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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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읽기) 인류는 어디로 향하는가?인용 2025. 3. 3. 15:45
로렌스 토브 선생이 책을 보냈다 로렌스 토브의 『3가지 원리』라는 책이 도착했다. 바로 펼쳐 보았다. 표지 안에 토브 씨의 헌사가 적혀 있었다. “우치다 교수님. 이 책을 보낼 수 있는 것은 저의 기쁨이기도 합니다. 이 책이 당신의 목적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고 나아가 당신의 피드백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곧바로 읽어 나갔다. 오오오, 이것은 정말로 희한한 책이다. ‘거대서사’에 지식인들이 안녕을 고한 것은 20년 정도 전,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가 『포스트모던의 조건』이라는 책에서 거대서사에 대한 조사(弔辭)를 낭독했을 무렵이다. 포스트모던이라는 말에 아직 손때가 묻지 않았을 시절의 일이다. 로렌스 토브는 이미 한번 사망 선고를 받은 거대서사를 다시 호출하였다. 역사는 랜덤이고 무의미하고 미래는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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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읽기) 미니 맥스인용 2025. 2. 16. 18:39
도깨비가 되지 말고 난쟁이가 돼라 “이 세상에 도노키〔兎寸〕 강 서쪽에 높은 나무가 있었습니다. 그 나무 그림자는 아침 해가 비치면 아와지〔淡路〕 섬까지 이르고, 석양에 비치면 가와치〔河内〕의 다카야스〔高安〕 산을 넘었습니다. 그런데 이 나무를 잘라 배를 만들었더니 매우 빠른 배가 되었습니다. 그 배 이름을 가라노〔枯野〕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 배로 아침저녁, 아와지 섬의 맑은 물을 길어 귀인의 식수로 썼습니다. 이 배가 부서진 다음, 그 재목으로 소금을 굽고, 그 타다 남은 나무로 고토(琴; 거문고와 비슷한 일본 현악기)를 만들었더니 그 소리가 온 나라(七鄕, 어떤 판본은 七里 - 인용주)로 퍼져 울렸습니다.” 큰 나무를 잘라 배를 만든다는 것은 거대한 수목이 축소된 것을 의미하나, 반대로 그 축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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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읽기) 극우와 아노미, 아노미와 극우인용 2025. 2. 8. 14:10
내셔널리즘과 집단성 대학원에서 W 씨가 젊은 세대 사이에 만연해 있는 내셔널리즘과 격차 사회의 관계에 대해 발표하는 것을 들으며 생각을 좀 해봤다. 내셔널리즘은 '연비가 썩 좋은 정치 이데올로기'다. 현실적으로는 이해관계가 별로 일치하지 않는 사회집단을 '가상의 적'을 향한 증오심을 지렛대로 삼아 일시에 강력하게 뭉치게 할 수 있다. 유럽에서 배외주의적 운동이 반드시 이민자 문제 및 젊은이의 실업 문제와 연관되어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국민적 통합이 해체될 조짐'이 보일 때 꼭 내셔널리즘이 기세를 올린다. 새로이 고양되는 내셔널리즘의 신봉자는 항상 '약자'다. 하지만 '약자'의 정의를 통해 미루어볼 때, 그들은 '국민적 통합을 이루지 못하면 현재 누리고 있는 이익을 놓칠 계층'은 아니다. 어떤 식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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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읽기) 꿈꾸는 마르크스 ゆめみるマルクス인용 2025. 2. 4. 08:55
마르크스는 약간 꿈을 꾸듯이 이렇게 쓰고 있어요."이 코뮌주의는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의 투쟁에 대한 참된 해결이며, 현실 존재와 본질, 대상화와 자기 확인, 자유와 필연, 개(個)와 유(類) 사이의 투쟁에 대한 참된 해결이다." (349쪽) 이 단계에서 '개와 유의 투쟁'은 해결된다고 마르크스는 썼어요. 바꾸어 말하면 '사인'과 '공민'의 대립이 해결된다는 것이지요. 그것은 곧 자신의 자연스러운 욕구를 채우는 행위가 그대로 공공의 복리로 이어지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논어』에도 나와 있듯이 "마음이 원하는 것을 따라도 법도를 넘지 않는다"는 경지가 그것이죠. 공자는 '일흔이 되었을 때' 라고 연령의 조건을 붙였지만, 인간이 아무리 분방하게 욕망을 품어도 타인과 자연과 공생하는 이치를 벗어나지 않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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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읽기) 미래가 어떻게 될지 나는 알고 있다인용 2025. 2. 3. 09:15
어릴 적에 나는 이런 변화가 없는 생활이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될까 상상하고, 깊은 절망감에 허우적댄 적이 있다. 렌코인(蓮光院)이란 절이 통학로에 있었는데, 초등학교 1학년 때 절의 대나무 울타리를 손가락으로 세어가면서 학교에 갔다. 그러다가 이런 생각을 했다. "앞으로 이 대나무 울타리를 힐끔힐끔 볼 때쯤이면 5학년이 되어 있겠지? 그때 가서 '아, 맞다, 1학년 때 그런 생각을 했지' 하는 생각이 나서 웃을 거야...." 어느 날 대나무 울타리를 손가락으로 세어가면서 학교에 갈 때 '아, 아직 2학년이네'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때 시간이 그렇게 느리게 흘러가는 것이 기절할 만큼 어질어질했다. 주관적으로는 10년쯤 초등학교에 다녔지만, 실제로는 겨우 1년밖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때 '어린아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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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읽기) 괜찮은 남자, 꼭 잡아야 할 남자, 비장의 일격인용 2025. 1. 19. 22:24
결혼 상대를 보면 그 사람의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도 대충 알 수 있습니다. 결혼할 상대가 균형이 잘 잡힌, 시민적 성숙도가 높은 사람이라면 그 부모도 대략 ‘어른’이라고 보면 됩니다. 아이들은 가까이에 있는 ‘어른’을 보고 성장하니까 부모가 ‘제대로 된 어른’이라면 그 자녀도 대체로 ‘제대로 된 어른’으로 자랍니다. 물론 부모가 엉망인 탓에 자녀가 특이하게 잘 커주는 케이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잘 커준’ 자녀들은 결혼하기 전에 약혼자에게 먼저 “우리 엄마아빠 정말 엉망이거든, 그러니 나랑 사귀지 않아도 돼”라고 말해줄 겁니다. 결혼 이후 부모로 인해 갈등이 일어나는 건 자신의 부모가 사회적으로 봤을 때 어느 정도 ‘원숙한’ 사람인지 자녀가 판단할 수 없는 경우이지요. ‘우리 부모님은 평범하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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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물) 유적 존재, 타임스팬, 그리고 인플루언서인용 2025. 1. 19. 22:18
인류의 역사는 진화지향과 퇴화지향이 서로 길항하는 과정입니다. 이 두 유형으로 저마다 갈라져 인류는 진화해 왔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둘을 화해시킬 방도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진화해 온 것이지요. 그러므로 퇴화지향 역시, 진화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인간에게는 지성이나 덕성이 거의 표준 장착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가르쳐주니까요. 오늘날의 세상을 보면서 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퇴화지향은 주기적으로 인류를 엄습합니다. 지금, 인류의 여명 이래 꼽아보아도 수십 번쯤 (아마 더 될 겁니다) 이미 왔었던 ‘퇴화의 계절’을 우리는 맞고 있습니다. 선인들은 이러한 퇴화 압력에 대항하여 “인간은 지성과 덕성에 개방되어 있다”는 사실을 몸소 일생의 궤적을 통해 증명했습니다. ‘우파’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형용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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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읽기) 지금 한국인들은 모두 다 파시스트다인용 2025. 1. 17. 23:02
대한민국은 경쟁을 통해 중진국까지는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만든 것을 더 열심히, 더 성실하게 흉내 내는 것으로 이룬 성과입니다. 그러나 이제 경쟁과 성실, 모방만으로 선진국에 진입하고 그 위상을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창의적인 창조의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이때 경쟁은 오히려 퇴행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삼성이 세계적인 기업이라고 하지만 창조적으로 만들어낸 건 거의 없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것을 창조할 능력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창조는 무엇입니까? 오늘날의 창조는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이질적인 요소들을 합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융합이 곧 창조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고 소통하고 협력하고 또 연대하는 능력이 필수적입니다. 소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