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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축사회를 위하여>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11. 2. 07:02
쇼분샤에서 <수축사회를 위하여撤退のために>(가제)라는 앤솔러지를 내게 되었다. 편저자는 언제나 그렇듯 본인. 수십 명이나 되는 분들께 원고 청탁 이메일을 보냈다. 과연 몇 분이 응해 주실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래가 본인의 원고 의뢰문이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치다 타츠루입니다.
쇼분샤 안도 아키라 씨를 통해 제 편지를 받으셨으니, '아 이번에도 원고청탁이구나' 하고 여러분은 떠올리셨으리라고 봅니다. 생각하신 대로입니다. 이번에는 <수축사회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원고청탁입니다. 우선 편집 취지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얼마 전 나라(奈良) 현립대학에서 <수축학撤退學>을 중심으로 한 심포지엄이 개최되었습니다. 대학 측을 대표해 호리타 신고로 선생의 '지금, 수축적 지성의 필요성을 묻는다'라는 모두발언이 있었고, 이어서 저와 미즈노 가즈오 선생이 강연한 뒤, 전원이 토론했습니다. 토론 내용을 여기서 자세히 전하지는 않겠습니다만, 향후 일본의 '수축'은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지에 대해 대학인이 제기한 문제의식들을 제가 기꺼이 고찰해봤습니다. 이렇게 말은 했습니다만, 국력이 쇠잔해져가는, 보유한 국민 자원이 점점 줄어들어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수축'은 매우 중요한 논의사항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이에 대해 논하기를 꺼려합니다. '수축하는 일본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중지를 모아 논해보려는 기운이 일어나지 않고 있어요.
현재 여러가지 지표가 일본의 국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역사적 조건에 따라, 일국의 국력이 향상된다든가 저하한다든가 하는 일은 '일상 다반사'입니다. 조금도 별난 일이 아닙니다. 놀랄 것도, 화낼 것도, 슬퍼할 것도 없습니다. 사실로써 묵묵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국력이 저하되고 있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겠는가' 의논하는 일 그 자체를 기피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비정상입니다. 병에 걸리는 것은 '곧잘 있는 일'입니다. 병에 걸리면 그 원인이나 증상, 치료법을 생각해보면 됩니다. 하지만 병에 걸렸는데도 '거기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 것'은 정상이 아닙니다. 그러면 병이 한층 깊어질 뿐입니다. 지금 일본은 그런 상황에 가깝게 보입니다.
현재 일본 정부 내에는 '국력 저하 현상을 모니터링하고, 그 원인을 규명하며, 효과적인 대책을 기안하기 위한 센터'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개별적으로는 저출생을 해결해 보겠다, 경제성장을 꾀하겠다, 군사력을 증강시키겠다 등의 '확대 지향'적 정책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만, 전체적 추세로서의 국력 쇠락 현상과 그 미래를 '종합적, 부감적'으로 검토하는 부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제가 '수축'을 말하는 이유는, 이러한 국력 쇠락 현실에 적절히 대응하고자 그리 하는 것입니다. 살이 빠져 허리둘레가 줄어들었다면 벨트 구멍을 하나 정도 끌른다든가, 추위가 느껴지면 옷을 두껍게 입는다든가, 그런 종류의 것입니다. 비 정서적이면서도 계량적인 지성을 작동시켜야 할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아이디어들이 제도적으로 기피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수축'을 논하는 장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를 몇 개 정도 들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로 '일본의 국력은 딱히 쇠약해지지 않는다. 일본의 시스템은 잘 돌아가고 있으며, 수정이나 개량의 여지가 없다'는 사고방식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국정을 맡아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시스템을 수정하거나 개량하는 일은 우선 시스템에 하자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시작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위정자들은 '실정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금껏 막무가내로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잘못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취함으로써 장기 집권을 사수해왔습니다. 그러므로 '결코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성공 체험으로써 내부에 각인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수축'을 둘러싼 논의는, 이제까지 채택되어 왔던 정책의 옳고 그름에 대한 정밀한 점검 없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것은 현재 지도층을 형성하고 있는 사람들이 '세상없어도 절대 하지 않겠다' 하는 일인 겁니다.
두 번째 이유는 조금 복잡합니다. 그것은 위정자들 자신도 '일본은 앞으로 점점 쇠락해간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로 인정하고 있으며, 그 원인도 이해하고 있고, 거기에 대한 대책도 이미 강구해 놓았지만, 그 프로세스를 국민에게 공개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수축' 문제는 이미 정부 내부에서 철저하게 검토되어왔으며, 정책도 결정되어 있을 게 뻔한데 그 사실 자체가 은폐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럴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현재 일본 위정자들의 지성과 윤리성에 대해 저는 그다지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지금 일본이라는 나라가 '국력이 증대되고 있다'는 치명적인 판단 착오를 범할 정도로 지적인 결함이 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충분히 알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원인의 상당 부분이 과거 30년 동안의 실정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가장 긴급한 정치적 과제가 '줄어들고 있는 국민적 자원을 누구에게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당연하게도 자신들 나름대로의 '수축 전략'을 애저녁에 구상해놓고 있어요. 그 정도의 지혜가 없으면 통치기구를 컨트롤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공개적으로 이슈화하고 싶어 하지 않아요. 그렇다 함은, 그것이 상당히 불공정한 국민 자원 배분 계획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들이 지금까지 보여왔던 사고와 행동의 패턴을 떠올려보면, 그것은 신자유주의적인 '선택과 집중'에 매우 철저히 입각해 '강자에게 모든 자원을 몰아주고 약자는 나몰라라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 약육강식적 해법 이외의 것을 위해 지혜를 짜낼 의지가 있을 정도의 윤리성을 일본 지도층이 갖추고 있으리라고는 저는 기대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승자 독식'이라는 '수축' 전략을 지금 공개해버리면 대다수 국민의 분노를 사게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렇게나 많은 유권자의 분노를 사면 정권의 유지가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침묵합니다.
어떠한 국민적 합의형성도 거치지 않고서, 정부 내부에서 '수축 계획'을 이미 기안하고 난 뒤, 착착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려서 이제는 정부 주도의 '수축 계획' 말고는 선택지가 없어진 시점에 비로소, '일본은 가라앉고 있습니다. 이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도는 이것밖에 없습니다' 하고 쥐었던 손을 펴보입니다. 그러한 시나리오가 만들어져 있으리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어떤 '시나리오'인지는 따로 쓰고자 합니다. (옮긴이 주: 도시를 다시금 위대하게, 은밀하게 지방 죽이기 - 우치다 타츠루)
제가 말하는 방식이 적잖이 비관적이다거나, 일본의 하향 과정을 비교적 과대표현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고 있는 분도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일본의 미래에 관해 낙관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는 것입니다.
국력 쇠락의 첫째이자 최대 요인은 '인구 통계'입니다. 일본의 총인구는 2004년에 정점을 찍고 나서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21세기가 끝날 무렵에는 1910년대의 러일전쟁 무렵 수준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습니다. 인구 추계 도표를 보면 1900년부터 2000년까지 늘어난 양만큼 똑같이 2100년까지 감소하는데요, 이러한 인구 추계 그래프는 멀끔한 좌우대칭 종형 곡선을 띠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2100년의 인구 예측은 고위추계 6480만 명, 중위추계 4771만 명, 저위추계 3770만 명입니다. 지금이 1억 2천600만 명이므로, 중위추계로 치더라도 80년 사이에 7000만 명 이상이 줄어드는 것은 기정사실입니다. 연간 90만 명이예요. 매년 현(縣)이 하나씩 없어지는 속도입니다. (일본에는 지방자치단체 단위로서의 43개 현이 있음 - 옮긴이)
감소된 인구는 해외 이민으로 채우면 된다는 의견도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현재 일본 거주 외국인은 290만 명을 넘지 않습니다. 팬데믹 때문에 외국에서 오는 이주자 수가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게다가 입국관리국 문제*로 드러난 바와 같이, 일본 사회는 '이방인'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처참할 정도로 낮습니다. 일각에서 '다양성과 포섭'이라는 간판만큼은 번듯이 내걸었는데요, 죄송한 말씀이지만 현재 일본인은 인종, 국적, 언어, 종교, 생활문화가 다른 '타자'들과 공생할 수 있을 정도의 시민적 성숙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러한 시민적 성숙이 긴급히 필요하다는 시민적 합의조차 없습니다. 그러한 나라가 인구 감소를 이민으로 보충할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 스리랑카 출신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가정 폭력 피해를 탄원하고자 경찰의 도움을 요청했는데, 곧장 법무성 입국관리국 시설에 수용되었으며 2021년 3월 그곳에서 사망한 사건 - 옮긴이)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가 일본 국력 쇠락의 최대 원인입니다. 이것은 잔재주같은 정책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기본 조건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똑같은 '수축' 문제는 향후 다수의 선진국에서 일어나게 됩니다. 일본을 이어 2027년에는 중국의 인구가 정점에 도달해, 이후 연간 500만 명 추세로 인구가 감소합니다. 그 규모와 속도가 일본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중국의 중위연령은 현재 37.4세로 미국과 동일합니다만, 2040년에는 현재 일본 수준(48세)에 달합니다. 한국도 2019년에 5165만 명을 끝으로 감소세로 전환했습니다. 고령화 비율도 2065년에는 46%에 달해, 일본을 제치고 OECD 국가들 중 노인국 선두에 서게 됩니다. 전 세계 어디든 사정은 비슷한 겁니다.
분명한 것은 일본이 세계에서 가장 빨리 고령화사회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 함은, '아이들이 더는 태어나지 않고 노인만 가득한 나라'임에도 사람들이 굴하지 않고 어떻게든 풍족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게끔 제도를 설계하는 데 있어서 일본은 세계를 대상으로 '모델'을 제시할 의무가 있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수축' 전략에 있어서만큼은 '일본을 봐라, 일본은 저렇게 해서 수축 국면에서 연착륙하는 데 성공했으며,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사례를 세계에 전파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일본은 저렇게 해서 수축에 실패했다'는 '반면교사'를 제시하는 길밖에는 세상에 보탬이 되지 않을 듯합니다.
원고 청탁문이 너무 길어졌으니 이제 슬슬 마치려고 합니다. 이상과 같은 현실 인식을 근거로 여러분이 자유로이 '수축'을 논해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현실 인식이 저와는 다른 분도 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축따윈 필요 없다'는 의견도 물론 환영입니다. 필진 모두가 될 수 있는 한 다양한 시점에서, 독자적인 '잣대'를 통해, 이 문제를 종횡으로 논해주실 때 독자에게 이바지하는 바가 가장 클 것이기 때문입니다.
원고를 청탁드린 분들은 모두 바쁘신 분들이기에, '시간적으로 살짝 무리'인 점도 있을 것이고, 편집 취지가 살짝 맘에 안 들 수도 있으므로 '안 쓰겠습니다' 하는 경우에는 마음 놓고 거절해주셔도 무방합니다.
기나긴 편지를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디 여러분의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2021년 10월
우치다 타츠루
(2021-10-27 09:40)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内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간 <원숭이처럼 변해가는 세상> <길거리에서 논하는 한일관계론>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http://blog.tatsuru.com/2021/10/27_094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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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변
이 글의 원래 제목은 「撤退のために」 입니다.
撤退의 한국어 번역으로 적당한 후보군은 후퇴, 퇴각, 철수 등이 있겠습니다만, 비슷한 담론인 <수축사회>가 한국인 저자에 의해 간행되어 있으므로 편의상 이해를 돕기 위해 '수축' '수축사회'라는 어휘를 부득이 채택했습니다.
글에서도 나와있는 바와 같이, 철퇴든 수축이든 이 개념은 일본, 동아시아, 소위 선진국 더 나아가 전 세계가 직면한 문제임을 독자 제현께서도 익히 이해하시는 바가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번만큼은 개념어 대치에서 얻을 수 있는 효용이 원어 그대로 해석했을 때의 그것을 상회한다고 판단하여 그렇게 번역하였습니다. 기회가 닿는 대로 더 효과적인 전달방책에 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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