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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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읽기) 보초의 자질인용 2025. 4. 9. 19:53
보초의 자질 마이니치신문사가 곤고부지에서 연 세미나에 다녀왔다. ‘공공성의 재구축’이라는 제목이었는데 3・11 대지진 전에 정한 것이라 조금 더 깊이 들어가서 ‘사회제도를 새롭게 고치기’라는 주제로 70분간 이야기를 하였다. 최근에 반복해서 말하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존재하는 것’의 최전방에서의 행동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 것’에 둘러싸여 있다. 우리는 우주의 기원을 모르고 우주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또는 무엇이 없는지)도 모른다. 때가 언제 시작되었는지 모르고 때가 언제 끝나는지 모른다. 「욥기」에서 하느님은 욥에게 이렇게 묻는다. 나는 너에게 묻는다. 나에게 말하라.내가 땅의 기초를 놓을 때에 네가 어디 있었느냐.네가 깨달아 알았거든 말할지니라.누가 그 도량을 정하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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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읽기) 정직론인용 2025. 4. 9. 12:44
용기, 정직, 친절 가운데 어느 덕목이 가장 중요할까? 아마 ‘정직’일 것이다.스스로 세웠던 가설의 반증 사례를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 말했던 게 ‘이상하다’ 싶으면 ‘제가 틀린 말을 했습니다. 미안합니다’ 하고 정정할 수 있는 게 바로 정직함이다. 무도가로서의 경험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신체가 아주 조그마한 위화감을 느꼈다거나 힘이 들어갔다거나, 혹은 뻣뻣함이나 힘풀림을 느낀다면 그것을 정직하게 시인하고, 그 자리에서 고쳐먹을 수 있어야 한다. (우치다 타츠루) 사회 이론은 본성적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 욕망한다. 그리고 확실히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에 대한 설명이 끝날 때, 그 사회 이론은 죽음을 시작한다. 어째서 그렇게 되는지, 지금까지 누구로부터도 납득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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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스 레터) ‘야키니쿠집’ 아들 오길비 군인용 2025. 4. 7. 19:58
히라카와: 요시모토의 키워드 중 하나로서 ‘대중의 원상(原像)’이라는 것이 있어. 이것에 관해서는 ‘뭐야 그게?’ 하고 딱히 와닿지 않는 사람도 많을 거야. 하지만 말이야 나는 바로 이해가 가거든. ‘안다’는 것은 머리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신체로 공감할 수 있다는 의미야. 요시모토의 아버지는 배 만드는 목수였어. 목수이긴 했지만, 배를 제작하는 회사를 경영했지. 그런데 그 회사가 꽤 번창했어. 사람들도 고용하고 부르주아였지. 단, 한편으로 배 목수, 즉 장인이기도 했단 말이지. 그 장인의 아들이 대학은 도쿄공업대학을 갔어. 그런 요시모토의 체험이라든지 생활 같은 것이 내 자신의 것과 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어. 내 경우는, 아버지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지만, 본가의 동네 공장에 일하고 있던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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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읽기) 왜 그렇게 가증스럽게 변하는 것일까?인용 2025. 4. 7. 19:06
그 젊은이가 "저는 그 모든 것을 다 지켰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무엇을 더 해야 되겠습니까?" 하고 다시 묻자 예수께서는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어라. 그러면 하늘에서 보화를 얻게 될 것이다. 그러니 내가 시키는 대로 하고 나서 나를 따라오너라." 하셨다. 그러나 그 젊은이는 재산이 많았기 때문에 이 말씀을 듣고 풀이 죽어 떠나갔다. - 『마태 복음』 “Metallica의 노래 중 〈The Unforgiven〉에서 이런 가사가 나온다. …What I’ve felt 내가 느꼈던 모든 것들이 What I’ve known 내가 알았던 모든 것들이 never shined through in what I’ve shown 나의 행동 속에서는 전혀 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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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읽기) 무지의 괴로움인용 2025. 4. 6. 10:52
움베르토 에코는 박학다식하고 재기 발랄하면서 통찰력을 갖춘 몇 안 되는 학자의 반열에 든다. (3만 권의 장서를 자랑하는) 큰 서재를 갖고 있는 그는 방문자를 두 부류로 나눈다고 한다. 첫째 부류는 다음과 같이 반응한다. “와, 시뇨레 에코 박사님! 정말 대단한 서재군요. 그런데 이 중에서 몇 권이나 읽으셨나요?” 두 번째 부류는 매우 적은데, 개인 서재란 혼자 우쭐하는 장식물이 아니라 연구를 위한 도구임을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들이다. 맞다. 이미 읽은 책은 아직 읽지 않은 책보다 한참 가치가 떨어지는 법이다. 재력이 있든 없든, 장기 대출 이자율이 오르든 말든, 최근 부동산 시장이 어려워지든 말든, 서재에는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과 관련된 책을 채워야 한다. 나이를 먹으면 지식이 쌓이고 읽은 책도 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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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읽기) 결혼이 꼭 행복은 아닌 시대에인용 2025. 4. 2. 20:16
천지현황과 I am a dog 앞으로 고전의 원문을 함께 읽고 해석하는 형식으로 강의가 진행됩니다. 한자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여러분은 대체로 한자나 한문을 공부하지 않은 세대입니다. 그런 점에서는 한글 세대인 나 자신도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나 역시 한문은 전공과도 멀고 소양도 부족합니다. 그러나 고전 강독에서 중요한 것은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고전으로부터 당대 사회의 과제를 재조명하는 것입니다. 사회와 인간에 대한 성찰과 모색이 담론의 중심이 됩니다. 물론 그러한 논의를 위해서는 고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고 또 관련된 문헌 연구도 필요하겠지만 이 부분은 최소한으로 한정할 작정입니다. 고전 원문은 그러한 논의를 이끌어내는 마중물의 의미를 넘지 않을 것입니다. 욕심입니다만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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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읽기) 어떻게 살아얄지 모르는 시대에인용 2025. 3. 31. 09:30
호리에 같은 존재, 즉 트릭스터, 흑막(fixer), 경계면(interface), 누에(ぬえ), 박쥐, 키메라, 전달자(communicator), 가교 등과 같은 것의 질이나 세련도가 떨어진다는 점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우리 사회는 규범이나 가치관을 달리하는 여러 하위집단으로 나뉘어 있다. 집단과 집단의 경계에는 차이가 있거나 이질감이 있으며 어느 쪽 가치관도 통하지 않는 ‘무인지대(no man’s land)’가 펼쳐져 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가친코에서 꼼짝없이 마주치면 불화(friction)가 일어난다. 그래서 정리할 사람이 필요하다. 단일한 도량형밖에 갖고 있지 못한 인간은 ‘저쪽이 일어서면 이쪽은 일어서지 않고, 이쪽이 일어서면 저쪽이 일어서지 않는’ 상황을 조정할 수 없다. 단일한 가치관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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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읽기) 경제학인용 2025. 3. 28. 19:59
이하 『테크노퓨달리즘: 클라우드와 알고리즘을 앞세운 새로운 지배 계급의 탄생』 아무도 감자를 사고 싶어 하지 않아서 감자의 재고가 쌓이면 감자 가격은 떨어질 거예요. 마찬가지로 돈에 대한 수요(말하자면 대출 수요)가 현재 대출 가능한 돈의 양을 밑돈다면, 돈의 가격, 즉 이자율은 내려갈 겁니다. 빅 비즈니스는 막대한 예금을 쌓아놓았고 돈을 빌려줄 용의가 있는 사람, 즉 대부자들로부터 돈을 빌려올 역량을 지니고 있고요. (채권 구입의 형태로 돈을 빌리게 되겠죠) 그러므로 돈에 대한 전반적인 수요를 결정할 힘을 갖고 있는 건 대출의 의향이 있는 빅 비즈니스들입니다. 이론의 세계에서는 중앙은행이 다른 은행에 빌려주는 이자율을 조절하는 형태로 전체 이자율에 영향을 미치죠. 중앙은행이 이자율을 낮추면 은행도 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