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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읽기) 지금 한국인들은 모두 다 파시스트다인용 2025. 1. 17. 23:02
대한민국은 경쟁을 통해 중진국까지는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만든 것을 더 열심히, 더 성실하게 흉내 내는 것으로 이룬 성과입니다. 그러나 이제 경쟁과 성실, 모방만으로 선진국에 진입하고 그 위상을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창의적인 창조의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이때 경쟁은 오히려 퇴행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삼성이 세계적인 기업이라고 하지만 창조적으로 만들어낸 건 거의 없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것을 창조할 능력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창조는 무엇입니까? 오늘날의 창조는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이질적인 요소들을 합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융합이 곧 창조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고 소통하고 협력하고 또 연대하는 능력이 필수적입니다. 소통, 교류, 협력, 연대의 능력이야말로 오늘날의 창조자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인 것이지요. 안타깝게도 한국 사람들에게는 그런 능력이 대단히 결여되어 있습니다.
지금 한국 사회가 이루어야 할 시대적 과제는 인간적 존엄과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인간적 존엄은 디그노크라시로, 사회적 정의는 데모크라시로 이루어낼 수 있습니다. 디그노크라시 교육을 통해 존엄한 인간을 기르고, 데모크라시 교육을 통해 성숙한 시민을 기르는 것입니다. 이것이 대한민국이 물질적 성장을 넘어 정신적 성숙에 이르는 진정한 선진국가가 되는 길입니다.
이러한 전환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넘어가는 우리나라의 국격에도 걸맞은 것입니다. 인간을 하나의 기능, 도구, 부품으로 보는 도구적 이성의 관점을 넘어 인간 그 자체를 존엄한 존재로 보는 비판적 이성의 관점으로 이행할 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왜 존엄주의 교육이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할까요? 지금까지 한국의 교육은 학생들의 유용성만을 강조하면서 그들의 존엄성을 무시해 왔습니다. 그 결과 한국에서 12년간 교육을 받으면 일정한 기능적 지식은 습득할지 모르지만, 인격적 품위를 갖추기는 어렵습니다. 존엄주의 교육은 자신이 얼마나 존귀한 존재인지를 자각하고, 타인 또한 얼마나 존엄한 존재인지를 인식하는 것입니다. 요컨대, 존엄 감수성을 키워서, 자신의 존엄성을 자각하고 타인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사람으로 교육하는 것입니다.
독일에서 민주시민교육의 목표는 아이들에게 세 가지 능력을 갖도록 가르치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권력의 억압에 저항하는 능력’ ‘사회적 불의에 분노하는 능력’ ‘약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입니다. 이 세 가지 능력을 갖춘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것이 독일 정치 교육의 핵심목표입니다.
이제는 우리도 세계로부터 인정받은 선진국답게 존엄한 인간, 개성적 자유인, 성숙한 민주주의자를 기르는 교육을 시작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아도르노의 교육 사상은 한국 교육에 세 가지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경쟁지상주의 교육은 인간을 괴물로 만드는 ‘야만 교육’이라는 것이고, 올바른 의식을 길러주지 않고 단순한 지식만을 채워주는 것은 ‘반교육’이라는 것이며, 저항권 교육, 반권위주의 교육 등 정치 교육이 부재한 한국의 교육으로는 성숙한 민주시민을 길러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성숙한 민주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교실이 ‘정치화’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교실에서 성숙한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교육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한국 교육을 잘 받은 학생일수록 잠재적 파시스트의 성향을 보입니다. 이것이 한국 민주주의가 위대한 민주혁명의 전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뿌리가 허약한 이유입니다. 독일처럼 어려서부터 정치 교육을 통해 성숙한 민주시민을 길러내야 합니다. 오로지 개인적인 성취에만 몰두하는 이기적 인간이 아니라, 인류의 고통과 억압에 맞서 연대하는 높은 정치의식을 가진 성숙한 시민을 길러내야 합니다.
김누리 『경쟁 교육은 야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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