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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풍물] 텐진마츠리 후나토교의 밤! (天神祭 船渡御の夜)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La miseria y el esplendor 2023. 7. 28. 16:05
(옮긴이: 텐진 신앙은 헤이안 시대에 억울한 죽음을 맞이했다고 전해지는 스가와라노 미치자네의 넋을 기리는 것인데, 텐만구 신사가 이를 주관하고 있습니다. 텐만구는 일본 전역에 널리 분포되어 있습니다.
일본 3대 마츠리로 꼽히는 오사카 텐진마츠리는, 지난 4년 간 일부 중지되었다가, 올해 2023년 다시 완전히 열리게 되었다고 합니다.)필자가 매년 7월 25일에 요도가와 강 위를 떠다니는 배에 타게 되었던 계기를 말하자면, 언젠가 텐만구 부지(敷地) 내에 있는 한조테이[繁昌亭]의 상좌[高座]에 한번 올랐던 적이 있었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조테이에서 무엇을 하느냐, 종종 학자나 연구자를 '재담꾼[色物]'으로서 상좌에 올려놓고, 다카시마 선생과 함께 라쿠고 스승인 가쓰라 하루단지[桂 春團治] 씨가 강연자를 '농(弄)하는' 희한한 이벤트를 열고 있다. 필자도 몇 해 전엔가 상좌에 올라, 요령부득한 이야기를 30분 정도 했다. 그것이 어째서인지 호응을 얻어, 나중에는 매년 출연하게 되었다. 그렇게 '텐진님'과 '연(緣)'이 생겼다.
마츠리[お祭り]라는 것은 종교 행사이므로, 토지의 신령님과 관련 있는 자가 참가해야 마땅한 고로, 외지인이 관광하는 기분으로 수수방관하며 나서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이제까지는 자신이 우지코*[氏子]로 되어 있는 신사가 주관하는 마츠리 이외에는 거의 참가한 적이 없다. 그러던 것이, 어찌어찌 '텐진님'과 '연'이 닿은 것이다. 연이 닿은 이상 그 제례에 제대로 참례하지 않으면 신앙의 '도리가 아니다'. 이런 면에서는 필자가 비교적 완고한 남자인 것이다.
(* 우지코: 공통된 지역 내에 거주하며 향토정령을 함께 정기적으로 받드는 사람들. - 옮긴이)
배에 오르게 된지 올해(2019년 - 옮긴이)로 6년 째가 된다. 이 배가 갖는 가장 큰 매력은, 전설의 프랑스 레스토랑 '미치노 르 뚜르비용(Michino Le Tourbillon)'의 미치노 다다시 셰프가 선상 도시락 담당으로 함께 승선하고 있다는 점이다. 호화롭다. 주류 반입도 자유라서, 맘껏 마신다.
올해는 조수 수위[潮位] 사정으로 출항이 한 시간 가까이 늦어졌다. 그 사이에 계속 프랑스 요리를 안주 삼아 샴페인이나 와인 같은 것을 꿀떡꿀떡 마셔댄 탓에, 선착장을 떠날 무렵에는 이미 상당수가 '고주망태'가 되었다. 그러한 상태로 마주치는 배나 강변에 있는 분들과 '오사카 데우치**[大阪締め]'를 하고, 머리 위로 쏟아지는 불꽃놀이에 환성을 올리며, 분라쿠나 노[能] 공연이 펼쳐지는 상대편 배에 넋을 잃는다. 취객들은 MC 역할을 하는 '토기쇼[お伽衆]' 님을 밀어젖히고서는, 마이크를 잡고서 각자 멋대로 이야기를 한다. 거의 카오스다.
(** 이런 흐름을 따른다: 박수칩시다 팡팡 한번 더 팡팡 축하하며 파팡 팡 축하합니다 짝짝짝짝짝... - 옮긴이)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성지는 슬럼화된다' 함은 전설적인 대중음악가 오타키 에이이치 씨의 통찰인데,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종교 의례는 반드시 잔치가 된다'는 명제도 성립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영적인 존재의 임재를 느끼면 사람들은, 될 수 있는 한 속된 것을 그에 대치시킨다. 그렇게 함으로써, '인간이 서식할 수 있을 정도라 하기에는 더럽혀져 있지만, 인간이 경건한 기분이 들게 되는 정도로는 정화된, 모호한 공간'을 만들어낸다. 전 세계의 성지는 어딜 가나 그렇다. 이는 샤쿠 뎃슈 선생과의 오랜 시간에 걸친 '성지순례' 여행을 통해, 우리들이 터득했던 경험지이다.
많은 종교 사례를 살펴보면, 엄격한 제례를 행한 뒤에 반드시 '나오라이[直会]'에 상당하는 의식을 갖는다. 제례 때까지 금지되었던 음주나 육식, 훤화가 그 자리에서는 오히려 권장된다. 과도하게 정화된 심신을 그대로 지닌 채 일상 생활에 복귀하게 되면 생각지도 못한 트러블을 야기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텐진마츠리의 후나토교에서는 신령님을 실은 봉안선을 코앞에서 스쳐 지나가게 된다. 그때는 사람들도 떠들기를 그만두고, 제대로 절하고 가시와데[柏手]를 친다***. 이렇게까지 신령을 가까이서 감득하게 되는 기회는 평소에는 없다. 허나, 혼백의 절박에 의해 잠시 영적으로 긴장했던 장(場)은 다시 연회와 왁자지껄함으로 풀어진다. 그 완급의 왔다갔다함을 맛보며, 다시금, 후나토교도 역시 정말로 잘 고안된 종교적 장치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
(*** 정식 예법은 대체로 이렇다: 허리를 두 번 숙인다. 손뼉을 두 번 친다. 다시 한 번 허리를 숙인다. - 옮긴이)
(2019-08-12 09:47)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아이키도(合氣道)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저서 <원숭이화하는 세상>, <저잣거리의 한일론>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 La miseria y el esplendor'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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