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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새로운 전시체제> 글쓴이 소개문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12. 19. 17:44
어느 매체로부터 시라이 사토시 씨와 쓴 대담집 <일본의 새로운 전시체제(新しい戦前)>에 관한 소개 글 기고 요청을 받았다. 매체의 주요 독자 특성상 교장과 교감선생님들을 염두에 두며, 다음과 같이 썼다.
책 내용
주목받는 신예 정치학자 시라이 사토시 씨와 함께 낸 세 번째 대담집이다. 출간쯤 때마다 당면해 있는 시사적 주제를 논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 위기, 아베 정권 결산, 인구 감소, 가속주의, 성 다양성, 정체성 정치, 교육 문제 등을 논했다.
이 책에서 가장 말하고 싶었던 점은, 시라이 씨와 필자가 함께 품고 있는 현실 인식인데, 이는 다음과 같다. “일본은 미국의 속국이다. 일본의 통치 체제가 내포하고 있는 온갖 뒤틀림은 일본 국민이 그 사실의 직시를 기피하고 있는 데서 일어나고 있다.”
우리가 이런 책을 십 년 이상 써 왔음에도, 이러한 현실관이 ‘일본의 상식’에 등록되는 일은 어지간해서는 없다. 그만큼 강력한 억압이 가해지고 있다는 뜻이리라.
하지만 일본의 시급한 국가적 과제는 누가 뭐라 하든 ‘국가 주권 회복’과 ‘국토 회복’이다. 일본은 여전히 ‘반(半)독립국’이며, 외국 군대가 반영구적으로 국토의 일부를 점유해 오고 있다.
일본 헌법 상위에 일미 안보 조약이 있고, 일본 정부 위에 주일 미군이 있으며, 일본 총리 위에 미국 대통령이 있다. 이러한 모순된 구조ー미국 입장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속국을 지배하기 위한 체제’ー가 80년 가까이 이어져 오고 있다.
물론 이러한 뒤틀림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되어온바, 어느새 일본의 국민 성격에 깊이 내면화되어 있으므로, 이를 하루아침에 바로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병식(病識)’을 가져야지만 비로소 치료가 시작된다.
교육인들에게 제언
교육계 관련자들에게 특히 전하고 싶은 말은, 1997년 중앙교육심의회 의견서 발표 이래 교육 정책에 채용되어 온 ‘자아를 찾는 여행’이라는 아이디어가, 미국산 ‘정체성 정치’ 이데올로기의 여파에서 비롯하였다는 점이다.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교육 방법은 ‘수행’이다. ‘선학을 따라, 무한 소실점과 같은 목표를 향해, 연속적인 자기 쇄신을 이루는 것’이다. 이는 ‘진정한 자신을 찾아 나서는’ 것과는 방향이 완전히 다른 작업이다.
정체성 정치에 의하면,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아내기만 할 시에 인간은 그 잠재적 자질을 극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 따라서 진정한 자신과 만날 수만 있다면 인생 목표의 대부분이 달성된다’는 사고방식을 주장한다. 그러한 인간 이해 관점에도 분명히 일리는 있다. 하지만 널리 일반성을 요구할 만한 것은 못 된다. 적어도 필자가 수행하고 있는 무도(武道)적 인간관과는 거의 부합하지 않는다.
교육계 관련자들은 이러한 ‘자아 찾기’와 관련된 시라이 씨와의 대화와 함께 ‘LGBT와 다양성’에 관한 의논을 특히 읽어주기를 바란다. 사춘기의 경우, 성 정체성의 동요는 아이들에게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며, ‘어떤 젠더가 될 것인가’를 조급하게 확정하게끔 아이들을 채근하는 것은, 아이들의 성적 성숙에 무익하거니와 오히려 유해하다. 성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은 다분히 사회 구축적이어서, 가정 환경이나 미디어의 영향에 의해 바뀐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성 정체성의 혼란’을 허용하는 관용적인 사회를 정비하는 것이 아이들의 성숙에 필요 불가결하다.
책 속에서 교육인들에게
“『학력』이란 『배우는 힘』을 의미합니다. 『살아가는 힘』과도 같습니다. 이것은 수치를 통해 계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다른 사람과 견주는 것 또한 아닙니다. 메마른 스펀지가 물기를 빨아들이는 것과도 같이, 경험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지적 자양분을 흡수(吸收)할 수 있는 능력을 일컫습니다.” (166쪽)
(2023-12-19 06:25)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아이키도(合氣道) 개풍관 관장.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저서 <일본의 「오늘」을 독해하기><저잣거리의 미중론(美中論)>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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