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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 반대 시위에 다녀오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11. 30. 20:59
국장 반대 시위가 고베 산노미야에서 있었다. 시위 출발 전에 스피치를 요청받아 10분 정도 마이크를 잡고 얘기를 했다. 옛날에는 시위 전에 하는 걸 ‘아지테이션’이라고 불렀는데, 어느새부터인지 온건한 ‘스피치’라는 표현으로 바뀐 것처럼 보였다. 이런 얘기를 했다. 국장에 대한 논의는 어느샌가 ‘국장 반대’와 ‘국장 반대에 반대’라는 모양새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장례식이니 세속적 통례와 마찬가지로 입 다물고 조문하면 된다. 장례 의식에 반대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는 게 ‘국장 반대에 반대’론의 기본형인 듯 보였다. 허나, 이러한 말하기 방식은 아마 통하기 힘들 것이다. 아베 전 총리의 장례 의식은 이미 끝났다. 아무도 조조지(増上寺)에서의 장례식에 반대하지 않았으며, ‘나는 안 가겠다’고 의사표시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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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교육에 대해 여기저기 얘기하고 다님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11. 28. 19:10
여름방학이 되면 교원들의 연구 집회가 전국 각지에서 개최된다. 올해는 이제껏 두 대회에 초청받아 기조 강연을 했다. 하나는 전국 작문 모임, 하나는 도호쿠 6개 현 교육 연구 집회였다. 돌아오는 여름에 교육 관련 집회 강연이 또한 두 건 예정되어 있다. 나이가 든 탓에 먼 곳으로 여행다니는 게 신체적으로 부담이 되지만, 교육 관련된 강연 의뢰는 될 수 있는 한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 많이들 불러주시는 이유는, 아마 필자가 현장의 교원들에게 '힘내세요'라고 말하지 않는 소수의 인간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교사들은 이미 충분히 파이팅하고 있다. 과로사하기 직전까지 아슬아슬하게 근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부성, 교육 위원회, 보호자, 언론 등은 '노력이 부족하다'며 비판을 이어오고 있다. 이러니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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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코 선생과의 대담집 '후기'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11. 25. 21:00
중앙공론사에서 우스비 사코 선생과의 대담을 중심으로 한 책이 나오게 되었다. 교정지는 이미 돌려주었고, 마지막으로 '후기'를 썼다. 우스비 사코 선생과의 대담을 중심으로 엮은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사코 선생은 일본 대학에 처음 등장한 '아프리카 출신이자 무슬림인 학장'입니다. 다양한 출신의 사람들을 동포로 맞아들이려는 마음 자세에 관해 일본 사회는 아직도 충분한 성숙에 달하지 못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만, 그럼에도 사코 선생 같은 사람이 등장한 것, 사코 선생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이 차츰 늘어가는 것은, 일본의 미래에 대해 저를 조금이나마 낙관적인 기분이 들게 합니다. 제가 일본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게 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만, 사코 선생은 제게 그 '거의 없는' 경험을 하게 해준 희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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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시키고 싶어하는 남자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11. 18. 20:49
극단 니토샤(二兎社)가 나가이 아이 씨의 작품 를 14년만에 다시금 무대에 올리게 되었다. 도쿄 도립 고등학교 졸업식의 국가 제창 시간에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교사와, 그 교사를 설득하는 교장 사이의 긴장된 의논을 중심으로 한 희곡이다. ‘국기 국가(國歌)에 대해서’ 의견을 요청받았으므로, 아래와 같은 문장을 기고했다.얼마전 미션스쿨 행사에서 불러주어 강연하였다. 장소는 성공회 계열 학교였는데, 강연 전에 예배가 있었고, 회중이 함께 오르간 연주에 맞춰 성가를 불렀으며, 주(主)의 기도를 제창했다.필자는 크리스천이 아니다. 그날도 아침 일찍 ‘아침 불공’을 드렸다. 축문과 반야심경, 부동명왕의 진언을 읊고, 구지[九字] 주문을 외면서 도장을 영적으로 맑게 하는 것이 합기도 도장주인 필자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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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문학이 갖는 의의에 관해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11. 14. 22:25
매년 이맘때가 되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예정 글’을 쓴다. 첫 의뢰는 15년 전쯤에 받았다. 이 세상에 ‘예정 원고’라는 것이 있는지 그때 처음 알았다. 확실히 뉴스가 예고 없이 날아들게 되면 긴 원고를 쓸 여유가 없다. 그래서 언론은 예정 원고를 준비해 놓는다. 예정 글이 실릴 일이 없어져도 글쓴이는 원고료를 고스란히 받는다. ‘작년과 똑같아도 상관 없어요’라고 담당 기자는 말하지만, 그건 좀 멋쩍으므로 매년 조금씩 버전업을 해 써보낸다. 일전에 라는 책을 냈을 때, 출간 1년 전에 썼던 예정 글을 그대로 게재한 적이 있다. 그런 어처구니 없는 글을 활자로 내보냈다고 문예평론가에게 호되게 야단맞았다. 하지만 ‘일어난 일’에 관해 ‘어째서 그런 일이 일어났는가’를 해석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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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학의 연구력 하락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11. 13. 13:33
일본의 연구력 저하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국제적 영향력을 다루는 논문 순위에서 일본은 당초의 10위보다 12위로 더 하락했는데, 이는 스페인, 한국보다도 뒤처진 것이다. 일본 국내 대학의 학술적 영향력은 지난 사반세기 동안 오로지 하락을 거듭해왔다. 2018년 과학기술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지위는 저하되는 추세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인정하고 있으나, 그러고 나서 뭔가 효과적인 대책을 강구하지 않은 채 오늘날에 이르렀다. 논문 수, 과학기술 관련 예산, 박사과정 진학자 수, 해외 파견연구자 수 등, 여러 지표가 일본의 교육행정이 실패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으나, 정부는 교육예산의 삭감을 그치지 않는다. 2015년에 대학교육법이 개정되어 대학교수회의 권한이 대폭 축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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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이라는 정치적 실책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11. 13. 13:06
9월 19일 마이니치 신문의 여론조사 결과 내각 지지율은 29%, 부정적 평가는 64%였다. 이미 ‘정권 말기’ 수준이다. 어째서 기시다 내각은 국민의 믿음을 이렇게까지 빠르게 잃었는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했다’기보다는 ‘해야 할 것을 하지 않았다’가 원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법적 근거가 없는 아베 전 총리의 국장을 국회의 심의를 걸치지 않은 채 강행함으로써 지지율은 급격히 하락했다. 하지만 국민은 이러한 규칙 위반을 심판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부의 ‘규칙 위반’은 지난 10년 간 일상화되었고, 그것이 아베 시절에는 내각 지지율에 영향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적 근거가 없는 ‘초 법규적 조치’를 내각이 단행한 적이 있었다. 예전에 후쿠다 다케오 총리는 다카 여객기 납치 사건 때, 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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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고이スゴイ 아베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11. 10. 20:33
아베 전 총리의 국장(國葬)과 관련해 여러 매체에 글을 썼다. 아래는 ‘신문 아카하타(赤旗)’로부터 요청받은 코멘트인데, 실리지 못하게 되었다. 기시다 현 총리가 ‘아베 전 총리만큼 나쁘지는 않았다’는 부분에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것 같다(아카하타는 일본공산당 기관지 - 옮긴이). 설마 하니 이렇게까지 국장에 대한 반대 여론이 비등할 것이라고는 기시다 수상이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법적 근거가 없고, 국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았으며, 결국 각의(閣議) 결정을 통해 마무리짓게 된 이 사태를 최종적으로 일본 국민은 잠자코 받아들인다. 아베 정권 8년 동안 아베 전 총리는 무엇인가를 증명해냈다. 기시다 총리는 그 ‘성공 체험’을 흉내냈을 따름이다. 아베 전 총리가 휘두른 강고한 권력은 어떤 종류의 순환 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