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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미들기 싱글의 충격』 서평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5. 30. 13:06
인구 감소 문제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은 으레 노동력 부족이나 시장 규모 축소, 연금이나 의료제도의 지속 가능성 등을 운운하고 있다. 그러나 정말로 시리어스한 측면은 ‘고령기에 들어 사회적으로 고립화한 싱글의 언더클래스화’에 있다. 이 책은 그 터부를 정면으로 문제 삼은 예외적인 작업물이다. ‘언더클래스’란 ‘워킹클래스’보다 한층 아래에 위치하는, 생활 보호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최빈곤층을 이른다.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 되며, 사회의 저변에 응축되는 폐쇄 집단이다. 일본에서도 ‘고령자 언더클래스’가 앞으로 대량으로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 정치가도 관료도 미디어도 이 문제를 외면해 왔으나, 높은 확률로 앞으로 일본 사회는 그러한 집단을 떠안게 된다. 지금 미들기(35세~64세)에 있는 싱글들은 머지않아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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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독) 수불석권, 위편삼절, 남아수독 오거서인용 2024. 5. 29. 23:58
예를 들면 책을 읽지 않으면서 밥을 먹을 수가 없다. 심한 근시이기 때문에 책을 얼굴 근처까지 가져오지 않으면 글자를 읽을 수 없는데 그렇게 하다 보니 입으로 밥을 운반하는 젓가락과 책이 부딪친다. 어쩔 수 없이 책을 잠시 멀리 두고 음식을 입안으로 집어넣은 다음 황급히 책을 끌어당긴다. 1초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이 나에게는 견딜 수 없이 긴 무위의 시간이다. 화장실에서도 반드시 책을 읽는다. 화장실 문을 열고 화장실에 비치해 둔 ‘전용 책’을 힐끗 보고 ‘앗 이거 아까 다 읽었는데’라는 생각만으로도 식은땀이 흐른다. 그러면 황급히 책장으로 달려가서 화장실 안에서 읽어야 할 책을 찾는다. 그런데 나는 참지 못하기 직전까지 일을 하는 사람이라서 화장실 문을 연 시점에서 항문 주변은 이미 긴급사태를 맞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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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팸플릿) Quo vadis. Что Делать?인용 2024. 5. 29. 23:54
1988년 서울 올림픽으로 경제와 문화가 개방되며 새로운 시대가 열렸고, 사회적・경제적 제약이 많았던 베이비부머들에게는 희망이 생겼다. 내가 누리지 못했던 것들을 내 자식은 누릴 수 있을 것이며, 그것들을 누리는 내 자식들은 세상에서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이다! 밀레니얼이라 불리는 우리 세대의 심적 좌절감과 죄책감의 시작이라고 할까. 더 넓은 세상에 대한 동경과 그 세상에 대한 무지는 경쟁사회라는 괴물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고, 열심히만 하면 내 아이가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부모의 합리적 희망과 허영심은 2020년에 살고 있는 나 같은 30대 언저리 젊은 연주자라면 모두가 경험했고 공감하는 대기실 수다의 단골 레퍼토리가 됐다. - 조진주, 『언젠가 반짝일 수 있을까』 근대의 도서관은 개개인이 시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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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정치 진출에 관하여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5. 27. 17:26
여성의 정치 참여가 증가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향후 어떠한 사회적 변화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에 대해 의견을 말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어지간한 여성 의원이 소위 ‘보수’ 언저리에는 있으되, 그녀들이 남성 의원과 차별화된 정치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굳이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 사람들은 여러 차례 남성 의원 이상으로 차별적이거나, 강압적인 모습을 통해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이런 의원이 더 늘어난다 해도, 속 시원한 일은 안 일어난다. 따라서, 처음 질문은 이제 ‘제대로 된 여성 정치가가 늘어남으로써 어떠한 변화가 기대되는가’로 바뀌어야만 의미가 생겨난다. 그러면 이번에는 ‘제대로 된 정치가가 늘어나면 무엇이 바뀌는가’ 하는 물음과 실질적인 뜻이 똑같으므로, 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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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뿌리내릴 곳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5. 27. 14:57
제가 알고 지내는 젊은 친구로부터 청년층 빈곤을 다루고 있다는 현장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그는 빈곤자의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는 단체의 직원을 하고 있습니다. 구조 거점에는 ‘배를 주리고 있는 젊은이들’이 모여 무료 급식대 앞에 줄을 서고 있습니다. 이 시대에 ‘끼니를 잇지 못하는’ 젊은이가 수백 명 있다는 사실을 듣고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들 중 많은 경우, 본가는 있지만 집에 있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집에는 자신이 있을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바깥으로 나와 헤맵니다. 그런데, 돈이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범죄에 휘말려, 피해자가 되든지 가해자가 되든지 하는 위험에 신변을 노출하게 됩니다. 그러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있을 곳이 없다’는 말이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했습니다. 왠지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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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 브리튼 - 도요새의 강(Curlew River)취재 2024. 5. 23. 16:36
내가 브리튼의 이 걸작을 처음으로 들은 것은 영국 서퍽 주의 오포드에서 열린 두 번째 공연 때였다. 그때 이 작품에 반한 뒤로 줄곧 좋아해 왔다. 작곡자는 어디에서 영감을 얻어 이런 신비극을 만들었을까? 나는 도쿄에서 노〔能〕 공연을 보고 나서야 그 물음의 답을 알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 이 작품이 많은 관객을 만나게 될까? 그렇게 되면 참 좋겠다…….(스뱌토슬라프 리흐테르 1977년, 밑줄은 인용자) Curlew River – A Parable for Church Performance | Inspired by Motamasa's Nō "Sumidagawa" 어찌됐든 간에 괴상쩍은 동물의 혼이 쓰인 ‘괴물’이 되어 큰북의 비트에 맞춰 노 무대를 뛰어다닐 만한 작품을 하고 싶다. 『스미다가와』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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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돈과 멸사봉공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5. 21. 22:07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전 간사장이 대표로 있는 정치단체가 약 3500만 엔을 서적 구매 비용으로 썼다는 것이 밝혀졌다. 구입 도서 목록을 보면 『넘버 2의 미학: 니카이 도시히로의 본심』,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론』, 『자민당 간사장 니카이 도시히로 전기』와 같이 ‘자신에 관한 책’이 과반수를 차지했다. 개중에는 한 권만으로 1000만 엔을 넘는 구입 대금을 지불했던 책도 있다. 자금원은 세금이다. 다른 이의 돈을 써서 자신에 대한 책을 사고, 이를 배포하는 이런 행위를 이 사람은 ‘부끄럽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부끄럽게 여겼다면 애초에 안 했다. 요즘 시대에 이렇게 말하면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헛웃음을 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당신은 긍지란 것이 없는가’라고 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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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존속의 비책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5. 21. 17:32
대입의 계절이 왔다. 필자는 도쿄에 있는 의학 관련 대학의 이사 및 지방 여대의 평의원을 하고 있다. 그런 탓에 계절이 돌아오면 여기저기서 입시 상황에 관한 보고를 듣는다. 살아남는 대학과 벼랑 끝에 몰린 대학 사이의 격차가 해마다 벌어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현시점에서 정원을 충족하고 있는 대학 역시 저출생이 지속될수록, 머지 않아 ‘벼랑 끝’에 서게 된다. 모처럼 전국 방방곡곡에 질 좋은 교육연구 거점을 세워온 형국이었다. 이를 시장 원리에 맡기고 통폐합해서, 교육 기관의 도쿄 집중화를 내버려두어도 되는 것일까? 근대 일본에서 교육을 충실케 하는 것은 국가적 급무였다. 메이지 시대 말기까지 도쿄, 교토, 센다이, 후쿠오카에 제국대학 4곳을 만들었다. 최종적으로는 타이베이, 경성을 포함한 아홉 제국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