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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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적 사고」에 대해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 20. 19:36
박동섭 선생이 이런 질문을 하셨다. ‘도서출판 유유’에서 낼 책에 실을 질의응답 가운데 하나다. ー 우치다 선생님이 쓰셨던 『무도적 사고(지쿠마 문고)』 『무도론: 이제부터 갖춰나갈 심신의 자세(가와데 쇼보)』 『내 신체는 머리가 좋다(문춘문고)』 같은 책들을 참말로 흥미롭게, 삼가 읽었사옵니다. 이렇게나 기막힌 논고를 저 혼자만 읽기가 아까운 나머지,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무도적 사고의 참모습’을 한국 독자들에게도 꼭 선보이고 싶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몇몇 출판사에 번역 출간 제안을 해봤습니다. 근데 상대측은 ‘「무도적 사고」요?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라며 단번에 거절해 버리더군요. 아무래도 한국인들한테는 ‘무도적 사고’라는 개념이 익숙지 않아서 그랬을 겁니다. 이 일화를 기화(奇貨)*로 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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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감촉이 드는 말씨: 박동섭 선생으로부터의 질문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 11. 16:10
질문: ‘당연함’, ‘일반인의 관점’, ‘통념’ 이런 것들을, 말하자면 일종의 ‘당연함’을 의장으로 두르는 일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의 많은 사람들에게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것’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어지간한’ 말은 잔잔한 세상에 부합이라도 하겠다는 양, 세상을 구획 짓기도 하고 체계화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말을 쓰는 한 똑같은 구획법, 똑같은 체계화밖에는 이룰 수 없으며, 더구나 그 구획법 자체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가를 묘사할 수는 없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많은 학자는 수월스런 말로는 결코 질문을 던질 수 없는 ‘당연함’, 그 ‘당연함’이 가져다주는 문제점 등을 묘사하기 위해 딱딱하고 꺼칠꺼칠한 학술적 어휘를 구사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딱딱하고 꺼칠꺼칠한 학술적 어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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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의 본질이란 무엇인가?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 5. 20:12
도서출판 유유라는 곳에서 필자의 책을 내주기로 하였다. 일본인인 나에게 한국 출판사가 찾아와 기획 단계서부터 그들이 오리지널하게 제안해서 내는 책이다. 유유출판사 편집자가 보내온 질문에 답하는 구성이다. 이제까지 스무 문항에 답했다. 다음 글은 19번째 질문이다. 어지간해서는 일본 독자가 물으러 오지 않는 스트레이트한 질문이다. ー 선생님께서는 당신의 수많은 저서를 통해 ‘학술’의 중요성을 강조하시고, 또한 그것을 다음 세대에 ‘패스’ 혹은 ‘선물(present)’할 필요성을 역설하십니다. 이번에 저희와 기획하신 이 저서 역시 일종의 중요한 ‘학술’ 활동의 일환일 것입니다. 선생님께서 생각하고 계시는 ‘학술’의 본질이란 무엇인지를 여쭙고자 합니다. 조금 아까 제가 생각하고 있다는 ‘문무 양도(文武兩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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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루이 도키치 「대동 합방론」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 2. 19:03
(옮긴이 일러두기: 다음 글에서의 樽井藤吉 저 『大東合邦論』 발췌문의 번역은 김동희, 김윤희 역, 『대동합방론』 , 전주 : 흐름(흐름출판사), 2020을 준용하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한 면수 표기는 졸생이 하였습니다.) 을 저술하고 있는 도중, 행론(行論)**의 필요로 다루이 도키치의 을 조술(祖述)***하게 되었다. 이 두 문헌은 한데 엮을 수 있는 논고이며, 또한 다루이의 사상과 그에 연관된 ‘아시아주의’의 구도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되므로, 이 부분만을 사전에 공개하는 바이다. ー * 곤도 세이쿄: 1868~1937. 사상가, 제도학자. 제국주의 노선에서 탈피, 고대 중국의 사직 봉건제를 이상으로 하는 농본주의를 제창하였는데, 이는 아시아 제국(諸國)의 자연적 자치를 주장하는 데에 이르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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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엑스포 유치를 중단하라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12. 29. 12:36
오사카・간사이 세계박람회를 개최하기 위한 정부 지출 명세의 ‘전반적인 구도’를 일본 정부가 제시했다. 기반시설 정비에 8,390억 엔, 전시장 건설비 등 직접비용에 1,647억 엔(전시장 건설비 783억 엔, 일본관 360억 엔, 개발도상국 지원 240억 엔, 기타 경비 199억 엔, ‘엑스포 기운 배양(培養)’에 38억 엔, 유치 비용 27억 엔 등). 그밖에 간접인프라 정비에 약 9조 엔, 각 부처 사업비 3.4억 엔 등으로 드러났다. 제정신이라고 보기 어렵다. 반년 동안만 개최되는 ‘축제’에 10조 엔이 넘는 공적 자금이 투입된다. 엑스포에 의한 경제 파급 효과가 처음에는 6조 엔이라고 하였으나 차차 줄어들어 2조 엔이 되더니, 이제는 언급조차 사라졌다. 한편으로는 천문학적인 세금이 이런 ‘실패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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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톰 포 머니 『電通』 (3/3)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La miseria y el esplendor 2023. 12. 27. 13:11
언론 검열이 원자력발전 분야에 이르게 되면 기업의 마수가 주간지나 지방 신문에까지 뻗치게 된다. 물론 후쿠시마에서 원전 사고가 일어나고 난 뒤부터는 광고를 섣불리 낼 수 없다. 하지만 덴쓰에게 있어서는 이것이야말로 새로운 사업 기회가 도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후쿠시마 현의 농산물 홍보다. 티브이 광고, 신문 광고, 포스터 광고 등등. 후쿠시마 현 당국은 복숭아, 쌀, 토마토 등의 농산물을 주제로 유명 가수를 앞세우며 ‘후쿠시마의 자부심’ ‘후쿠시마는 활기차다’ 라는 표어를 내거는 이 홍보에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 이 모든 복마전에 일본의 일등 광고대행사 덴쓰와 그 자회사가 관여하고 있다. 덴쓰PR의 홍보부장 후지이 교코 씨에 따르면, 중앙부처인 경제산업성의 계약도 따 냈다는 것이다. “저희는 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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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츠는 일본의 언론을 지배하고 있는가?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La miseria y el esplendor 2023. 12. 27. 13:05
“You can’t connect the dots looking forward; you can only connect them looking backwards.” - 스티브 잡스 (옮긴이 일러두기: 2016년에 작성된 프랑스어 원문을 일본어로 번역한 것을 시간이 꽤 흐른 뒤 한국어로 아래와 같이 중역하였다.) ‘덴쓰는 일본의 언론을 지배하고 있는가?’라는 제목을 단 프랑스의 인터넷 뉴스 기사를 번역해 둔다. 기자는 Mathieu Gaulène이며, 2016년 5월 13일에 게재되었다. 한가할 때에 글을 조금씩 옮기고 보니 A4 용지 8장, 7,000자 쯤 되는 장문의 기사가 나왔다. https://larevuedesmedias.ina.fr/le-publicitaire-dentsu-tire-t-il-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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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새로운 전시체제> 글쓴이 소개문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12. 19. 17:44
어느 매체로부터 시라이 사토시 씨와 쓴 대담집 새로운 전시체제(新しい戦前)>에 관한 소개 글 기고 요청을 받았다. 매체의 주요 독자 특성상 교장과 교감선생님들을 염두에 두며, 다음과 같이 썼다. 책 내용 주목받는 신예 정치학자 시라이 사토시 씨와 함께 낸 세 번째 대담집이다. 출간쯤 때마다 당면해 있는 시사적 주제를 논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 위기, 아베 정권 결산, 인구 감소, 가속주의, 성 다양성, 정체성 정치, 교육 문제 등을 논했다. 이 책에서 가장 말하고 싶었던 점은, 시라이 씨와 필자가 함께 품고 있는 현실 인식인데, 이는 다음과 같다. “일본은 미국의 속국이다. 일본의 통치 체제가 내포하고 있는 온갖 뒤틀림은 일본 국민이 그 사실의 직시를 기피하고 있는 데서 일어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