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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구니히로 『재미난 일을 하면 어떻게든 굴러간다』 한국어판 추천문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4. 16. 13:06
미시마 군이 쓴 『우리끼리니까 전하는 안부』(‘쪼꼬미시마’ 출판)를 박동섭 선생이 한국어로 옮긴 결과물이 곧 출간된다. “추천문 좀 어떻게….” 라며 부탁을 해오기에, 일필휘지하다시피 썼다. 미시마 군과는 어지간히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 아직 그가 첫 직장에 다니던 이십 대 후반 무렵 조우했으므로, 지금으로부터 20년 정도 지난 얘기다. 그때 그가 자신을 소개하면서 “저는 여행 다니는 사람이올시다”라고 말했던 게 정말로 인상적이었다. 일 관련된 얘기는 거의 안 하면서, 미시마 군은 이제까지 자기가 전 세계를 이곳저곳 여행 다녔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재밌는 친구였다. 재밌는 사람은 또다시 만나고 싶어진다. 책을 하나 내고 싶다고 하기에 ‘그려 쓸란다’ 했다. 같이 작업을 하다 보면, 종종 얼굴을 맞대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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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enity에 관하여인용 2024. 4. 13. 10:52
시타가와 선생과 '가르치는 방법'의 핵심에 관해 이야기를 하다가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나도 합기도를 가르치기 때문에 잘 아는 일인데 신체 사용법을 가르치는 것은 어떤 의미로 '간단'하다. 이해력이 나쁜 사람이건 움직임이 둔한 사람이건 어떻게 하면 좋아지는지 가르치는 쪽에서는 이치가 잘 보이기 때문이다(시타가와 선생은 딱 잘라서 "내 말을 들으면 누구든지 잘할 수 있다"고 단언하신다). 말씀하신대로 신체 운용은 누구나 스승의 지도를 따르다 보면 언젠가 반드시 잘하게 된다. 어느 수준까지 도달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의 차이는 있지만 단지 시간 문제일 뿐이다. 이런 수련을 하면 반드시 잘하게 된다는 것을 가르치는 쪽은 딱 잘라 단언할 수 있고 가르침을 받는 쪽도 그 말을 믿을 수 있다. 왜냐하면 신체 운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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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만 죽어라 파고든 너도 결국 실업자니까.” (소설가 김진명)인용 2024. 4. 11. 22:00
“인문학만 죽어라 파고든 너도 결국 실업자니까.” 형연은 은하수의 날 선 비난에도 신경 하나 쓰지 않은 채 말을 이어 나갔다. “대신 인문학 공부는 돈이나 지위 같은 다른 힘과 비교도 할 수 없는 큰 힘을 가져다 줘. 바로 내면의 힘이지. 눈에 바로 보이지는 않지만 가지면 가질수록 마음이 편해지고 자신감이 차오르며 삶이 떳떳하고 행복해져. 나는 돈을 많이 안 벌겠다, 조금 벌고 그 대신 검소하게 살겠다, 그리고 남는 시간과 열정을 더 의미 있는 일에 쏟겠다고 생각하는 거지.” “좋게 들리기는 한다만 그게 그리 쉽게 될까?” “불안하지. 하지만 인문학이 깊어지면 불안이 인간의 존재조건임을 알게 돼. 인간이란 어차피 불안에 시달리며 살게 되어 있다는 말이야. 그래서 당황하거나 극단적으로 반응하지 않아. 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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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짓고는 ... 즐거운 표정으로 아니라고 말한다.인용 2024. 4. 11. 21:28
방황을 하다 보니 그는 군대에 들어가게 되었고, 군대는 그를 한국으로 보냈다. 그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거기에는 단편적 영상이 하나 있다. 그것은 어떤 배의 뱃머리에서 보았던 성벽의 영상이다. 안개 낀 항구를 가로질러 보이던 성벽, 마치 천국으로 향하는 문처럼 환하게 빛나고 있던 그 성벽의 영상이 그의 기억에 단편으로 남아 있다. 이 영상을 그는 소중하게 여기고 수도 없이 되풀이해서 머리에 떠올리곤 했던 것이 틀림없다. 비록 다른 어떤 것과도 연결이 되어 있지 않지만, 그 영상에 대한 기억은 너무도 강렬한 것이어서 나 자신도 수없이 이를 머릿속에 떠올리곤 하기 때문이다. 이는 매우 중요한 무언가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나의 전환점을 상징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한국에서 보낸 그의 편지들을 보면,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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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교육에 대해서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4. 10. 13:24
도덕 교육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연수 모임에 초청받았다. 연단에 서기 앞서 ‘경개’*를 보내달라고 하기에, 아래와 같이 썼다. ー (* 梗槪: 전체의 내용을 요점만 간추린 줄거리. - 옮긴이)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도록 하겠다. ‘도덕’이란 ‘사람으로서’ 만사를 어떻게 적절히 대처해 나갈지에 관한 ‘행동지’와도 같다. 말하자면 도덕을 교과서적인 지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닌 듯하다. 물론 ‘행동지’ 역시, 대개 말과 글을 경유해 들어온다. 그런데, 이 말과 글이라는 게 학생들의 머리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신체에 스며들게 된다. 어찌하여 어떤 행동은 적절하고, 어떤 행동은 부적절한가에 관한 기준을 학생들은 모른다. 모르므로 연소자*인 것이다. 말로 설명해도 못 알아먹는다. 머리로 못 알아먹는 것을 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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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데라코야 연구 발표회’ 오리엔테이션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4. 9. 14:36
이번 학기 주제는 ‘세상은 앞으로 어떤 모습이 될까’입니다. 비슷한 주제를 과거에도 내걸었던 적이 있습니다. 관심 가는 사안에 관해, ‘앞으로 어떤 모습이 될까’를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미래 예측의 정확도는, 문제로 두고 있는 사상(事象)의 전단(前段)을 얼마만큼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건을 놓고 볼 때, 만일 그로부터 1년 전에서부터 일어났던 일밖에는 알지 못한다면, 1년 뒤나 5년 뒤에 무엇이 일어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50년 전이나 100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다시말해 전단(前段)을 포함한 ‘문맥’을 이해한다면, 그것이 선택할 만한 경로*는 어느 정도 전망해볼 수 있습니다.ー(* …「文脈」を知れば、それが選択しうる道筋はある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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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를 쓸 수 없는 학생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4. 5. 16:24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학생들이 글자 쓰기를 버거워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교과서를 노트에 필사만 해 오라는 숙제를 매번 내고 있건만, 해 오는 학생은 절반 이하다. 수업 중에 칠판에 적힌 내용을 노트에 베끼도록 하는 지시에도 학생들은 따르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저 ‘게으름 피우느라 이러나’ 싶었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반드시 그렇다고만은 할 수는 없겠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소설 『코』를 쓴 저자를 묻는 시험 문제에 ‘니콜라이 고골(ゴーゴリ)’이라고 답을 쓴 학생이 있었다. 고골도 똑같은 이름의 단편을 썼기는 했지만, 교과서에서 읽었던 글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의 것이었다. 어째서 일부러 고골이라고 썼느냐고 학생에게 물었더니, ‘한자로 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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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손톱은 언제 봐도 참 아름답더라고요. (오카자키 교코)인용 2024. 4. 4. 20:53
note 이것은 도쿄라는 지루한 거리에서 나고 자라 평범하게 망가지고 만 여자(젤다 피츠제럴드처럼?)의 사랑과 자본주의를 둘러싼 모험과 일상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영화감독 장뤼크 고다르가 "모든 일은 매춘이다."라고 말한 적 있죠. 동감합니다. 옳은 말이에요. 그걸 알고 하는 사람, 모르고 하는 사람,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사람… 기타 등등이 있지만 다시 말하겠습니다. "모든 일은 매춘이다." 그리고 모든 일은 사랑이기도 합니다. 네, 사랑이요. 사랑은 일반적으로 일컬어지는 안락하고 따뜻한 것이 아니에요. 그건 분명합니다. 사랑은 힘겹고 매섭고 두려운 잔혹한 괴물입니다. 자본주의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헤엄을 못 치는 아이가 수영장 앞에서 겁을 집어먹듯 그런 것들을 두려워하면 꼴사납겠죠. 두려워하지 않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