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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젊은이들은 왜 투표를 하지 않는가? #2021년 중의원 선거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La miseria y el esplendor 2021. 12. 29. 07:00

    터부는 피하고 캐릭터를 연기하며, 친구도 없는 일본의 젊은이... 낮은 투표율의 배경을 미야다이 신지 씨에게서 듣다

     

    2021/10/29

     

    주말로 닥친 중의원 선거 투표일. 28<ABEMA Prime>은 선거 때마다 언론이 지적하는 젊은이의 낮은 투표율 문제와 관련해 도쿄도립대학 사회학자인 미야다이 신지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튀지 못하고, 연대할 수 없는 젊은이들

     

    우선 “어딜 뽑아야 할지 모르니 투표를 못한다”라는 의견에 대해 미야다이 씨는 “정치에 관한 가치관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당은 소속 의원을 당의 노선에 구속케 하려는 경향이 강하므로, 개인의 공약이나 매력에는 의미가 없다. 따라서 정당을 골라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에 대한 가치관이 필요하다. 이는 젊은 시절부터 정치에 대해 토론하며 양성 구축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테면 일본 대학생 사이에서는 15년 전부터, 성애에 관한 이야기와 정치 이야기, 자기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 즉 취미 이야기는 터부시되기 때문에 SNS에서 이를 말하려는 경우 ‘세컨 계정’을 쓴다.

     

    어째서 이 세 가지 터부가 등장했는가. 시대를 더욱 거슬러 올라가 보면 90년대 후반에 ‘눈치 없다’는 말이 나온 것과 관계가 있다. 즉 그것이 “과잉”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연애를 하는 것은 성애적으로 과잉이므로 ‘눈치가 없다’. 오타쿠끼리 자기 지식을 갖고 경쟁하는 것도 ‘눈치가 없다’. 이와 같이, 정치적으로 과잉 상태인 것도 ‘눈치가 없다’. 그래서 대학생도 ‘이상한 사람’이라고 여겨지고 싶지 않아한다. 정치에 관한 주제는 절대로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선거에 관심을 가질 수 없다.

     

    실제로 몇 년 전에 안보법제 반대를 주장하는 국회 앞 시위나 집회에서 굉장히 활약한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학생 긴급 행동’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대학에서 이 단체에 대해 언급하면 ‘그건 좀...’ 같은 느낌의 반응이 돌아왔다. 한번 화제로 삼아보자고 했더니 거의 모두가 ‘아뇨, 절대 얘기 안 할거예요’라고 했다. 따라서 ‘눈치 없는 게 외려 멋있다’는 건, 그런 이미지로 먹고 사는 연예인 등이 그쪽 방향으로 활동하는 것을 승인받은 경우일 뿐이고, 전체적으로는 과잉(지나침)에 대한 기피가 있다는 말이다.

     

    곧잘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이 또한 지나침을 피하기 위한 일환으로써, 그리 하지 않으면 자기 포지션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젊은 사람에게는 친구가 없다. 이렇게 말하면 ‘친구는 있다’고 항변하지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 들어줄 뿐만 아니라 힘껏 도와주는 친구는 100명 중 한두 명 밖에 없는 거라서, 우리들끼리 하는 식으로 말하자면 지금 젊은이들에게는 친구가 없는 상황이다.

     

    또한 연대라는 문제도 중요하다. 영국 사회복지학자 족 영이 말한 <과잉 포섭 문제>라는 게 있다. 내가 젊었을 적인 1970년대에 지방 출신자나 블루 칼라는 서로 딱 보기만 하면 알 수 있었고, 말만 걸어봐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약자들끼리 ‘우리는 약자 맞지?’ 하는 식의 연대를 할 수 있었다. 그러던 것이 80년대 후반이 지나고 나니, 지금으로 치면 연 2억 엔을 벌어들이는 IT 부호와 연봉 200만 엔이 될까 말까 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똑같은 차림을 하고서 스타벅스에서 라떼를 마시게 된 거다. 즉 겉모습만 봐서는 소속이나 계층, 계급을 분간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모두가 ‘신분을 노출시키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고, 자기 캐릭터를 연기하게 되며, 내숭을 떤다. ‘나는 약자가 아니라구’ 하는 식인데, 자기가 약자처럼 보여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따라서 약자끼리 연대하는 일은 어림도 없다. 본래 연대하는 가운데 토론을 하게 되며, 거기서 견고한 가치관이 나올 터인데, 그게 사라졌다.”

     

    ■ 의논이나 커뮤니케이션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

     

    또한 EXIT의 가네지카 다이키가 “지금 젊은이에게는 불안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은 <약자가 아니다> 라는 감각이 있다고 본다”라고 말하자, 미야다이 씨는 “그게 바로 세대 효과”라고 설명한다.

     

    “나의 동년배 세대는 굉장히 윤택했던 버블 시대를 기억하고 있다. 아카사카에 본사를 둔 학생 기업에서 임원을 했었는데, 접대가 엄청났다. 디스코 붐도 있었고, 고등학생이 지중해로 여행을 가는 등의 붐도 있었다. 하지만 버블이 꺼지고, 97년에는 야마이치 증권이 도산하는 등 불황이 심각해졌다. 그래서 당시 아직 고등학생 혹은 대학생이 아니었던 세대는 일본의 가난함을 실감할 수 없고, 자기들의 약자성도 실감할 수 없다. 특히 제 2차 아베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기득권층이 잽싸게 아베 수상의 요구를 받아들여 비정규직의 소득과 고용을 개선시켰다. 옛적의 윤택했던 시대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아주 약간 처우가 개선된 것만으로도 ‘아베노믹스 덕분’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젊은 층일수록 현 정권 지지율이 높아진다는 특징적인 데이터도 있다.

     

    하지만 일본만이 갖고 있는 이상한 통계치에 주목해주기 바란다. 동아시아 나라들은 대부분 코로나19 상황에서 선방했는데도 그 가운데 일본만큼은 압도적인 ‘코로나 패전국’이기도 하거니와, 아까도 말한 최저임금, 평균임금, 1인당 GDP는 어째서 이렇게도 낮은가. 혹은, 아이들의 행복지수가 OECD 가입국 중 꼴지에서 두번째인 건 어째서인가. 어른의 행복지수도 지난 30년 동안 90~40위를 맴돌고 있다. 유럽과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전기자동차 비율이 20~30퍼센트에 달하지만, 일본만 아직 2%대다. 통계를 끊임없이 분석해보고 나서 이것은 어찌할 셈인가? 이건 좀 이상하지 않나? 하고 생각해보는 게 중요하다.”

     

    한편 프리랜서 아나운서인 시바타 아야는 “개인적으로 직업상 여러 사람을 만나고 공부하는 가운데 정당 홈페이지에도 들어가보게 되었다. 거기서 비로소 그렇군, 역시 그래서 그랬던 것인가 하는 사항들을 알게 되었다. 그 점에서 젊은 세대는 연장 세대보다 비교적 사회와의 접점이 아직 희박하기도 하고, 부모가 되고 나서 처음으로 육아나 복지에 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는데, 미야다이 씨는 이에 대해 “토론 없이는 무리다”라고 지적한다.

     

    “토론은 문제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일이다. 이를테면 정권의 거짓말이나 날조 사건을 어떤 식으로 생각해야 하는가? 기득권에게만 바람직한 세금 제도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주제에 대해 토론을 해야 한다는 거다.

     

    이를테면 과거 25년 동안 일본은 실질 소득이 낮아졌고, 이미 평균 소득과 최저 임금도 한국에 추월당했으며, 최저임금은 미국과 유럽의 절반에 불과하다. 어째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가? 하고 화두를 던져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 여러 사정상 티브이 같은 언론이 보도하지 않으니 모두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넷도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필터 버블’이 작동하게 되므로 전혀 쓸모가 없다. 그래서 남들과 토론을 하며, 자기 입맛에 맞지 않은 의견을 논파해본 경험이 없는 경우, 유감스럽지만 정치적 가치관 기반이 될 만한 판단도 불가능하고, 정치적인 민도도 절대 올라가지 않는다.

     

    1950년대 선진국은 중산층이 두터워졌는데, 당시에는 스몰 그룹, 공동체 내부에 ‘이발소 정치 평론’ 이라든가 ‘우물가 회의’로 칭해지는 커뮤니케이션이 있었다. 그리고 ‘오피니언 리더’라고 불리던 참견쟁이 아저씨 같은 놈들이 있어가지고, 못마땅하다면 못마땅하지만 ‘신지 군, 뭣도 모르면서 그렇게 말하면 못써. 실은 이러이러한 거야’ ‘이런 식으로 생각해보렴’ 하고 조언을 해주었다.

     

    이것을 <커뮤니케이션의 2단계 흐름 가설>이라고 말하는데, 실은 이것이 건전한 민주주의를 위한 기본이라는 게 정치학에서는 정설이다. 하지만 지금은 스몰 그룹, 공동체가 해체되었고 그 결과 참견쟁이도 사라졌으며, 정치 얘기는 터부입니다 하고 괄호가 붙게 되는 식으로 흘러가 버렸다. 당연한 일이다. 그런 문제의식에 입각해 유럽이나 미국의 일부 학교에는 모의 재판이나 모의 회의를 체험케 하는 제도가 있다. 유감스럽게도 일본에서는 이런 식으로 하려는 움직임은 정말 한 줌에 불과하고, 도리어 선생님들이 교육 현장에서 정치적인 이야기를 꺼내면 교장 선생님에게 질책받는다. 교육위원회로부터도 호되게 혼쭐이 난다. 그것이 일본 공립 고등학교 대부분의 현실이다.”

     

    ■ ‘인터넷 여론’이라는 과제

     

    온라인 클럽 ‘다바타 대학’을 주재하는 다바타 신타로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투표하러 가는 이유는 ‘내가 낸 세금이 어떻게 쓰여져야 하는지 조금이라도 의견을 제시하고 싶어서’다. 하지만 20대 사회인들은 어떤가 하니 확정 신고를 하는 축은 다른 연령대보다도 상당히 적고, 세금을 낸다는 의식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본다. 이를테면 암호화폐로 수익을 올리는 20대도 있겠는데, 세금 제도 측면에서 보면 분리 과세 대상이 아니므로 주식보다도 불리하다. 최저임금 문제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에게는 생활과 직결된다. 그런 점에 대해 언론은 찬성인가 반대인가 알아보아야 한다. 휴대전화 회사한테서 받은 규동 한그릇 무료 쿠폰 갖고 줄을 서는 판국이고 보면, 그에 비해 투표권 한 장에는 대체 어떤 가치가 있는가 하는 식이므로, 그런 의미에서는 속된 말로 주판알 튕기기 문제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의식이 높냐 낮냐 하는 문제보다도, 그저 계산이 빠르다는 쪽으로 이해하는 게 좋다.”

     

    미야다이 씨는 이에 대해 “확정신고 문제는 결정적이다. 일본에서는 샐러리맨이면 확정신고를 하지 않는다. 이것이 정치 의식이 낮은 근본적 원인이라고 말하는 정치가는 옛날부터 많이 있어왔다. 하지만 정치 의식이 높아지면 자기 입장이 곤란해지는 여당 사람들도 있으므로, 제도로써 정착되지 못한다”고 코멘트했다.

     

    또한 다바타 씨는 “티브이도 개표 특집 시청률만 높이려고 하는지, 사전 투표가 편리하다는 것을 그다지 알려주지 않고 투표 당일만 집요하게 언급한다. 바쁜 사람 혹은 놀러가고 싶은 사람은 미리 투표하면 된다고 말하는 게 옳다. 그리고 투표 접근성을 더 편리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인터넷 선거운동 뿐만이 아니고 투표 자체를 독려하는 데까지 가야 투표율도 변화가 있지 않겠는가” 하고 문제를 제기한다.

     

    이에 대해 미야다이 씨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90년대 후반에 인터넷 여론에 관한 로비 활동을 했는데, 당시 여당 측 인사는 ‘헛소리’라는 식으로 반응했다. 그러던 것이 2005년 총선거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수상이 이끌던 자민당이 수도권 부동층 동원에 성공해 압승을 거둔 일로 말미암아, 인터넷 여론이 오히려 집권 여당에 유리하다는 점이 입증되어 급속도로 해금 방향으로 나아갔다. 결국 정치가의 이해관계가 개입되니 이렇게 된 것이다.

     

    한편으로는 2001년에 조지 W. 부시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이겼을 때, 남부 저학력 백인 문제가 화제가 되었다. 이는 95년 무렵부터 폭발한 인터넷 붐을 배경으로 이제까지 정치에 참여하지 않던 층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결과였는데, 따라서 이놈들은 멍청해서 손쉽게 컨트롤할 수 있겠구만, 하는 식의 포퓰리즘적 움직임이 전개되었다.

     

    이는 인터넷 전반에 관련된 문제이기는 한데, 누구나 커뮤니케이션에 참가할 수 있다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곳에서 확실히 가치관을 양성, 구축할 기회가 있는지의 여부가 중요하다. 그것이 잘못 풀리면, 아무 생각 없는 놈이 찰나에 받은 인상만으로 투표하는 행위를 가속시킬 가능성이 있다. 맘 놓고 투표하러 가는 것은 중요하지만 거기에는 조건이 붙는다.”

     

     

    출처: https://times.abema.tv/articles/-/1000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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