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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장 반대 시위에 다녀오다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11. 30. 20:59

    국장 반대 시위가 고베 산노미야에서 있었다. 시위 출발 전에 스피치를 요청받아 10분 정도 마이크를 잡고 얘기를 했다. 옛날에는 시위 전에 하는 걸 ‘아지테이션’이라고 불렀는데, 어느새부터인지 온건한 ‘스피치’라는 표현으로 바뀐 것처럼 보였다. 이런 얘기를 했다.

     

    국장에 대한 논의는 어느샌가 ‘국장 반대’와 ‘국장 반대에 반대’라는 모양새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장례식이니 세속적 통례와 마찬가지로 입 다물고 조문하면 된다. 장례 의식에 반대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는 게 ‘국장 반대에 반대’론의 기본형인 듯 보였다.

     

    허나, 이러한 말하기 방식은 아마 통하기 힘들 것이다. 아베 전 총리의 장례 의식은 이미 끝났다. 아무도 조조지(上寺)에서의 장례식에 반대하지 않았으며, ‘나는 안 가겠다’고 의사표시를 한 사람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은 바가 없다. 문제점은 장례식이 아니라, 각의(閣議)로 결정된 ‘국장’에 있다. 보통 장례식이 아니다. 공적 자금을 투여하고 공무원을 동원해 행하는 의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장은 법적 근거가 없으며, 국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았다. 말하자면 ‘초(超) 법규적 조치’로서 실시된 의례이다.

     

    긴급한 때나, 극히 예외적인 상황이라면 내각이 주도하여 ‘초 법규적 조치’를 채용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허나, 그 경우 ‘초 법규적 조치가 채용된 필연성’에 대한 설명이 없으면 끝나는 게 아니다. 이번 국장의 최대 문제는 ‘어떻게 아베 전 총리가 법률에 정해지지 않은 의례에 의해 초 법규적으로 기림받아야만 하는가’의 이유를 기시다 총리가 밝히지 않은 것이다.

     

    분명히 ‘총리 재임 기간이 헌정 사상 가장 길었다’와 ‘내정과 외교에 실적이 있었다’는 말은 했다. 하지만, 그의 재임 기간이 이례적으로 길었던 까닭은 당의 규약을 바꿔 2기에 그쳤을 총재 임기를 3기까지 늘렸기 때문이다. 재직 기간의 상한을 바꾸어 나온 결과로 다른 총리들보다 ‘재직 기간이 길다’는 것이 ‘공적’으로 헤아려질 수는 없다. 내정과 외교에서의 공과에 대해서는 이제부터 시간을 들여 검증을 하고, 먼 훗날의 역사가들에게 판단을 맡길 일이지, 사후 1주 만에 ‘개관논정’이라며 조급해 할 이야기가 아니다.

     

    과거에 초 법규적으로 국장에 부쳐진 인물은 요시다 시게루뿐이다. 기시 노부스케, 이케다 하야토, 사토 에이사쿠, 다나카 가쿠에이, 나카소네 야스히로조차 그런 대우를 받은 적이 없다. 그렇기에 더욱 이 초 법규적 조치가 적절했음을 국민에게 납득시키기 위해 ‘아베 신조는 열거된 모든 정치가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탁월한 정치가였다’는 점을 기시다 총리가 정성을 들여, 최선을 다해 웅변했어야 옳았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절차에 하자가 없고, 이유가 충분하다는 데까지는 말했다. 하지만, ‘세상에 가령 규칙을 깨면서까지 꼭 무언가를 해야 할 때가 있다면, 지금이 바로 그때다’라고 국민을 향해 끈질기게 설득하지 않았다. 법적 근거가 없는 일을 해야 한다면, 그만큼의 노력은 해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렇게 진솔하게 고인에 대한 경모의 염을 내비치려는 노력을 해 두면 ‘국장에 대해 찬성이나 반대 둘 다 아닌’ 회색지대에 있는 국민들은 감동하여 ‘국장 찬성’ 의견으로 돌아설지도 모른다. 하지만 총리는 시도하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그것은 ‘아베 신조가 헌정사에 걸출하고도 탁월한 대 정치가’라는 것을 기시다 총리 자신이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무의욕이 총리 자신의 언동 마디마디마다 뚝뚝 흐르는 탓에 국민에게 그것이 그대로 전해지고 만 것이다. 말을 꺼낸 이부터가 그러할진대, 국민 3분의 2가 반대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2022-11-13 10:35)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저서 <원숭이처럼 변해가는 세상>, <길거리에서 논하는 한일관계론>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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