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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0 거짓말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11. 17. 06:59
교토대 교수가 제자 뻘인 여성 연구자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사 강단에서 쫓겨난 뒤, 도망쳐 들어간 사찰에까지 추격당하고, 이제는 하는 수 없이 주간지나 신문에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는 사건이 있었답니다. 5년 전쯤 일입니다만) 이런 얘기는 본질적으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으로 영화 라쇼몽의 원작이 되기도 하였다 - 옮긴이) 인 것이라서, 피의자인 교수의 주장과 피해자인 여성의 주장 중 어느 쪽이 사실인지는 누구도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완전히 결백한 사람에게는 이러한 사건이 보통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들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에서는 도적과 무사(의 망령) 그리고 그 아내 세 명이 강간치사 사건에 대해 각기 다른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도적은 결국 처형된다. 설령 다조마루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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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총선 결산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11. 14. 18:09
총선이 끝나고 난 뒤 여러 매체에 선거 결산에 관한 글을 썼다. '쟁점은 무엇인가?' '야당 연합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여성 의원은 어째서 소수인가?' '젊은이는 왜 투표를 하지 않는가?' 등의 4가지 시점에서 썼다.'선거의 쟁점' AERA 11월 4일선거 전에 몇몇 매체가 '총선의 쟁점은 무엇이었는가?'를 물어왔다. 코로나 대책이 긴급한 쟁점이 되었어야 했을 터인데, 8월 중순을 정점으로 확진자는 급감했다. 어째서 이렇게나 줄었는지 만나는 의사들마다 묻고 다녔는데, 모두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감염이 마무리된 이유를 모르므로 정부의 코로나 대책에 관한 평가에 대해서도 과학적인 비판을 아직은 내릴 수 없다. 그래서 코로나 정책은 쟁점이 되지 못한다.야당은 경제적인 지표를 들며 일본의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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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헌법 이야기 (좀 깁니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11. 11. 07:02
인제 나오는 소프트뱅크 신서 에 헌법에 대해 과거에 블로그에 올렸던 문장을 다시금 몇 꼭지 실었다. 아래 글은 그 중 하나다. 그런데 서적화를 하려다 보니 대폭 가필을 하였는데, 본래의 갑절이 되었다. 오늘은 11월 3일. 제 75회 일본국헌법 제정일이다. 지금 다시 헌법을 생각한다. 필자가 헌법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극히 심플하다. 그것은 바로 현대 일본국헌법은 '공백 단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공백 단어를 꼭 채워넣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일본국헌법이 내세운 여러가지 이상은 단순한 개념일 뿐이다. '그림의 떡'이다. 이 공허한 개념을 일본 국민인 우리들이 '육화'시켜, 생명을 불어넣는 그러한 작업이 필수적이다. 헌법은 쓰여진 것 자체로 완성된 게 아니다. 헌법을 완성시키는 것은 장기간에 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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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약속된 장소에서) "가와이 하야오 씨와의 대담"인용 2021. 11. 8. 07:00
하야오 (…) 그런 자리에 앉아 그런 식으로 행동하다보면 판단력이 굉장히 예리해집니다. 물론 터무니없는 잘못도 하죠. 잘못도 저지르지만, 그래도 직감적으로 단번에 알 수 있는 부분도 상당히 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 그렇게 쉽게 당하는 겁니다. 우리 같은 사람도 한눈에 이런저런 일을 훤히 꿰뚫어보는 경우가 자주 있어요. 정말 그래요. 하루키 그런 카리스마적인 직감력은 히틀러도 갖고 있었죠. 군사전문가가 꿰뚫어볼 수 없는 것을 수없이 간파해서 전쟁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다거나. 하야오 바로 그겁니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아니었죠. 운동선수도 그래요. 계속 승승장구할 때가 있죠. 그럴 때는 ‘질 거라는 생각이 안 든다’ 고 합니다. 도저히 역전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도 ‘결국 난 이긴다’ 고 확신하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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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0 출가를 권함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11. 5. 07:01
좀 된 일인데, 천태종의 말사 주지가 부족한 탓에 ‘동자승’을 공개 모집한다는 기사가 신문에 실렸었다. (일본 불교의 - 옮긴이) 승려는 대부분의 경우 세습이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가업 잇기를 꺼리는 젊은이도 많다. 자연히 무주 말사가 늘고, 스님들은 한 사람이 여러 절과 단가를 살피는 격무로 몸이 남아나지 않는다. 그래서 널리 후계자를 구하며, 종단의 유지에 힘쓰고 있다는 사연이다. 읽으면서 앞으로 ‘중’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보면 사이교라든가 요시다 겐코라든가 구마타니 나오자네라든가 하는 옛적부터, 인생의 신산함을 맛본 중년 남자가 불현듯 속세를 버리고 출가해 중이 된 패턴은 적지 않다. 속세의 악덕에 경을 치고 난 뒤 머리를 깎고 전국을 유랑하며 노래를 읊는다든가,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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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축사회를 위하여>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11. 2. 07:02
쇼분샤에서 (가제)라는 앤솔러지를 내게 되었다. 편저자는 언제나 그렇듯 본인. 수십 명이나 되는 분들께 원고 청탁 이메일을 보냈다. 과연 몇 분이 응해 주실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래가 본인의 원고 의뢰문이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치다 타츠루입니다. 쇼분샤 안도 아키라 씨를 통해 제 편지를 받으셨으니, '아 이번에도 원고청탁이구나' 하고 여러분은 떠올리셨으리라고 봅니다. 생각하신 대로입니다. 이번에는 라는 주제로 원고청탁입니다. 우선 편집 취지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얼마 전 나라(奈良) 현립대학에서 을 중심으로 한 심포지엄이 개최되었습니다. 대학 측을 대표해 호리타 신고로 선생의 '지금, 수축적 지성의 필요성을 묻는다'라는 모두발언이 있었고, 이어서 저와 미즈노 가즈오 선생이 강연한 뒤, 전원이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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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결과를 예측해 보았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10. 27. 20:26
오늘은 10월 26일. 총선 투표까지 5일 남은 날. 이 판국에 총선 결과를 예측했다. 이기든 지든 5일 뒤에는 결과를 알 수 있다. 빗나간다면 불찰을 비웃어주기 바란다. 자민당은 단독 과반수 233석에 다다르지 못한다.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 가까스로 과반수다. 이번에는 입헌민주당, 공산당, 국민민주당, 레이와신센구미 등 야당 4당의 공동투쟁이 빛을 발해, 여야당 경합이라는 의석 구성을 이룬다. 유감스럽게도 정권교체는 아니다. 자민당으로서는 이번 선거의 호재가 될 조건이 몇 개 있다. 원래대로라면 올림픽으로 축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고 난 직후 총선에 무작정 달려들 셈속이었으나, 이루지 못했다. 확실히 언론을 이용해 개최중에는 가짜 열광을 만들어냈음에도 끝난 뒤에는 코로나 5파 감염폭발이 도래해,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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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의 세계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10. 26. 07:01
어느 모임에서 ‘코로나 이후의 세계’라는 강연을 1시간 정도 했다. 현장의 활자화본이 도착했다. 일반인들에게 노출되지 않는 매체인 탓에, 여기에 다시금 써둔다. 들어가며 모처럼이니만큼, 오늘은 될 수 있는 한 다른 사람들이 말하지 않을 만한 것들을 말하고자 합니다. 제목은 ‘코로나 이후의 세계’입니다. 이 ‘코로나 이후의 세계’라는 개념은 중립적인 것으로 간주됩니다만, 사실 어느 정도는 논쟁적인 것입니다. 코로나 유행이 시작된 지 1년 반이 지났습니다만, 세상에는 ‘코로나 이후의 세계’라는 프레임으로 사고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코로나는 감기일 뿐이다. 걸릴 사람은 걸린다. 죽을 사람은 죽는다. 그로 인해 세상은 바뀌지 않을 뿐더러 바뀌어서도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