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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독) 음악과 독서와 배움인용 2024. 5. 16. 10:16
“어떤 작품이 인간과 세계가 어떻게 성립하는지에 관한 유익한 정보나 미적 가치를 담고 있고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격려하고 치유”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 179~180쪽) 피아노를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란 없다. 물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처럼 치는 것이 목표라면 그건 불가능하다고 단호히 말하겠지만, 피아노는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 동료 선생님들과 이야기해 보면 대부분 성인 학생보다 어린 학생을 선호한다고 하는데, 사실 나는 성인 학생을 가르치면서 더 보람을 느낀다. 우선 어린 학생은 본인 의지보다는 부모님 의지로 오는 경우가 대다수지만, 성인 학생은 본인의 귀중한 돈과 시간을 써서 오기 때문에 열정이 넘친다. 무언가에 돈과 시간을 쓴다는 것이 바쁜 성인에게 얼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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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에서 문득, ‘커뮤니즘’을 봤다. 여름이었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5. 10. 17:35
근간 『내 이럴 줄 알았다』에 수록된 꼭지다. 이걸 사이버 공간에 올려 두는 소이는, 어느 예비중학 보습학원에서 초6 대상으로 한 시험지에 아래의 문장이 쓰였다 해서다. 아무리 그래도 초등학교 6학년 학생에게 읽으라고 하다니…. 놀라울 뿐이다. 세상은 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날 일본의 눈에 띄는 특징은 부유층에 속하는 사람들일수록 ‘쩨쩨하다’는 사실이다. 부유층에 속하고 권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공공재를 가로채 사유재산으로 바꿔칠’ 권리, ‘공권력을 사적으로 유용할 권리’를 독점적으로 부여받았다고 해석하는 셈이다. 공적인 사업에 투입될 세금을 ‘착복’*해서, 공금을 사유화하는 데 윗물 아랫물 할 것 없이 열심이었던 적은 내가 아는 한 과거에 없었다.ー(* 원문 中抜き – 옮긴이)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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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관하여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5. 9. 19:04
저는 종종 강연 요청을 받고는 합니다. 마음에 돌덩이를 얹은 듯한 기분이 어딜 가나 들더군요. 청중의 대다수가 어르신들인 겁니다. 젊은이가 눈에 띄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고지(告知)가 젊은 사람들의 마음에 확 안 와닿나 싶기도 합니다(제목부터 ‘노인대학’이라든가 ‘호헌 모임’* 이래버리면 젊은 사람들은 외면할 테니까요).ー(* 현재 일본은 4~50대만 되어도 반쯤은 정치적 무관심 내지는 우경화되어 있는 것 같다 - 옮긴이) 그러나 제가 얘기하는 것들은 젊은 사람이야말로 들어주기를 바라는 주제들입니다. 인구감소 사회 아래 살아남는 일자리란 어떤 형태인가가 그렇고, 양극화 사회 아래 어떻게 약자를 위해 서로 돕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인가가 그러하며, 포스트 자본주의 시대의 공동체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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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를 시작하며 드리는 말씀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5. 9. 15:13
독자 여러분, 처음 뵙겠습니다. 우치다 다쓰루라고 합니다. 이번 달부터 『형설시대』에 글을 싣게 되었습니다. 십 대 연령층에 직접 말을 붙이는 건 어쨌든 평소에는 못하는 귀중한 기회이므로, 감사히 받아들이기로 하였습니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귀중한 기회’로 여기는지, 첫 시간에 써놓고자 합니다. 저는 문장을 쓸 때는 받는 이에 해당하는 ‘상정 독자’에 관해선 될 수 있는 한 높은 해상도를 가진 이미지를 마음에 담아두려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글월이 전해지도록’ 씁니다. 여기서 주의하실 점은 ‘글월이 전해진다’는 것과 ‘이해받는’ 것은 다른 차원의 사건이라는 겁니다. ‘이해가 잘되는 말’이라도 전해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말’이라도 전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커뮤니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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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데 없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5. 8. 16:39
나이 어린 제 친구한테서 ‘청년 빈곤’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는 빈곤 계층의 구조 활동을 하는 단체의 직원으로 있습니다. 구조 센터에는 ‘배를 곯는 젊은이들’이 모여서는 무료 급식시설1) 앞에 줄을 서고 있다네요. 요즘 같은 시대에 ‘밥을 굶는’ 젊은이가 수백 명이나 있다는 얘기를 듣고선 깜짝 놀랐습니다. 그들 상당수는 가족이 있지만 집에 있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집 안에는 자신이 거할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바깥을 헤매며 돌아다닙니다. 하지만, 가진 돈이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범죄에 휘말리는, 피해자가 되었든 가해자가 되었든 그런 위험에 노출되게 됩니다. 그렇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여기서 ‘거할 곳이 없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고민했습니다. 어딘가 모르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정확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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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미일안보 시대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5. 3. 19:01
얼마 전, 좌파 비즈니스맨들의 모임에 초청받아 강연한 적이 있다. ‘좌익 자본가’라는 게 있는 것이다. 세상은 넓다. 그 자리에서 2기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설 시 일본의 안전보장은 어떻게 될지에 관해 이야기했다. 가능성은 매우 낮으나, 일미안보조약을 미국이 폐기하며 주일미군기지가 사라지는 시나리오도 있을 법하다. 필자가 빈약한 상상력을 구사한 결과 상정할 만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랬다. 미국이 그렇게 나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일본의 안전보장은 이후 일본인이 자기 머리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된다. 하지만, 일본은 정치가든 관료든 간에 전후 80년 내내 ‘일미 동맹 기축’이라는 얘기밖에 하지 않았으므로, 일미 안보가 사라지는 경우의 안전보장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 문자 그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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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도 순방 차제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5. 3. 14:12
정기적으로 악우(惡友)들과 모여서 하코네 온천으로 탕치(湯治) 요법도 할 겸 마작 치러 다닌다. 50세를 넘겼을 무렵부터 시작한 행사이므로 이제 20년이 다 된다. 줄곧 같은 료칸에 있는, 같은 방에서 묵는다. 다른 조건들을 똑같이 두면, 시간이 지나며 무엇이 변하는지가 선연하게 가시화되기 마련이다. 창업 멤버 네 명 가운데 한 명(필자의 친형)은 이미 과거장(過去帳; 불교 용어 - 옮긴이)에 기명되었으며, 한 명은 인지장애를 앓아 요양원에 있다. 남겨진 두 명(필자와 히라카와 가쓰미 군)끼리 각자 친구를 불러 와 정원을 보충하였음에도, 비교적 젊은 축의 대표 격이었던 오다지마 다카시 씨는 재작년에 돌아가셨고, 샤쿠 뎃슈 선생은 다망하시어 형편이 허락지 않는다. 이번에는 어쨌거나 6명이 모여서, 반쯤 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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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표변豹變, 봄・봄인용 2024. 5. 1. 08:29
(이하 은희경 『새의 선물』에서) 누가 나를 쳐다보면 나는 먼저 나를 두 개의 나로 분리시킨다. 하나의 나는 내 안에 그대로 있고 진짜 나에게서 갈라져나간 다른 나로 하여금 내 몸 밖으로 나가 내 역할을 하게 된다. 내 몸 밖을 나간 다른 나는 남들 앞에 노출되어 마치 나인 듯 행동하고 있지만 진짜 나는 몸 속에 남아서 몸 밖으로 나간 나를 바라보고 있다. 하나의 나로 하여금 그들이 보고자 하는 나로 행동하게 하고 나머지 하나의 나는 그것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때 나는 남에게 ‘보여지는 나’와 나 자신이 ‘바라보는 나’로 분리된다. 내가 어른들의 비밀에 쉽게 접근한 것은 바로 어린애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해서 ‘어린애로 보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자기들이 다루기 쉽도록 어린애를 그저 어린애로만 보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