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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대 뉴스 (2024년)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2. 28. 23:57

    연말 상례로 쓰는 ‘올해의 10대 뉴스’다.

     

     

    (1) 췌장암에 걸려 절제수술을 했다

     

    이것이 올해의 톱뉴스이다.

     

    72일에 아시야 시 미토오카 의원에서 채혈을 실시, 종양 지표를 망라적으로 살펴본 결과, 췌장 관련해서 이상 수치가 발견되었다. 직후에 쇼와대 이사회 자리에서 학내 소속 주치의 되는 오가와 선생에게 데이터를 보여드렸더니, 그 즉시 정밀 검사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716일에 쇼와대학 요코하마 북부병원에서 PET 촬영함. 81일에 결과가 나왔는데, ‘췌장암’이 매우 의심되는 소견이었으므로, 820일에 검사를 위해 일박 입원함. 초음파 내시경 검사를 받았으며, 94일에 소화기내과 전문의 요시다 선생에 의해 ‘췌장암 2기’ 진단이 내려졌다.

     

    916일부터 25일까지 최초 항암제 투여를 위해 입원. 1회 투여가 917. 2회 투여가 24. 이렇게 두 차례 때는 아무 부작용이 없었다. 이후, 1회 진행속도로 111일까지 쇼와대학병원에 통원하며 항암제 투여. 급한 대로 연내 일정은 모두 순연함. 애초 계획하기로는 10월 말에 이탈리아 아이키도회 창립 60주년 기념식 참석 겸 해서 볼로냐 현지로 떠나야 했었다. 모처럼 부녀 동반으로 갈 예정이었으나 애석하게도 취소했다. (다행히 남은 사람은 이탈리아 여행을 잘 갔다 왔다는 후문이랍니다.)

     

    10월 중순부터 항암제 부작용으로 인해 몸상태가 나빠졌다. 우선 두발 손실 현상이 나타났다. 이어서 미각 장애가 있었으며, 또한 컨디션 저조로 인해 침상에서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무력증에 고생하는 날이 지속되었다. 그러한 와중에도 자택 1층에서 아이키도 수련만큼은 입원할 때까지 꼬박 이어갔다.

     

    123일부터 6일까지 검사차 입원함. (복강경으로 뱃속을 관찰하여 수술 가능 여부를 살펴봄). 수술 가능하다는 진단이 내려져, 1210일에 입원함. 11일에 절제 시술. 술후에는 ICU에서 HCU를 거쳐 일반 병동으로 복귀했으며, 21일에 무사히 퇴원하게 되었다.

     

    수술하고 난 뒤의 회복 양상은 경이적인 차도를 띠었다. 원래 퇴원 예정일이 25일이었는데, 나흘 일찍 퇴원할 수 있었다. 그 덕에 22일부터 24일로 예정되어 있던 온천 마작 모임에 댈 수 있었다.

     

    아무래도 개복 수술이 있고 난 뒤라서, 체력이 떨어져 걸음걸이조차 살짝 불안했을 정도였으나, 매우 놀랍게도 마작을 치는 동안에 체력이 회복되었다. 이에 23일 밤에는 안심 스테이크 150그램을 모두 소화할 수 있었으며, 와인도 거뜬히 두 잔 했다. ‘불량히 생활하면 건강해진다’는 가설을 몸소 증명했다.

     

    1224일에 고베로 복귀했으며, 26일 아침 수련 때부터 다시금 참여하게 됨. 127일 토요일 수련 때부터 꼽아보면 19일 만에 수련에 복귀한 셈이다. 체중이 5킬로그램 빠졌는데 감량 부위가 대부분 다리 근육이었으므로, 거동이 수월할지 불안하기는 했지만, 이 또한 움직인고로 불가사의. 아이키도를 50년이나 하면, 도복을 입고, 다다미 위에 서는 것만으로도, 신체가 ‘아이키도 모드’로 전환되는 것만 같다.

     

    여차저차하여, 지금은 항암제 부작용도 거의 해소되었고, 머리도 조금 자랐다. 정초부터는 일상회복할 예정이다. 결국 7월부터 12월까지 ‘투병 생활’을 한 셈이다.

     

     

    (2) 5년 만에 다다 선생님을 모시고 가이후칸 강습회를 열었다.

     

    121일에 2019년 이래 5년 만에 다다 선생님이 친히 내왕하신, 가이후칸 강습회를 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입원 직전 무렵이었으나, 평소와 같이 수련에 참가하였으며, 나오라이 때도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켰다. 다다주쿠 동문으로 나라 아이키카이의 구보타 선배, 이리에 도장의 이리에 군, 오사카 연구회의 구몬 군, 고베 현 연합회에서 고베쇼헤이주쿠의 가와바타 사범을 초청했다. 100명이 넘는 참가자들로 성황, 도장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다다 선생님은 올해 춘추가 94세 되신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정정하시며, 말씀도 대단히 유익하였다. 선생님께서 추상같이 버티고 계시는데 제자들이 감히 군소리를 할 수는 없다. 내년 강습회는 127()을 낙점하고 있다.

     

     

    (3) ‘툇마루 라디오’ 녹음을 시작함

     

    MBS 방송국 니시 야스시 아나운서와 둘이서 진행하는 ‘툇마루 라디오’ 업로드를 시작했다. 한 번 할 때 20분 정도 팟캐스트 방송을 매주 금요일 공개하며, 1개월 치를 다듬어 지상파에 송출하겠다는 취지이다.

     

    나코시 야스후미 선생과 세 명이서 했던 ‘변두리 라디오’는 중단이 되었던 참인데, ‘변두리’보다 약간 더 ‘중심’ 지향 방송을 하겠다고 해서 ‘툇마루 라디오’라고 명명함.

     

    첫 방송 직후에 암이 발견됨과 함께, 니시 씨는 모친상을 당하였으므로, 초장에는 ‘병과 죽음’을 놓고서 얘기를 하게 되었다.

     

     

    (4) 책을 많이 냈다

     

    저승에 있는 사람들과 협업을 두 건 했다. 하나는 『오다지마 다카시와의 대화』. 오다지마 씨가 트위터에 빼곡히 올린 글을 호바라 슌지* 씨가 편집한 것에 코멘트를 덧댔다. (* 한국 문학 스페셜리스트인 사이토 마리코 씨 저서도 기획했다고 합니다. 보통 분이 아닙니다. - 옮긴이)

     

    다른 하나는 『혁명적 반바지주의 선언』. 이 책은 하시모토 오사무 씨가 1984년에 쓴 역사적 명저를 재간한 것. 장문의 ‘서문’과 ‘해설’을 썼다.

     

    대담 책으로는 이케다 기요히코 선생과 나눈 이야기 『국가는 갈등한다』, 나루세 미키오 선생과의 옛날 책을 재출간한 『길바닥 신체론』 이렇게 두 권.

     

    기존 꼭지를 활용한 책으로 『남풍록』, 『내 이리 될 줄 진작에 알아봤지』 이상 두 권.

     

    기획 과정에서 놀라 자빠질 만한 책도 있었다. 박동섭 선생이 편집해서 한국어판으로 먼저 선보이는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 (도서관에 대해 했던 얘기들을 엄선). 그리고 『무지의 즐거움』 (외국 편집자들 및 박 선생과의 질의응답). 그네들 나라에 낸 책 중에선 흔치 않은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고. (는 하는데). 이로써 51권째 한국어 역본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차후 내겠다는 『무도적 사고』 『커먼의 재생』 등 구간 번역 제안도 줄잇고 있다.

     

    『용기론』 또한 후루타니 토시카츠 씨(고분샤)와 편지 교환한 것을 담은 책이고 해서, 유일하게 올해 독창적인 작업은 『일본형 코뮌주의의 옹호와 현창 - 곤도 세이쿄 인물과 사상』 뿐이 되겠다. 이게 원래 곤도 세이쿄의 『군민 공치론』에 해설로 들어갈 원고였는데, 아뿔싸 해설이 본문의 곱절이나 불어났네…. 『겟칸닛폰 출판부』에서 나온다. 편집을 맡은 스기하라 군에 따르면 ‘우익 언저리에서는 호평받았다’고 한다. 그 우익 언저리라는 곳에서는 과연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몹시 궁금하다. 일본에서 정치 혁명을 성공시키려거든, ‘일본형 커뮤니즘(공동체주의 - 역주)’을 발판으로 삼을 수밖에 없음을 논증했는데 수용층이 있을지 모르겠다. 이 책 역시 기획 단계에서 번역 판권계약 타진이 있었다. 한국에서 내겠다고 하는데, 이 책에는 우치다 료헤이(일제 대외 정책의 막후 실력자 - 옮긴이), 이토 히로부미, 김옥균, 이용구, 후쿠자와 유키치가 등장한다. 과연 그 나라 사람들은 사료로서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을까? 이거 어렵겠는데.

     

    그러고 나서는 가스카베 다케히코 선생과의 대담책이 있다. 7월 말에 대담을 마쳤으므로, 슬슬 초교를 봐야 할 참이다. 야마자키 마사히로 씨와의 대담책도 한참 전에 끝났다. 초교 교정쇄가 날아와야 하는 시점이다. 모치즈키 이소코 씨(넷플릭스 <신문기자> 실존 모델 - 옮긴이)와의 대담은 한 차례 진행된 상황으로, 앞으로 2~3회 현담한 연후에 책이 나올 터이다.

     

    올해 만든 책은 이쯤 되는지 어쩐지. 꾸준히 맡고 있는 건 『노옹의 훈도』 시리즈다. 이 또한 편집자와 나눈 편지 내용을 인터넷에 연재하고 있는 바다. 내년중에 얼추 자수를 메우고 단행본으로 나올 것으로 전망.

     

    2020년부터 『파도』지에 연재하고 있는 『알베르 카뮈론』도 조만간 1년 사이에 마무리될 것 같다. 카뮈의 『반항적 인간』을 재평가하겠다고 나섰으니 참으로 반시대적인 서적이기는 하다만, 신체 감각을 바탕으로 한 철학 체계의 구축이라는 카뮈의 시도(프랑스의 인텔리 패거리로부터 철저히 무시당했다)란 왠지 나한테만큼은 너무나 통하는 바가 많은 것이다.

     

    내년은 다다 히로시 선생님과의 대담본, 그리고 요로 다케시 선생님과의 대담본 이렇게 두 권 내기로 되어있다. 위대한 두 스승을 ‘경해에 접하였다’ 하는(지근거리에서 모심 - 옮긴이) 귀중한 기회를 잡았으며, 이는 제자 된 입장으로서 진정으로 행운이었다. 얼마나 벅차느냐 하면, 이 두 책과 카뮈론을 차분히 마무리짓는 것만으로도 내년은 충분히 다산을 거두리란 기대가 있을 정도다.

     

     

    (5) 은거를 선언함

     

    그간 은거 선언을 수차례 해왔음에도 ‘양치기 소년’ 상태였으나, 이번에는 진짜다. 내년에는 후기고령자가 된다. 고희를 맞은지도 한참 됐다. 암도 걸렸다. 슬슬 ‘종무식’을 하는 게 좋을 시기다. 물론 저술 활동은 멈추지 않지만 (아니, 멈출 수가 없지만), 외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일은 이제 슬슬 그만 둘까 한다. 굉장히 지쳤다. 특히 학생들 앞에서 얘기를 하고 나면 진이 빠진다.

     

    지금까지는 ‘스케줄이 비어 있으면 거절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었으나, 내년부터는 스케줄이 비어 있어도, 체력적으로 부치면 사양한다. 끽해야 한달에 두 번이 상한선일 것이다. 올해는 9월 이래로는 아예 강연을 접었으나, 이 또한 온라인을 포함하면 40번 했다. 일을 너무 많이 했다. 그러므로, 의뢰를 받는다 해도 ‘단호히 거절’하는 일이 많을 것이므로 넓은 이해 바란다.

     

     

    10대 뉴스라고 말은 했지만 5개밖에 없었다. 그냥 그런 거다. 나이를 먹으면 점점 놀랄 일이 줄어드는 거다.

     

    (2024-12-28 10:45)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간 『무지의 즐거움』 『되살아나는 마르크스』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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