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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0 동창회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12. 23. 07:00
오즈 야스지로는 장례식과 관련된 장면을 좋아했다.
<피안화>(1958)는 절에서 사십구재 독경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고하야가와 가의 가을>(1961)은 화장 장면으로 시작한다. <도쿄 이야기>(1953)는 탈상 장면이 인상적으로 쓰여졌다.
오즈는 동창회 장면도 좋아했다. 류 지슈, 나카무라 노부오, 기타 류지 등의 ‘아저씨 트리오’는 긴자의 요릿집 ‘와카마쓰’에 모여서는 술을 마시며 동창회 계획 세우는 데 열중한다.
거듭 생각해 보면, ‘동창회’라는 것은 일정 연령이 지나고 나면 어쩐지 ‘장례식’과 비슷해진다.
동창회가 되면 우리들은 질리지도 않고 똑같이 과거의 악행을 폭로하고, 똑같은 옛날 얘기를 우려내며, 똑같은 농담을 하며 웃는다. 필자의 장례식에 모인 친구들은, 지금 동창회에서 루틴화되어 있는 이야기를 아마 똑같이 반복하고 있을 것이다.
‘관뚜껑 덮어 보아야 안다’는 말이 있다. 장례식은 고인이 이뤄온 사회적인 일들의 손익 계산이 가열차게 이루어지는 때이다.
장례식장에 모인 사람들은 고인이 이제까지 그들에게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확인해보고, 그 평가를 확정하려 든다.
밤을 지새면서 ‘그 사람은 사실 좋은 사람이었어요…. 여러분 알지 못하셨겠지만, 실은 그 사람은 오랫동안 <소년 소녀 가장에게 지장보살 인형을 보내는 모임>의 이사를 역임했는데….’ 라든가, ‘여러분 알지 못하셨겠지만, 그 사람은 지금 사모님 말고도 3번 결혼했고, 이복 자녀가 7명이 있으며, 그 분들은 지금….’ 같은 ‘비화’가 관계자에 의해 반드시 폭로된다.
고인이 생전 꽁꽁 숨겨왔던 것을 비교적 시원히 모두가 고백해버리는 것은 ‘죽은 이는 말이 없다. 화낼 염려도 없으니 결국 다 불어버리게 된다’ 같은 무책임한 해방감에 의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고백은 어떤 종류의 ‘의무’로서 조문객이 의식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장례식에 참석해본 적이 있는 사람은 경험적으로 잘 알고 계시겠지만, 조문객은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고인에 대해 최소한 한 개는 ‘자신만 알고 있는 것’을 말할 의무감같은 것을 느낀다.
‘그 사람은 바삭한 돈까스빵을 좋아했습니다’라든가, ‘그 사람은 코를 푼 뒤에 휴지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등 뭐든 좋다. 어쨌든 ‘의외인 점’을 한 마디 말하지 않으면 아무리 밤을 새도 기분이 개운치가 않다.
고인의 여러가지 측면을 아는 관계자가 일당을 이루어,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이런저런 시점에서 고인의 초상을 공개하고, 그 모자이크적인 단편을 이어붙여 사자의 전체상을 재구축한다. ‘일을 끝맺는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이키루>는 장례식의 이 기능을 영화적으로 잘 이용하였다.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도중에 급사하고 만다. ‘아니, 여기서 영화가 끝나고 만 건가’ 하고 관객은 놀라지만, 그 뒤 장례식 장면에서 조문객이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회상하는 모습으로 복잡한, 혹은 전후 모순되는 주인공의 행동이 참으로 모자이크적으로 병치되어, 하나의 인물상이 집중적으로 조형되어간다.
장례식에 참가한다는 것은, 그러한 모자이크 만들기에 참가하는 것이다.
이 작업으로 인해 그 사람이 ‘사실은’ 어떤 자였는가, 하는 평가가 관련자들에 의해 확정된다.
우리들이 ‘자신이 장례식’이라는 것을 상상하면 묘하게 두근거리고 마는 것은 그런 탓이다. ‘자신의 장례식’에는 누가 올까. 누가 울어줄까. 누가 장의위원장일까.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갈까. 그러한 것을 생각하자면 상상이 한없이 넓어져간다.
그때 필자가 ‘실은’ 어떤 인간이었는가가 합의 끝에 확정되는 것이다. 필자는 대체 어떤 사람으로 그려질까. 그것을 생각하면 두근거려서 잠이 오지 않는다. 아아, 차라리 한 번 죽어보고 싶다.
그럴 수 없어서 우리들은 질리지도 않고 동창회를 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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