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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류하는 미국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2. 27. 16:13

    미국 대선 결과, 도널드 트럼프가 압승했다. 미국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바버라 F. 월터가 쓴 『How Civil Wars Start』에 따르면, ‘폴리티 인덱스’(민주화 지수)라는 지표가 있다. 완전한 민주주의 체제는 +10, 완전한 독재정권은 -10 이렇게 21단계로 평가한다. 이 지표가 +5에서 -5점에 해당하는 나라는 ‘반쪽 민주주의’, ‘부분적 민주주의’로 불리는데, 내전이 일어날 위험성이 유의미하게 있다고 통계적으로 밝혀져 있다.

     

    미국은 202116일 트럼프 지지파의 연방 의회 난입 사건을 기점으로, 민주화 지수가 +7에서 +5로 하락했다. 이로써 2세기 만에 ‘내전 수위’에 이르렀다.

     

    이제 미국은 국민적 분단이 직접적 폭력의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극우 조직은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주 주지사의 유괴와 살해를 기도했다(미수에 그치고 범인은 체포됐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자택을 습격한 남자는 부군에게 중상을 입혔다(범인은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며칠 전에는 트럼프 자신이 연설 중에 리즈 체니 전 공화당 하원의원을 거명했다.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지지한 바 있는 그를 ‘전쟁광’으로 매도하며, ‘소총 앞에 그녀를 세워 겨누게 하라. 그러면 그녀는 어떤 생각이 들까?’라고 발언했다. 폭력 행위를 억제하기는커녕 시사하는 듯한 발언으로 자기 지지자들을 흥분시키고, 그것이 정치적 승리로 이어진 성공 체험을 가진 인물이 대통령이 된 셈이다. ‘도의성’이라고 할 만한 가치를 보여주지 않는 인물을 미국의 유권자들은 자기들 통치자로 뽑은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미국 시민들은 종종 통치자로 부적합한 인물을 거듭해서 대통령으로 뽑고는 했다. 그러나 미국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설령 대통령이 부적격한 인물이라 할지라도 치명적인 피해가 나오지 않는, 타성 강한 통치 기구를 정비해 왔기 때문이다. 또한 건국의 아버지들이 ‘통치자에게는 공감보다는 도리어 의구심을 내비치라’고 누차 가르침을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 시민들에게 이러한 건국의 원점을 돌이켜 국민적 통합의 지혜를 발휘하기를 바랄 수는 없을 것 같다. 미국은 이제 ‘표류’하게 될 것이다. 우리 일본인 입장에서는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AERA 116)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간 『무지의 즐거움』 『되살아나는 마르크스』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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