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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산도 순방 차제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5. 3. 14:12

    정기적으로 악우(惡友)들과 모여서 하코네 온천으로 탕치(湯治) 요법도 할 겸 마작 치러 다닌다. 50세를 넘겼을 무렵부터 시작한 행사이므로 이제 20년이 다 된다. 줄곧 같은 료칸에 있는, 같은 방에서 묵는다. 다른 조건들을 똑같이 두면, 시간이 지나며 무엇이 변하는지가 선연하게 가시화되기 마련이다.

     

    창업 멤버 네 명 가운데 한 명(필자의 친형)은 이미 과거장(過去帳; 불교 용어 - 옮긴이)에 기명되었으며, 한 명은 인지장애를 앓아 요양원에 있다. 남겨진 두 명(필자와 히라카와 가쓰미 군)끼리 각자 친구를 불러 와 정원을 보충하였음에도, 비교적 젊은 축의 대표 격이었던 오다지마 다카시 씨는 재작년에 돌아가셨고, 샤쿠 뎃슈 선생은 다망하시어 형편이 허락지 않는다. 이번에는 어쨌거나 6명이 모여서, 반쯤 핀 벚나무 아래에서 금기시주(琴棋詩酒)를 즐기는 경지를 모방하고 온 참이다.

     

    하코네 온천이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고 놀랐다. 직전(4개월 전)에 보았던 외국인 관광객은 대부분이 중국에서 온 손님들이었다. 이번 역시 중국인 관광객 수는 비슷한 정도이지만, 그보다 더 많은 수의 비 아시아계(서구인지 호주인지로 추정되는) 관광객이 기차역이며 버스정류장에 붐비고 있었다. 젊은이들로 이뤄진 모둠도 있고, 가족 동반객도 있으며, 깃발을 든 투어 가이드를 따라 줄줄이 따라다니는 중년 단체도 있다. 바캉스 대목에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관광지에서 으레 보아온 광경이다.

     

    코로나 이전의 활기를 그대로 되돌려놓은 듯한 소란스러움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이러구러 역사적인 엔화 약세의 성원에 힘입어 일본 관광지는 ‘경비가 적게 들고, 음식이 맛있고, 치안이 좋으며, 응대 서비스가 훌륭’한 점이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지게 된 듯하다. 손님들이 찾아주심으로 하여 코로나 사태 당시 문자 그대로 ‘두견이가 섧게 울던’ 관광지가 다시금 소생한 점은 경하해 마지않는 바이다.

     

    이 풍경을 보고서 일본이 마땅히 나아갈 미래는 ‘관광 진흥’이 아닐까 했다. 식문화와 접객의 질에 있어서 일본은 의문의 여지 없이 세계 일등이다. 물가가 비싼 게 애로였으나 환율 격차 덕에 일본은 외국 입장에서 ‘몹시 물가가 싼 나라’가 되었다. 예전에 스키장에서 리프트에 같이 탔던 호주 청년에게 어째서 이렇게 먼 곳까지 왔냐고 물어보니 ‘국내 스키장에 가는 것보다 일본까지 비행기로 가는 게 싸기 때문’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아마, 하코네로 모여들었던 관광객들도 ‘스페인이나 이탈리아로 가는 것보다 일본에 가는 게 싸기 때문’에 오신 분들일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이제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자’는 결의를 굳히는 게 어떨까. 온천, 신사와 사찰, 벚꽃이나 단풍 명소, 전통 공연예술, 미주와 미식 등…. 일본에는 전 세계에 자랑할 만한 관광 자원이 있다. 이것들은 하루아침에 생겨난 게 아니다. 천고의 노력으로 일궈낸 성과이다. 여기에 비견할 만한 관광 자원을 보유한 나라는 아시아에 존재하지 않는다. 접객 서비스의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보면 서양을 한참 뛰어넘는다. 그렇게 되고 보면, 전 세계 사람들이 ‘일본에 가고 싶다. 일본에서 휴가를 보내고 싶다. 될 수 있으면 일본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데까지 ‘환대*를 내거는 나라’로 화하는 게 어떨까?

    (* 중동적 개념의 hospitality와 일본적 개념의 ‘오모테나시’를 함께 염두에 두는 것이 독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옮긴이)

     

    중국인 부유층이 일본에 부동산을 구입하는 걸 보고 ‘침략 행위’라고 얼굴을 붉히는 사람이 있다. 오판 말기를 바란다. 그런 사람들은 자산을 옮겨놓을 곳이 ‘될 수 있으면 사회 질서가 안정적이었으면 한다’라고 희망하는 부류이다. 따라서, 만약 중국 정부가 가령 일본과의 관계를 대립적인 방향으로 추진하려는 경우에 그들은 ‘그런 움직임은 멈춰 줬으면 좋겠습니다(저희 집이 거기 있거든요)’ 하고 유화적인 정책을 청원하기 마련이다. 스위스에 있는 은행에 개인 계좌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테러리스트라 할지라도) ‘스위스 침략’에 반대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궁극적인 안전보장은 ‘그 나라가 침략당한다든지 파괴당한다든지 하면 자기 자신이 개인적으로 난처해지는’ 이해관계자들을 전 세계에 가짐으로 하여 이루어진다. 무기를 살 돈이 있으면 그걸로 관광 자원을 충실히 해두는 게 안전 보장상 효과적이겠다고 필자는 생각하는데, 그럴듯하지 않은가? (야마가타 신문 「직언」 49일 자)

     

    (2024-04-15 17:08)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아이키도(合氣道)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주요 저서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 『로컬로 턴!』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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