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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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읽기) 선과 곱셈기계 관리술인용 2024. 10. 30. 00:52
그리고 저 문을 열면 바로 세라의 연구실이 나온다. 세라! 이제 모든 것이 기억에서 되살아난다! 세라가 복도에서 들어와 자기 연구실로 가기 위해 지금 내가 있는 쪽을 지나가면서, 그러니까 물뿌리개를 들고 잰걸음으로 두 문 사이를 지나가면서 이렇게 말했다. “선생께서 학생들한테 ‘질(質)’을 교육했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에요.” 이것이 은퇴하기 전 마지막 한 해를 보내고 있던 여교수가 자기 방에 있는 식물에 막 물을 주러 가면서 점잔 뺀 단조로운 어조로 그에게 던진 말이었다. 그때가 바로 모든 것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그때가 바로 결정체 형성을 위한 씨눈, 바로 그 씨눈에 해당하는 순간이었다. 결정체 형성을 위한 씨눈이라. 선명한 기억의 한 단편이 이제 되살아난다. 실험실에 대한 기억이다. 유기 화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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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물) 슈퍼 선거의 해 리와인드인용 2024. 10. 28. 17:52
@nntaleb I woke up with a disturbing thought: with Kamala there is a near-certainty of more wars coupled with a lot of bullshit about “peace” initiatives. With Trump(rather, Trump-Vance) there is possibility of peace coupled with loud saber rattling. In politics, you don’t vote for a candidate that you “like”. Politicians are, by design, not likeable: propagandists & partisans not judges, nev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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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물) Yours Truly, 2027인용 2024. 10. 27. 19:08
Where do you want to go today? … Is that what you really want? Ticket to the moon. @mas__yamazaki 인터넷/IT 산업에서 떼돈 번 백만장자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그런 식으로 자기를 소개하며 미디어에 노출되는 인간들을 보며 놀라는 게 있다. 바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냉혹함이다. 성공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지위를 정당화하려면, 지금 존재하는 사회 시스템이 공정하다고 큰 소리로 떠들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그러자면 패배자는 곧 각자도생하라는 주장이 나온다.사실 ‘경쟁’에는 ‘경합의 결과에 의해 탈락할 공포’라는 안 좋은 측면이 있으며, 따라서 탈락하지 않고자 ‘강한 측에 속하려는’ 대세 영합적 심리가 발동하게 된다. 탈락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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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읽기) 인생活着인용 2024. 10. 25. 23:04
‘나란 인간, 꽤 괜찮은 인간이군!’ 결혼하면 ‘이게 바로 나의 본모습이야’라고 믿고 있던 자신의 자기동일성이 상당히 깨지기 쉬운 것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결혼생활에서는 ‘이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고 할 만한 ‘최후의 보루’ 따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날마다 한집에서 같이 살아야 하므로 계속해서 양보에 양보를 거듭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엔 전부 양보하고 나서도 무언가 남는 게 있을 겁니다. 그것이 자기 정체성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남는 것이 꽤 ‘의외의 것’이라는 겁니다. ‘나만의 고집’이라거나 ‘양보할 수 없는 마지막 선’이라던 것들은 전부 양보하게 되고 오히려 ‘아, 내게 이런 면모가 있을 줄이야!’ 하는 부분에 자기 존재를 의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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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물) 남자들이여인용 2024. 10. 25. 18:57
@hirakawamaru자기 인정 욕구는 ‘자기가 과소 평가받고 있다’는 피해자 의식과 결부되어 있다.이런 마인드에서, 이제는 어딘가에 있을 ‘진짜 자기 자신의 모습’을 필사적으로 찾아 헤매게 되는 것이다.유일하고 확고부동한 ‘진짜 자기’ 같은 건 어디에도 없사옵니다.(자기 인정이라는, 파멸에 이르는 병일 뿐.)“무엇 하나 확실한 능력을 익히지 못한 채로 대학을 졸업해버린 당신은, 얄궂게도 희망에 넘치던 시절의 자신이 가장 경멸했던 직업에 취직합니다. 거기서 깔끔하게 상황을 받아들였으면 좋았을 테지만, 당신은 ‘예전에 특별했던 나 자신’을 도저히 잊을 수 없었고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다’라는 의식이 방해해서 좀처럼 직장 안에 녹아들지 못합니다. 매일매일 퀭하니 죽은 눈으로 집과 직장을 오가며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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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스 레터)인용 2024. 10. 18. 19:47
읽을 만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그저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이나 겪은 바를 적는 것만으로는 턱도 없이 부족하다. 책의 형태를 갖춰 서점에 진열되는 모든 글의 뒷면에는 엄청난 양의 육필 원고가 켜켜이 쌓여 있다. 모든 생각과 단어, 문장과 단락을 점검해야 한다. 그러자면 파트너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내가 가진 생각과 궁합이 맞는 편집자가 필요하고, 여러 다양한 언어로 쓴 글을 현지 사정에 맞게 옮겨줄 번역자가 요구된다. 그러한 과정에 애초에 투자했던 시간의 두세 배가 소요되기도 한다. 내가 쓴 글이 타깃 독자층이 처한 언어-문화적 환경에 맞게 옮겨져 온 지금까지의 과정을 되돌아보건대, 오히려 원문의 완성도를 뛰어넘는 문장과 단락이 탄생한 경우도 있고, 내가 애초에 쓴 글이 완전히 시간 낭비로 여겨질 정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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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물) 1987년생 김주혜가 MZ세대에게인용 2024. 10. 14. 20:24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두 종류로 나뉘며, 대다수는 그중 첫 번째 범주에 속한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자신이 현재의 상태에서 성공을 향해 더 나아갈 수 없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불가능하리라는 것을 깨닫는 사람들. 그러고 나면 자신의 삶에 주어진 운명을 합리화하고 그 자리에 만족하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이것을 깨닫는 시점은 놀랍도록 일러서, 대체로 스무 살이 되기 전에 도달한다. 교육의 혜택을 받은 사람들 또한 서른에서 마흔 살 사이에는 같은 결론에 이른다. 일부 사람들은 출생 환경이나 그 자신의 야망, 그리고 재능에 힘입어 대략 쉰 전후에 비슷한 깨달음을 얻는데, 그 정도 나이에 이르면 이러한 소강도 그렇게 끔찍해 보이지 않는 법이다. 모두가 꿈을 꾸지만, 그중 몽상가는 일부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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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읽기) 사랑을 쓰려거든 연필로 쓰세요인용 2024. 10. 14. 18:02
보이스는 간단히 말하자면 ‘사소한 계기로 말이 무한하게 배출되는 장치’이다. 말을 바꾸면 입력과 출력이 1대 100과 같은 이상한 비율로 작동하는 언어 생성 장치를 의미한다. (『우치다 선생이 읽는 법』 53쪽) 얼마 안 되는 글자 수로 강렬한 코멘트를 하는 것도 작가에게 필요한 기술 중 하나이긴 하지만 ‘그것만’을 특기로 내세우는 것도 별로 좋은 일은 아니다. 촌철살인이라는 격언에서 알 수 있듯이 강렬한 코멘트는 파괴적인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일도양단하는 코멘트는 글쓴이를 실제보다 150퍼센트 정도 똑똑하게 보이게 한다. 그러니 일도양단 코멘트의 명인에게 그 주제로 5천 자 정도 더 깊이 있게 써 달라고 의뢰해도 나오는 것은 무참한 결과물일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쓰면 “지금 장난치나. 쓸데없는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