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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와 “근로 윤리”인용 2024. 1. 17. 22:41
미국 사회에서 끊임없이 “please”라고 하거나 “thank you”라고 말하는 습관을 고려해 보라. 이젠 그런 말을 하는 것이 기본적인 도덕으로 여겨진다. 우리 사회의 도덕적 수호자들, 예를 들어 교사와 목사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예절을 강조하는 것과 똑같이, 우리도 아이들이 그런 말을 까먹는다고 끊임없이 나무란다. 우리는 종종 그런 습관이 보편적이라고 단정하지만, 이누이트 사냥꾼이 보여주듯이, 그것은 결코 보편적이지 않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행하고 있는 많은 예절이 그렇듯이, 그것은 한때 봉건 시대에 존경을 표하던 습관이 일반화된 것이다. 그 시대에 봉건 영주나 고관들을 대하던 방식을 모든 사람들에게 확대했다는 뜻이다. 아마 모든 예절이 다 이런 식이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사람들로 붐비는 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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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인간이라면… 신념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인용 2024. 1. 16. 22:54
“적어도 인간이라면… 신념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렇지 않고선 삶이란 공허할 뿐이야. 살아 있으면서 왜 아무 것도 알려고 하지 않는 거지? 학은 왜 날아오를까? 아기들은 왜 태어날까? 별은 왜 하늘에서 빛날까? 그들은 왜 살아있는 걸까? … 나는 알고 싶어. 그렇지 않으면 인생의 의미가 사라져 버릴 테니까. 바람에 나부끼는 먼지처럼!” 인간의 태반은 예견도 회록(回錄)도 하지 않고 순간적인 생활을 보낼 따름이다. 당장의 육체적 필요가 인간의 마음 전체를 점령하는 것이며, 그 점 동물과 별차가 없다. 보통의 인간이 개나 고양이와 다른 점은 주로 개나 고양이보다 미래의 일에 눈을 돌린다는 데 있다. 그러나 ‘원죄’ 설에 의하면 인간이 비전 능력을 상실한 것은 실생활을 걱정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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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감촉이 드는 말씨: 박동섭 선생으로부터의 질문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 11. 16:10
질문: ‘당연함’, ‘일반인의 관점’, ‘통념’ 이런 것들을, 말하자면 일종의 ‘당연함’을 의장으로 두르는 일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의 많은 사람들에게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것’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어지간한’ 말은 잔잔한 세상에 부합이라도 하겠다는 양, 세상을 구획 짓기도 하고 체계화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말을 쓰는 한 똑같은 구획법, 똑같은 체계화밖에는 이룰 수 없으며, 더구나 그 구획법 자체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가를 묘사할 수는 없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많은 학자는 수월스런 말로는 결코 질문을 던질 수 없는 ‘당연함’, 그 ‘당연함’이 가져다주는 문제점 등을 묘사하기 위해 딱딱하고 꺼칠꺼칠한 학술적 어휘를 구사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딱딱하고 꺼칠꺼칠한 학술적 어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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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참배자 또는 연인의 정신 상태인용 2024. 1. 6. 20:01
1975년 무렵 도쿄대학 본 캠퍼스의 은행나무 길을 걸을 때 친구로부터 “우치다, 앞으로 일본은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해?”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앞으로 일본은 무도와 종교 시대가 될 거야”라고 대답한 기억이 납니다. (우치다 다쓰루, 『배움엔 끝이 없다: 우치다 선생의 마지막 강의』, 박동섭 옮김, 358쪽.) * 〔그가 수도 없이 읽고 또 읽고 또한 되풀이하여 되뇌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변함없이 그대로 남아 있는 구절이 있다. 이는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과학의 신전에는 수많은 저택이 들어서 있다. . . . 그리고 그 저택에 거주하고 있는 이들은 진실로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며, 그들이 이곳에 거주하게 된 동기 또한 다양하다. 많은 사람들이 뛰어난 지적 능력에 대한 희열감 때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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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의 본질이란 무엇인가?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 5. 20:12
도서출판 유유라는 곳에서 필자의 책을 내주기로 하였다. 일본인인 나에게 한국 출판사가 찾아와 기획 단계서부터 그들이 오리지널하게 제안해서 내는 책이다. 유유출판사 편집자가 보내온 질문에 답하는 구성이다. 이제까지 스무 문항에 답했다. 다음 글은 19번째 질문이다. 어지간해서는 일본 독자가 물으러 오지 않는 스트레이트한 질문이다. ー 선생님께서는 당신의 수많은 저서를 통해 ‘학술’의 중요성을 강조하시고, 또한 그것을 다음 세대에 ‘패스’ 혹은 ‘선물(present)’할 필요성을 역설하십니다. 이번에 저희와 기획하신 이 저서 역시 일종의 중요한 ‘학술’ 활동의 일환일 것입니다. 선생님께서 생각하고 계시는 ‘학술’의 본질이란 무엇인지를 여쭙고자 합니다. 조금 아까 제가 생각하고 있다는 ‘문무 양도(文武兩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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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을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인용 2024. 1. 4. 23:09
나는 (...) 물에 빠진 젊은이들을 다소 안타깝게 생각한다. 구명보트에 아직 자리가 있으면 흔쾌히 태워 줄 마음도 있다. 그런데 차가운 물속에 손을 담그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표류자에게 등을 돌리고 보트 안에서 연회를 한다. 산해진미를 만끽하면서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으면 물에 빠진 쪽도 즐거워 보인다는 생각에 그냥 놔둬도 가까이 올 것이다. 태워 달라고 하면 태워 준다. 그런데 “딴마음이 있는 거죠?” 같은 무례한 말을 하는 녀석은 그대로 바다로 밀어 버린다. (...) 사실 우리가 탄 보트가 그렇게 안전한지 아닌지 우리도 잘 모르기 때문에 꼭 태워 달라고 부탁하는 녀석 이외에는 무리해서 권유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 제가 가르치는 일이 본질적으로 ‘오지랖 넓은 일’이라는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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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루이 도키치 「대동 합방론」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 2. 19:03
(옮긴이 일러두기: 다음 글에서의 樽井藤吉 저 『大東合邦論』 발췌문의 번역은 김동희, 김윤희 역, 『대동합방론』 , 전주 : 흐름(흐름출판사), 2020을 준용하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한 면수 표기는 졸생이 하였습니다.) 을 저술하고 있는 도중, 행론(行論)**의 필요로 다루이 도키치의 을 조술(祖述)***하게 되었다. 이 두 문헌은 한데 엮을 수 있는 논고이며, 또한 다루이의 사상과 그에 연관된 ‘아시아주의’의 구도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되므로, 이 부분만을 사전에 공개하는 바이다. ー * 곤도 세이쿄: 1868~1937. 사상가, 제도학자. 제국주의 노선에서 탈피, 고대 중국의 사직 봉건제를 이상으로 하는 농본주의를 제창하였는데, 이는 아시아 제국(諸國)의 자연적 자치를 주장하는 데에 이르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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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날처럼 두뇌가 날카로운 청년들에게 일갈인용 2024. 1. 2. 13:16
이 선생님들은 ‘이 세상은 공평한 곳이 아니다’라는 경험으로 얻은 지식과 ‘세상에는 바보 같은 녀석들만 큰소리치고 있다’는 증오가 몸에 사무쳐 있었습니다. - 우치다 타츠루 군주와 재상은 국가를 대표한다면 마땅히 군자가 벗을 대하는 것처럼 되어야 하지 소인이 되어 그 나라의 이름을 욕되게 해서는 안 된다. (...) 군자는 항상 적은데 소인은 항상 많은 것이 고금의 만국 공통의 걱정거리이다. - 다루이 도키치 * 지금보다 어리고 민감하던 시절 아버지가 충고를 한마디 했는데 아직도 그 말이 기억난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이 점을 기억해두는 게 좋을 거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서 있지는 않다는 것을.” - F. 스콧 피츠제럴드 (김영하 역) 이전에 들은 바에 따르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