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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이 불면 통발장수가 돈번다 (도쿄대 요코야마 히로미 교수)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La miseria y el esplendor 2023. 6. 19. 10:01

    도쿄대학 대학원 이학계연구과 홍보실

    부실장 요코야마 히로미(横山廣美) 과학커뮤니케이션 준교수

     

    이번 시간에는, 특히 학생이나 젊은 연구자를 위하여, 그들이 몰두하고 있는 연구의 ‘내용’이나 ‘감동’을 전할 수 있는 기본적인 기술을 전하고자 한다. 이때 참고할 만한 것은, 유명한 두 일본 격언이다.

     

    바람이 불면 통발장수가 돈번다’ - 내용 전달

     

    이는 언뜻 보아, 서로 상관이 없어 보이는데도 그곳에는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을 나타내는 말이다. 바람이 불면 모래가 떠다니고, 모래가 눈에 들어가면 눈이 상하는 사람이 늘어, 그 탓에 샤미센 연주로 먹고사는 사람이 늘고, 샤미센이 잘 팔린다. 샤미센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양이 가죽이 필요하므로 고양이를 많이 잡게 되고, 그에 따라 쥐가 늘어, 쥐가 나무통을 갉아먹는다…. 이에 따라, 바람이 세게 불면 통장수가 재미를 본다.

     

    이 문장이 가진 특징은, 바람이 분다는 출발점에서부터, 통발장수가 돈을 번다는 결론까지, 다대한 단계를 거쳐 이해 과정이 이어진다는 점에 있다. 과학의 내용을, 초보적 부분이라 할지라도 연구자와 똑같은 수준으로 ‘이해’해주기를 바란다면, 그 설명은 반드시 허다한 사실을 쌓아 올릴 수밖에 없다. 연구 초심자를 교육하는 교과서는 정말이지 모두 이런 식으로 쓰여져 있다.

     

    어떤 분야를 전공하는 학생은 이런 우원한 공부의 길을 피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학생이나 연구자가 아닌 외부인 입장에서, 과학은 낯선 것이거니와, 연구자와 똑같은 정도의 ‘이해’를 할 필요가 있다고는 할 수 없다. 과학을 전하는 문장이나 발표는, 무엇이 이제까지의 불가사의였으며, 이 연구에 의해 무엇이 새롭게 생겨났는가, 그 대강의 내용을 파악하게끔 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 점에 입각하여, 과학을 전하는 글쓴이들은, 결론부터 전한다. 위에 나온 문장처럼 ‘통발장수가 돈을 번다’고 쓰고, 왜 그러한가를 설명해 가는 것이다. 결론이 앞에 쓰여져 있는 구성은, 독자의 부담을 덜어준다. 논문 서두에 초록을 써두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주지시켜두고 싶은 점은, 순서 전체를 쓰지 말라는 것이다. 어디가 ‘포인트’인가를 잘 파악하여, 그것을 중심으로 쓴다. 포인트는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이외의 것은 적절하게 줄인다. 이 줄이는 방도를 익히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숨기면 꽃 될지니’ - 감동 전달

     

    그게 아니야, 나는 연구의 내용을 강요하듯이 전하려는 게 아니라, 연구의 벅찬 감정을 전하고 싶은 거야, 라는 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저 ‘이거 재밌는 거야!’ 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재미나 감동이 전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과학의 흥미로움을 전할 때 가장 곤혹스럽고도 중요한 점 가운데 하나는, 감동을 공유하기 위한 공동 영역을 마련하는 것이다. 과학의 감동은, 똑같은 고생을 거듭해왔던 같은 분야 연구자끼리는 공유할 수 있다. 말인 즉, 과학적 지식은 물론, 그 과학이 지닌 배경이나 역사 또한 서로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숨기면 꽃 될지니, 숨기지 않으면 꽃 되지 않을지어다’ 라는 간아미(観阿弥)의 어록을 소개하고자 한다. 간아미는 일본의 자랑스러운 문화, ()를 확립한 인물이며, 그의 장남인 제아미(世阿弥)가 집대성한 노가쿠(能樂)론 「후시가덴(風姿花傳)」은 널리 알려져 있다. ‘숨기면 꽃’이라는 구절로 말하자면, 숨긴다는 일이 중요하며, 그것의 작용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는 설명이 붙는다. 공교롭게도 「후시가덴」 자체가 비전서(秘傳書)였다는 점도 매우 흥미롭다.

     

    여기서 말하는 ‘꽃’, 이란, 감동을 가리킨다. 감동이라는 심적 동요는, 비밀로 해둠으로써 생겨난다. 비밀 상태를 거쳐서, 그것이 드러났을 때, 감동이 생겨나는 것이다. 말하자면, 비밀 상태를 공유하지 않으면, 감동은 생겨나지 않는다. 어떻게 비밀 상태를 공유하는가가 중요하게 된다.

     

    따지고 보면, 자연과학이란 게 참으로 그렇다. 알려지지 않은 사물이나 현상과 씨름하면서, 자연의 이치로써의 한 부분을 알아냈음을 깨달았을 때, 엄청나구나, 재미있다 하고 감동이 생겨난다. 무엇이 알려지지 않았던 것인가, 숨겨져 왔던 것, 그 자체의 전말을 공유하는 일이 필요하다. 결국, 연구의 배경이나 역사, 즉 어째서 우리 연구자들은 이런 과학에 매달리고 있는가를 충분히 전하는 작업이 중요한 것이다.

     

     

    출처: https://repository.dl.itc.u-tokyo.ac.jp/record/28900/files/rgn45_6_6.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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