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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이라는 정치적 실책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11. 13. 13:06
9월 19일 마이니치 신문의 여론조사 결과 내각 지지율은 29%, 부정적 평가는 64%였다. 이미 ‘정권 말기’ 수준이다. 어째서 기시다 내각은 국민의 믿음을 이렇게까지 빠르게 잃었는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했다’기보다는 ‘해야 할 것을 하지 않았다’가 원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법적 근거가 없는 아베 전 총리의 국장을 국회의 심의를 걸치지 않은 채 강행함으로써 지지율은 급격히 하락했다. 하지만 국민은 이러한 규칙 위반을 심판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부의 ‘규칙 위반’은 지난 10년 간 일상화되었고, 그것이 아베 시절에는 내각 지지율에 영향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적 근거가 없는 ‘초 법규적 조치’를 내각이 단행한 적이 있었다. 예전에 후쿠다 다케오 총리는 다카 여객기 납치 사건 때, 인질을 잡고 있던 일본 적군의 요구에 응해, 수감 중이던 적군 멤버를 석방하는 초 법규적 조치를 취했다. 총리는 이때 ‘사람 목숨은 지구보다 무겁다’는 발언을 통해 이러한 정치판단에 대한 국민의 양해를 구했다. 대다수 우리 세대는 사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초 법규적 조치를 정당화하기 위서는 그만큼의 무게가 있는 말이 필요하다’는 교훈과 동시에 그 발언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초 법규적 조치에는 특단적인 긴급성이 없었다. 지금 당장 국장을 하지 않으면 누군가가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입는다는 이야기는 나온 적이 없었다. 더욱이 이 조치를 정당화하는 ‘무게감 있는 말’을 총리의 발언조차 없었다. 그저 법치국가의 규칙을 경시했을 뿐이다.
총리가 만약 이 조치에 대해 국민의 동의를 얻고자 했다면, 국민을 향해 정성을 다해 말을 했어야 했다. 사망한 전 총리가 얼마나 역사적으로 탁월한 정치가였고, 그 공적이 비견할 데 없었는지에 대해 일단 말로써는 설명해야 했다.
국장의 각의(閣議)결정이 내려진 시점에서는 국민의 상당수가 국장의 옳고 그름에 관한 태도를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찬성과 반대 그 어느쪽으로든 유동적인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총리가 고인을 향한 존숭의 염을 진솔하게 설명했더라면, 국민의 상당수는 국장을 찬성했으리라. 하지만 총리는 그것을 게을리했다. 아베 전 총리의 재직 기간이 길었고, 내정과 외교에 공적이 있었다 등의 별 내키지 않는 문장을 봉독해 보였을 뿐이었다.
총리는 ‘듣는 힘’을 반복해서 강조하지만, 정치가에가 가장 필요한 것은 ‘가장 중요한’ 시기에, 분열된 여론을 통합하고, 합의형성을 꾀할 ‘말하는 힘’이 아니었던가. 귓가에서 큰 소리로 울려재끼는 사람의 말을 ‘듣는’ 일만 했을 뿐, 국민적 합의의 형성을 위한 ‘말하는’ 작업이 부족했던 탓에, 총리는 지지를 잃었다.
아베 시대는 이제 끝났다. 아베 시절에는 선거에서 이기면 ‘민의를 얻었다’고 태도를 싹 바꾸면서,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 아무리 국민이 반대하더라도 무시할 수 있었다. 국민의 반대를 무시할 수 있음으로써 정권이 반석의 권력 기반 위에 성립되었음이 증명되었다고 국민들은 굳게 믿어온 것이다. ‘저렇게 권력적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은, 실제로 권력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국민은 합리적으로 추론했고, 권력자에 맞서기를 포기했다.
그렇게 10년에 걸쳐 헌법, 법률을 무시하고, 국민의 반대도 무시할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이지만, 아베 신조라는 정치가에게 ‘다른 총리들보다 탁월한 힘’ 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민의를 얻기 위한 가장 최선의 방법은 민의를 얻기 위한 노력을 거의 비추지 않는 것이라는 점이 아베 정치의 ‘교훈’이며, 뒤를 이은 2대 정권에서도 그것을 우직하게 답습하여, 단기간에 지지를 잃었다.
이번 국장이라는 혁혁한 정치적 이벤트로 기시다 총리는 ’중대 사안에 대해서는 그만큼 정성을 다해 국민을 설득하여, 민의를 얻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만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면, 민주주의의 차원에서 그 뜻을 축복해주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 교훈을 살리기 위한 시간이 그에게 얼마나 남았는지는 모른다.
(2022-09-27 11:51)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저서 <원숭이처럼 변해가는 세상>, <길거리에서 논하는 한일관계론>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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