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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의 인터뷰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1. 21. 09:10
마이니치신문에 연두 장편 인터뷰가 게재되었다. 인터뷰어는 요시이 리키 기자였습니다. - ‘선택과 집중’은 한정된 사람과 돈의 사용방법을 음미하여, 보다 유용하다고 생각되는 사업이나 부문에 많이 몰아주는 게 효과적이라는 사고방식입니다. 본지에서는 1993년 5월 거대 섬유 회사 사장을 인터뷰한 기사에 처음 등장합니다. 이래로 약 30년 간, 1400 건을 넘는 기사에서 이것이 언급되어 왔습니다. 이를 ‘내친다’니 어떤 말씀이십니까. ‘파이’가 컸을 적에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을 아무도 하지 않았습니다. 9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대학의 연구비 또한 많이 나왔습니다. 저같은 인문학 연구자에게 나오는 연구비는 자연과학계의 그것에 비하면 극히 적으므로, 다 쓰지 못할 정도로 예산이 나왔습니다. 분배 비중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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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키 에이이치 씨를 추모하며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1. 13. 22:11
오타키 에이이치 씨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항상 살아있어 줄 것으로 생각했던 사람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상실감’이라는 말로는 지금 자신의 심정을 충분히 전할 수 없다. 그래서 추도문 원고 청탁을 받았지만,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여태까지 오타키 씨에 대한 글을 자주 써왔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 글을 오타키 씨가 읽어준다’는 전제 하에 쓰여진 것이다. 오타키 씨에 대해 내가 썼던 글은 전부 오타키 씨를 상정 독자로 하여 쓰여졌다. 오타키 씨에 대해 잘 모르시는 독자층을 대상으로 오타키 씨를 소개하는 문장을 쓸 때도 ‘오타키 씨는 이 글을 읽어줄 것임에 틀림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었다. ‘얼빠진 글은 쓰지 않는다’는 긴장감이 항상 있었다. 나는 자신에 대해 쓰여진 글을 거의 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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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대 뉴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1. 9. 19:43
섣달 그믐날이므로, 항상 하던 대로 ‘올해 10대 뉴스’를 생각해본다. 중요도 순이 아니라, 생각나는 대로 열거함. (1) 이 6년에 걸쳐 드디어 완결. 원고를 보낸 게 작년 12월이었지만, 마지막 회차가 에 게재된 날로 치면 올해 일인 셈이다. 에 이어 ‘레비나스 3부작’을 이것으로 끝내게 되었다. 레비나스 선생의 사상을 한 사람이라도 많은 일본인 독자에게 전달한다는 ‘레비나스 철학 전도사’로서의 일을 미력이나마 이루었다고 생각함. 구천에 계신 레비나스 선생께 그 사실을 보고드리자니 조금이나마 어깨가 가벼워졌다. (2) ‘일본인은 어째서 알베르 카뮈를 좋아하는가?’ 라는 제목의 카뮈론을 신초샤 월간지 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 사람들이 를 읽게 된 현상을 기반으로 한 원고 청탁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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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젊은이들은 왜 투표를 하지 않는가? #2021년 중의원 선거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La miseria y el esplendor 2021. 12. 29. 07:00
터부는 피하고 캐릭터를 연기하며, 친구도 없는 일본의 젊은이... 낮은 투표율의 배경을 미야다이 신지 씨에게서 듣다 2021/10/29 주말로 닥친 중의원 선거 투표일. 28일 은 선거 때마다 언론이 지적하는 젊은이의 낮은 투표율 문제와 관련해 도쿄도립대학 사회학자인 미야다이 신지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튀지 못하고, 연대할 수 없는 젊은이들 우선 “어딜 뽑아야 할지 모르니 투표를 못한다”라는 의견에 대해 미야다이 씨는 “정치에 관한 가치관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당은 소속 의원을 당의 노선에 구속케 하려는 경향이 강하므로, 개인의 공약이나 매력에는 의미가 없다. 따라서 정당을 골라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에 대한 가치관이 필요하다. 이는 젊은 시절부터 정치에 대해 토론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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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문학이란 무엇인가?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12. 26. 12:02
대학원에서 '비교문화 특강'이라는 걸 담당하게 되었으므로, 여세를 몰아 학부의 전공과목 강의도 '비교 문학'으로 정해버렸다. '비교문학'이란 건 처음 담당하는 수업이다. 첫 담당일 뿐만 아니라, 필자 자신이 대학이나 대학원 다닐 때 그런 명칭의 수업을 들어본 기억이 없다. 비교문학 학회에도 입회하지 않았고, 애초에 비교문학 책조차 읽어본 적이 없다. 참으로 대담하다. 아니, 대담하다기보다는 무모하다. 필자는 필자가 알고 있는 것을 가르치는 데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본인이 지루하다.) 하지만,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은 가르칠 수 없다. 하는 수 없이 자신이 '알고 싶은' 것을 가르친다. 공부하면서 벼락치기로 가르치는 것이다. 이런 벼락치기와도 같은 교수법은 상당히 스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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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0 동창회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12. 23. 07:00
오즈 야스지로는 장례식과 관련된 장면을 좋아했다. (1958)는 절에서 사십구재 독경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1961)은 화장 장면으로 시작한다. (1953)는 탈상 장면이 인상적으로 쓰여졌다. 오즈는 동창회 장면도 좋아했다. 류 지슈, 나카무라 노부오, 기타 류지 등의 ‘아저씨 트리오’는 긴자의 요릿집 ‘와카마쓰’에 모여서는 술을 마시며 동창회 계획 세우는 데 열중한다. 거듭 생각해 보면, ‘동창회’라는 것은 일정 연령이 지나고 나면 어쩐지 ‘장례식’과 비슷해진다. 동창회가 되면 우리들은 질리지도 않고 똑같이 과거의 악행을 폭로하고, 똑같은 옛날 얘기를 우려내며, 똑같은 농담을 하며 웃는다. 필자의 장례식에 모인 친구들은, 지금 동창회에서 루틴화되어 있는 이야기를 아마 똑같이 반복하고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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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0 내가 보고 싶은 설날 특집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12. 20. 07:00
연말 신문에 연말연시 TV 편성표 종합판이 크게 실려 있었는데, 보고 싶은 방송이 거의 없었다. 결국 보고싶은 설날 프로는 NHK 특선 뿐. 벌써 다섯 번째 본 영화인데도, 신기루 저편에서 오마 샤리프의 그림자가 어슬어슬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푸념은 그만 두고, 필자가 보지 않은 설날 특집 방송은 대체로 버라이어티물이었다. 이에 대해 적잖이 생각한 바를 술회하고자 한다. 버라이어티 방송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필자는 모르지만, 재담가가 골프를 친다든가, 가수가 요리를 만든다든가, 야구감독 부인이 인생상담을 한다든가, 배우가 퀴즈를 푼다든가 하는 모습을 보면 요컨대 ‘본업 이외의 재능을 보여드린다’는 게 본질이 아닐까 한다. 언뜻 들은 바로는 본래 엄격한 전통 예능인 노가쿠 세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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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0 철학하는 하트먼 상사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12. 17. 07:00
히로마쓰 와타루가 세상을 떠났다. (1994년 - 옮긴이) 1970년대 ‘신좌익 운동’에 크나큰 사상적 영향을 끼친 철학자였다고 신문의 사망기사는 보도했다. ‘사상적 영향’은 잘 모르겠지만 ‘Would-be-intelligentsia’였던 소년들에게 심각한 ‘문체적 영향’을 끼친 것만큼은 이론의 여지가 없으리라. 70년대 초엽, 젖비린내 나는 관념으로 언어를 짜올리던 소년들이 떠받들던 문체의 스승은 누구보다도 요시모토 다카아키였다. ‘필자’, ‘우리들’, ‘실상’, ‘목하’와 같은 요시모토의 사소한 프레이징을 소년들은 남용했다. ‘신좌익’ 운동이 몰락해가는 흐름 속을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정치 소년의 황량한 심정과 요시모토의 말투는 아마 친연성이 있었을 게다. 그리고 요시모토 문체 고유의 ‘끈적함’에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