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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함과 비평성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6. 26. 19:32
어느 지방지에 월 1회 게재하고 있는 에세이. 이번 달은 이런 주제였다. 마이니치 신문이 사설을 통해 모 정당의 소속 의원들과 관련해 잇따르는 구설수에 그들의 깊은 반성을 촉구하는 논설을 실었다. 언론이 일개 정당을 지명하여 좀 더 ‘상식적으로’ 행동할 것을 쓴소리하기에 이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외모지상주의적 발언이나 학력 위조 의혹 등, 해당 정당 의원 몇몇의 스캔들이 열거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쓴소리가 받아들여져서 이후 이 정당의 소속 의원들이 ‘예의 바르게’ 처신하리라 생각하는 독자는 아마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이 정당의 소속 의원들은 이 사회에서 ‘양식적’으로 간주되는 언행을 도발적으로 위반함으로써 여태까지 높은 지지도를 얻어냈으며, 선거에서 줄곧 이겨왔기 때문이다. ‘예의 없게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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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화의 교육론> 관련 인터뷰 제 2부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6. 26. 14:38
— 이번에 새로 나온 우치다 님의 에는, 인구 감소 현상에 어떻게 적응해 나갈 것인가에 관한 담론이 있습니다. 인구 감소가 진행되면서 일본어 화자가 함께 줄어드는 가운데, 일본어 교육(이하 국어 교육國語敎育 - 옮긴이)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바람직하겠습니까. 인간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모국어로밖에는 창출해낼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까지 단언하는 게 조금 과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지적(知的) 이노베이션의 풍요로움과 모국어의 풍요로움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점은 틀림없습니다. 이노베이션은 아직 윤곽이 흐릿해져 있는 ‘성운상星雲狀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됩니다만, 그 아이디어의 의외성은, 그 사람이 얼마나 풍요로운 ‘모국어 아카이브’를 이용할 수 있는가와 서로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이것이 국어 교육을 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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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화의 교육론> 관련 인터뷰 제 1부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6. 22. 23:53
— 근간 저술의 출발점이 되었던 강연 이래 1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교육계에 일어난 일들 중 주목할 만한 사안이 있으십니까? 심려가 된 여러 언론보도가 있었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특히 대학 교육의 위기가 걱정됩니다. 예를 들면 ‘대학 기금’ 제도입니다. 신청이 받아들여지려면 대학은 연 3%의 교육사업 성장치를 정부에 약속해야만 한다는 방침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대학에 ‘이익 추구’를 요구하고, 그 성과에 따라 등급을 나누게 되면 교육과 연구의 지침이 단기적 이익창출의 방향으로 한정되기도 하거니와, 교원의 업무부담도 한층 늘어납니다. 연구교수에 더해 행정 등 교원의 노동강도가 과중되는 바람에, 교원 희망자 수가 줄어드는 것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 공교육이 위기에 처한 것이 체감됩니다. 대안적인 선택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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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초徒然草 번역 후기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6. 19. 17:36
이케자와 나쓰키池澤夏樹 씨가 전 30권을 개인 편집했을 적에 의 현대어 번역을 맡았다. 사카이 준코酒井順子 씨가 , 다카하시 겐이치로 씨가 , 필자가 인 기묘한 편성 중 한 권이었다. 그것이 2016년에 초판으로 나왔는데, 6년 째에 이르러 4쇄를 찍게 되었다. 기쁜 일이다. 기념으로 초판에 실었던 ‘번역 후기’를 채록해 둔다. 현대어 번역을 시작하기에 앞서, 우선 ‘현대어 번역’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학교 참고서에 딸려 나오는 번역문은 ‘현대어 번역’이 아니다. 말뜻은 정확하지만, 원문의 ‘감촉’이나 저자의 ‘호흡’이 전해져오지 않는다. 이번 작업에서 필자에게 요구되었던 것은, 텍스트에 내재한 살아 숨쉬는 신체적 측면을 부각시키는 것이라고 (제멋대로) 결심하고서, 번역을 시작했다. 는 요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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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독자 여러분께: <우치다 다쓰루의 레비나스 시간론>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6. 16. 21:04
한국에 계신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치다 다쓰루입니다. 금번 을 구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살까 말까’ 고민하는 분께도 책을 손에 들어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모처럼 고르셨으니까, 잠시나마 이 ‘들어가는 글’ 만큼만은 읽어주십시오. ‘들어가는 글’을 읽어보기만 해도 ‘왠지는 모르겠지만 자기와 인연이 있는 듯한 책’인지 ‘아예 상관이 없는 책’인지는 직감적으로 식별해낼 수 있습니다. ‘인연이 있다’는 것은 ‘저자의 말에 공감할 수 있다’든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술술 이해된다’ 혹은 ‘애초에 이 주제에 흥미가 있었다’같은 것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 반대입니다. 이 책을 예로 들자면, ‘레비나스가 대체 누구야?’ 하는 사람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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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허상론 —헌법은 원래 그런 것—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6. 14. 22:43
‘주간 금요일’의 헌법 특집에 조금 긴 글을 기고했다. 헌법기념일이므로 다시금 블로그에 수록한다. 이번 호는 헌법 특집이라고 하기에, 헌법에 대해 갖고 있는 사적 의견을 쓴다. 똑같은 내용을 이미 여러 군데 써왔으므로 ‘이미 알고 있다구’ 하는 사람도 있을 거라고 보는데, 필자가 하는 말과 비스무레한 언동을 하는 사람조차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끈질기게 똑같은 내용을 말하겠다. 헌법에 대한 필자의 개인적인 정의란 ‘헌법은 허상이다’는 것이다. ‘허상인 게 당연하다’인데, 조금 위악적으로 말한다면 ‘허상이다 뭐 어쩔건데?’ 가 되겠다. 여러가지 유형의 ‘선언’의 맥락에서 보면, 헌법도 빈말에 불과하다. 단, 그것은 ‘채워야 할 공백을 가시화해나가기 위한 빈말’, ‘비전이 있는 빈말’, ‘현실을 창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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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일본, 쇠망의 패턴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6. 12. 21:49
오사카의 어떤 시민집회로부터 ’우크라이나와 카지노(오사카 유치를 추진하고 있음 - 옮긴이)’라는 괴이한 주제로 강연을 요청받았다. 하이고, 어떻게 이 ‘양대 주제’를 다뤄야 하나 고민한 끝에 ‘러시아와 일본의 쇠망에는 공통된 패턴이 있지 않을까?’ 라는 가설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 러시아는 애저녁에 경제 대국이 아니다. GDP 순위는 세계 11위로, 이탈리아와 캐나다, 한국보다 낮다. 미국의 7%, 일본의 3분지 1이다. 1인당 GDP 순위는 세계 66위다. 헝가리, 폴란드, 루마니아와 같은 옛 위성국들보다 낮다. 구소련은 물리학계에서 세계적 발군이었지만, 소련 붕괴 이후 노벨상 수상자는 5명이다. 평화상을 한 명이 받았는데 드미트리 무라토프라는 정권 비판 언론인이고, 4명의 물리학상 수상자 가운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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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러분께: <레비나스, 타자를 말하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6. 12. 19:33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치다 타츠루입니다. 를 손에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점에서 막 집었는데 살까 말까 고민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어쨌든 이 ‘서문’만큼은 꼭 읽어주십시오. ‘서문’을 읽고 나서 ‘아, 이건 나랑은 상관 없는 책이다’라고 느낀다면 책꽂이에 슬쩍 다시 갖다놓아주세요. 다른 기회에, 다른 책으로 만나게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이 책은 제 일생을 바친 작품인 ‘레비나스 삼부작’ 중 제 2부에 해당합니다. 제 1부가 (2001년)이고, 제 3부가 (2022년)입니다. 모두 박동섭 선생의 번역으로 한국 독자들과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박 선생의 수고에 우선 깊이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정말 언제나 고맙습니다. 제 3부 으로 말씀드리면, 이 책의 후기에도 ‘곧 쓰겠습니다’라고 예고하였는데요,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