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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엑스포 유치를 중단하라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12. 29. 12:36
오사카・간사이 세계박람회를 개최하기 위한 정부 지출 명세의 ‘전반적인 구도’를 일본 정부가 제시했다. 기반시설 정비에 8,390억 엔, 전시장 건설비 등 직접비용에 1,647억 엔(전시장 건설비 783억 엔, 일본관 360억 엔, 개발도상국 지원 240억 엔, 기타 경비 199억 엔, ‘엑스포 기운 배양(培養)’에 38억 엔, 유치 비용 27억 엔 등). 그밖에 간접인프라 정비에 약 9조 엔, 각 부처 사업비 3.4억 엔 등으로 드러났다. 제정신이라고 보기 어렵다.
반년 동안만 개최되는 ‘축제’에 10조 엔이 넘는 공적 자금이 투입된다. 엑스포에 의한 경제 파급 효과가 처음에는 6조 엔이라고 하였으나 차차 줄어들어 2조 엔이 되더니, 이제는 언급조차 사라졌다. 한편으로는 천문학적인 세금이 이런 ‘실패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되는 이벤트’에 쏟아부어진다. 다시금 말하는데, 제정신이라고 보기 어렵다.
대관절 ‘기운 배양에 38억 엔’이 무슨 말인가? 개최일까지 500일 남았건만 ‘기운’이 하나도 끌어올려지지 않은 현실을, 이 지출 항목의 존재 자체가 의심의 여지 없이 노정하고 있다. 산케이신문 계열 여론조사에 따르면 ‘꼭 가고 싶다’가 14.4%(반년 전보다 7.0%포인트 감소), ‘갈 생각이 없다’가 33.5%(19.8%포인트 증가)로 나타난 바, 절망적인 싸늘함만이 드러났다. ‘기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케 하려는 자그마치 38억 엔이라는 돈을 어디에다 쓸 작정일까? ‘기대가 되네요~’라며 연예인들이 거짓 웃음을 짓는 공허한 티브이 광고를 남발할 텐가, 전국에 선전 차량이라도 내보낼 텐가.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으니, 기운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좋은 말로 할 때 각오를 다잡고서 ‘엑스포 중단’을 결심할 일이다. 아직도 우크라이나에서는 전쟁이 지속되고 있으며, 가자지구에서는 시민들이 학살당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오사카까지 가서 요란한 축제 소동을 벌이고 싶은 사람이란, 일본은커녕 세상 어디에도 없다.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벤다’라는 말을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주 하는데, 그러한 언명에는 아무런 합리적 근거도 없다. ‘그것이 가져다줄 실익보다도 리스크가 더 클 것으로 예측되는 프로젝트’는 누가 뭐라고 하든, 그만하는 것이 맞다. 자칫 이 얘기를 꺼낸 인간이 체면을 된통 구기게는 되겠으되, 이제까지 투입한 자금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게 불 보듯 뻔하다면, 그만하는 것이 맞다.
복지나 교육, 의료 분야 예산 얘기만 나오면 ‘재원이 부족하다’라며 재수 없게 구는 재무성이 무슨 까닭인지 진짜로 ‘하수구에 돈을 내다 버리는 대축제’에만은 빚잔치를 벌이는 그 영문을 통 알 수가 없다. 이에 관한 합리적인 설명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다면 필자에게 가르쳐 주기 바란다.
넷플릭스를 통해 <FYRE>라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바하마의 무인도에서 셀럽들과 함께하는 호화로운 음악 페스티벌이 열릴 예정이었으나 식사 문제, 화장실, 숙박시설, 출연 아티스트와의 계약 등 모든 것이 준비 부족으로 중단되었던 이벤트이다. 값비싼 표를 사고서 비행기로 날아든 손님들은 난민이나 다름없는 취급을 받는 적반하장 신세에 몰렸다. 기획자는 사기죄로 체포당했다.
하지만 이 행사를 홍보하려고 기획 초기 단계서부터 다양한 장면을 촬영해 놓았던지라 이를 소재로 하여 다큐멘터리가 한 편 만들어진 것이다. 정말이지 흥미로웠다. ‘오사카 엑스포’같은 경우에는 상궤를 벗어난 규모의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질지도 모를 일이라고 영국 매체는 보도했다. 확실히 엑스포 위원회가 이걸 만들어 팔면 적자를 얼마간 보전할 수도 있겠다. 검토해 보기를 강력히 권한다.
(2023-12-27 09:52)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아이키도(合氣道)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저서 <일본의 「오늘」을 독해하기> <저잣거리의 미중론(美中論)>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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