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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에 관한 개인적인 추억 그리고 소소한 감상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12. 11. 07:00
필자가 를 손에 들게 된 것은, 1966년 가을 때 일이었다. 그때 일은 반 세기 가까이 지난 지금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이 책을 길잡이 삼아, 필자는 지적 성숙의 한 단계를 올라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얘기를 시작해보자. 그때, 필자는 입시 명문 도쿄도립 히비야 고등학교의 교지편집부라는, 그렇게 제멋대로일 수가 없을 고등학생들의 집합처 같은 동아리의 1학년이었다. 선배들은 헤겔과 마르크스, 프로이트, 사르트르같은 고유명사를 마치 옆반 친구 부르듯이 예사로 입에 담았다. 필자는 게서 언급된 사람들에 관해 가까스로 인명사전 수준의 지식만 갖고 있었지, 그들의 책을 직접 읽어본 적은 없었다. 더욱이 토론을 하며 그중 한 구절을 타이밍 좋게 인용하는 지적 곡예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이러한 압도적인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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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 전원 대학 입학 시대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12. 8. 07:00
어느 입시학원 자료에 의하면, 이르면 2008년 께 '대학 지원자수'와 '대학 정원'의 수가 같아진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그때가 되면 '어디어디 대학이 아니면 안간다'고 칭얼대지만 않을 시, 수험생 전원이 경사스럽게도 대학생이 될 수 있다 하는 '전원 대학 입학 시대'가 도래한다는 의미다. 전원 대학 입학. 그것이 어떠한 사태를 의미하는가 한번 생각해보고 싶다. 필자가 중학생이었을 때, 도쿄 도내의 평범한 공립 중학교에서는 학급 50명 가운데 10명 가까운 인원이 중졸로 취직했다. 이때 당시 토요일에 학교 파하고 집에 와서 봤던 한 TV 코미디에는 자기 아들이 고등학교에 다니는 것을 주변에 자랑하는 아저씨가 나왔다. 그렇다 함은 확실히 60년대까지는 '고등학생'에게 '선량함'이라는 플러스 가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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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0 꿈과도 같은 싱글 중년 생활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12. 5. 07:00
'중년 싱글 생활 평론가' 세키가와 나쓰오에 의하면, 남자가 살아야 할 올바른 삶의 방식은 "평범하게 결혼, 그러고 나서 평범하게 이혼. 이렇게 딸만 데리고 부녀 둘이서 사는 것. 이것이 인생의 베스트 초이스"인 모양이다. (에서) 세상에나, 나는 눈치 채지도 못하는 사이에 '인생의 베스트 초이스'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생이 참으로 즐겁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이유 때문이었나. 하지만 '딸과 나'의 중년 싱글 생활이라는 것에 대한 동경으로 말할 것 같으면,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필자가 아직 이십대였을 적, 딸이 태어나기 한참 전에 이미 필자의 내면에 생겨난 듯하다. 필자에게 '딸과 나'라는 꿈의 생활을 결정적으로 주입시켜준 것은 누군고 하니 영화감독 오즈 야스지로이다. 필자의 All Time Fav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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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0 뇌사와 장기이식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12. 2. 07:00
애드거 앨런 포의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장편 중에 이라는 작품이 있다. 다 읽고 난 뒤에는 개운치 않은 느낌이 드는 이상한 맛의 공포소설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이야기'라는 사람도 있다. 그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최면술사인 '나'는 '임종을 맞은 인간에게 최면술을 걸면 어떻게 될까' 라는 의문을 품고 있다. 극도의 폐결핵에 잠식당해 여명이 얼마 남지 않은 발데마르 씨가 기특하게도 '나'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기 위해 임종의 때에 최면술을 시술할 수 있도록 허락한다. 시술이 성공하고 빈사의 남자는 임종의 자리에서 잠에 들어, 잠이 든 채로 숨을 거둔다. 그랬을 터이나 수 분 뒤, 발데마르 씨는 '잠'에서 깨고 만다. '깊은 동굴에서 들려오는 것 같은' 흐릿한 소리에 그는 '아까까지 나는 잠들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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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라코야 세미나 2학기 오리엔테이션 '코로나 이후의 세계'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11. 29. 07:00
여러분 안녕하세요. 2개월 만에 데라코야 세미나 2학기를 개강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출석을 부르겠습니다. 후반기의 테마는 '코로나 이후의 세계'입니다만, 저는 이 제목을 가지고 수많은 강연을 하고, 원고도 많이 썼습니다. 일을 상당히 많이 부탁받아서 왜 그런가를 생각해 봤더니, 줄곧 똑같은 제목으로 말한다든가 쓰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이지 '코로나 이후의 세계'라는 프레임으로 생각하는 사람과 그러지 않는 사람의 세상이 둘로 나뉘어지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사회의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만, 이것도 그 양상 중 한가지겠습니다. 2020년 초에 세계적인 팬데믹이 일어났습니다만, 당시에 '코로나는 그저 감기에 불과하다, 감염증같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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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한 MZ세대 일중독자” 또는 “애플워치 찬 일잘러”에 관한 명상 (<불쉿 잡>에서)인용 2021. 11. 26. 07:00
“지금은 게으른 부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그런 자들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게으름이 찬양받지 않기 때문이다. 1930년대 대공황 기간 동안 가난해진 관객들은 플레이보이 백만장자들의 연애 행각을 그린 상류사회 영화를 좋아했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영웅적인 CEO와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일하는 그들의 일중독 스케줄을 그린 이야기에 더 흥미를 느낀다.* 영국의 신문과 잡지들은 알고 보니 매주 의례적 역할을 준비하고 수행하는 데 너무나 많은 시간을 써야 해서 사생활을 누릴 여유가 거의 없는 왕실 가족에 대해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써 댄다. (* 저자 주- 내가 아직 자유방임론자들과 논쟁을 하던 1990년대에, 그들이 거의 예외 없이 노동에서의 불평등성을 정당화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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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책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11. 23. 07:00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치다 타츠루입니다. 도덕책을 써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뭘 써야 할지도 모르는데 '응, 쓸게' 하고 받아들여 버렸습니다. 보통은 뭘 쓸까 결정하고 나서 받아들이는 겁니다만, 이번에는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는데도 받아들이고 말았습니다. 쓰면서 생각해보자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그런 책입니다. 도덕에 관해 써야만 하는데 무엇을 써야 할지 모릅니다. 그래서 '도덕에 관해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데서부터 쓰기 시작하려 합니다. 어째서 '무엇을 써야 좋을지 모르겠다'일까. 그것은 '도덕'이라는 말의 의미를 제가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아니, 어느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만, 어디까지나 '어느 정도'입니다. 제대로 알고 있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사람들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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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비우스 막시무스 (김범석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인용 2021. 11. 20. 06:59
‘파비우스 전략’이라는 말이 있다. 고대 로마의 정치가이자 장군이었던 파비우스 막시무스(Fabius Maximus)로부터 비롯된 이 용어는 싸우지 않고 승리를 거두거나 혹은 큰 피해를 입더라도 결국은 이기는 전략을 말한다. 즉 승리를 위해 지구전, 소모전을 지향하는 셈이다. 지중해 패권을 둔 전쟁에서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과 대적해야 했던 파비우스는 한니발과 맞서 싸우지 않고 싸움을 지연시키는 소모전을 해나갔다. 그러나 로마는 정정당당한 대결을 높이 평가했으며 전쟁에서의 후퇴를 치욕으로 여겼고, 한니발로 인한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파비우스는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 전략으로 그는 로마를 지켜냈다. 그리고 훗날 사람들은 그의 전략이 틀리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이길 수 없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