시들고, 투표 의욕은 감쇄되며, 투표율은 낮아진다. 이 메커니즘의 최대 수혜자가 자민당 세습 의원들이라는 점은 현상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지방 의회에서는 유권자가 인격과 견식을 기준으로 하여 의원을 뽑을 수 있다. 따라서, 우선 지방 의회부터 ‘민주화’를 추진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겠다고 필자는 생각하고 있다. 지방에서 ‘선정’의 실적을 쌓은 의원이 중앙으로 진출하는 식의 교두보가 확보만 된다면, 머지않아 여성 의원이 정계에서도 과반을 차지할 것이다. (『통판생활』 316)

     

    (2024-05-08 09:55)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아이키도(合氣道)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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