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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도 순방 차제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5. 3. 14:12
정기적으로 악우(惡友)들과 모여서 하코네 온천으로 탕치(湯治) 요법도 할 겸 마작 치러 다닌다. 50세를 넘겼을 무렵부터 시작한 행사이므로 이제 20년이 다 된다. 줄곧 같은 료칸에 있는, 같은 방에서 묵는다. 다른 조건들을 똑같이 두면, 시간이 지나며 무엇이 변하는지가 선연하게 가시화되기 마련이다. 창업 멤버 네 명 가운데 한 명(필자의 친형)은 이미 과거장(過去帳; 불교 용어 - 옮긴이)에 기명되었으며, 한 명은 인지장애를 앓아 요양원에 있다. 남겨진 두 명(필자와 히라카와 가쓰미 군)끼리 각자 친구를 불러 와 정원을 보충하였음에도, 비교적 젊은 축의 대표 격이었던 오다지마 다카시 씨는 재작년에 돌아가셨고, 샤쿠 뎃슈 선생은 다망하시어 형편이 허락지 않는다. 이번에는 어쨌거나 6명이 모여서, 반쯤 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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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표변豹變, 봄・봄인용 2024. 5. 1. 08:29
(이하 은희경 『새의 선물』에서) 누가 나를 쳐다보면 나는 먼저 나를 두 개의 나로 분리시킨다. 하나의 나는 내 안에 그대로 있고 진짜 나에게서 갈라져나간 다른 나로 하여금 내 몸 밖으로 나가 내 역할을 하게 된다. 내 몸 밖을 나간 다른 나는 남들 앞에 노출되어 마치 나인 듯 행동하고 있지만 진짜 나는 몸 속에 남아서 몸 밖으로 나간 나를 바라보고 있다. 하나의 나로 하여금 그들이 보고자 하는 나로 행동하게 하고 나머지 하나의 나는 그것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때 나는 남에게 ‘보여지는 나’와 나 자신이 ‘바라보는 나’로 분리된다. 내가 어른들의 비밀에 쉽게 접근한 것은 바로 어린애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해서 ‘어린애로 보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자기들이 다루기 쉽도록 어린애를 그저 어린애로만 보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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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각오가 아니 선다면 공부를 하지 말라인용 2024. 4. 28. 19:17
메이지 시대의 책을 읽다 보니 메이지인의 ‘날카롭고 위세 좋은 말’의 기세에 신체가 익숙해졌다. 후쿠자와 유키치는 기질이 굳센 사람으로 불합리한 것을 싫어하고 잘난 체하는 녀석을 싫어하고 근성이 비열한 자를 싫어해서 버럭 화만 내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을 깔보고 자신을 높이지 않는 점이 멋지다. 내전으로 에도 전체가 난리가 났을 때도 충성을 뽐내거나 시류에 편승하려 하지 않고 세속에 구애됨 없이 훌훌 유연하게 지냈다. 유키치는 에도가 불바다가 될 위기에도 자신이 운영하는 학당 게이오의숙이 비좁다며 보수 공사를 했다. 에도 어디에도 이런 시국에 보수 공사를 하는 집은 없었다. 목수도 미장이도 일이 없어서 곤란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노임은 헐값이었지만 아주 기뻐하였다. 친구가 찾아와서 이럴 때 공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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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베르테르에게 에뜨랑제가인용 2024. 4. 27. 19:44
삶이란 장난기와 악의로 차 있다. 기쁨을 준 다음에는 그것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에 장난기가 발동해서 그 기쁨을 도로 뺏어갈지도 모르고 또 기쁨을 준 만큼의 슬픔을 주려고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너무 기쁨을 내색해도 안 된다. 그 기쁨에 완전히 취하는 것도 삶의 악의를 자극하는 것이 된다. 허석과 만날 일이 기쁘면 기쁠수록 내색을 하지 말자. 그리고 한편으로는 누구의 삶에서든 기쁨과 슬픔은 거의 같은 양으로 채워지는 것이므로 이처럼 기쁜 일이 있다는 것은 이만큼의 슬픈 일이 있다는 뜻임을 상기하자. 삶이란 언제나 양면적이다. 사랑을 받을 때의 기쁨이 그 사랑을 잃을 때의 슬픔을 의미하는 것이듯이. 그러니 상처받지 않고 평정 속에서 살아가려면 언제나 이면을 보고자 하는 긴장을 잃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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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인 서울 ー 혼밥하는 ‘라떼’가 온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4. 25. 18:01
『도쿄 중년 싱글의 충격(東京ミドル期シングルの衝撃)』 (미야모토 미치코, 오에 모리유키 엮음) 동양경제신문 출판부의 와타나베 씨한테 새로 나오는 책 서평을 부탁받았으므로 조금 긴 소개문을 썼다. 제목이 살짝 도발적이기는 하지만, 저간의 인구 동태와 지역 커뮤니티 형성을 다룬 견실한 연구이다. 그러나 대단히 충격적인 사실은, 이러한 연구에 관해 극히 최근까지 아무도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인구 감소에 관하여 논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인적자원’ 부족이나 시장 규모 축소, 연금 및 의료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관해서는 얘기한다. 하지만 정말 심각한 것은 ‘고령기에 들어가 사회적으로 고립화한 싱글족의 언더클래스>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거북한 얘기를 도마 위에 올린 예외적인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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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hree-Body Problem인용 2024. 4. 21. 11:46
빛과 어둠이 하나가 됩니다. - 미야자키 하야오 구르지예프가 쓴 《삶이란 오직 ‘내가 나’일 때만 진정한 것이 된다》에는 고비 사막의 남서쪽 가장자리에 위치한 옝기사르(Yangihissar) 현 근처에서 요양하던 중에 그에게 찾아온 계시(epiphany)의 순간이 묘사되어 있다. 그가 머물던 곳은 한 방향으로는 비옥하고, 다른 방향으로는 생명을 앗아가는 완전한 불모지인 독특한 장소였다. 구르지예프는 이 장소에 관해 “천국과 지옥이 정말로 존재해서 각기 어떤 힘을 방사(放射)한다면, 그 두 원천 사이의 공간을 채운 공기는 바로 이런 느낌이었을 것”이라고 술회하고 있다. 구르지예프에 의하면 공기는 ‘두 번째 양식’(second food)이었고, 그가 가 있던 장소의 공기는 ‘천국과 지옥의 두 힘 사이에서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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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육, 그래도 희망을 이야기하자.인용 2024. 4. 20. 19:16
Hic Rhodus, hic salta! 인간이 누군가를 교육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앞서 말한 것처럼 교육이란 아이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것(educate)'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자는 아이들의 잠재적인 재능을 '끌어내는 사람'이지 죽은 지식을 '처넣는 사람'이 아닙니다. 바로 여기에 교육자(educator)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이지도 않는 아이들의 잠재적 능력을 끌어낼 수 있을까요. 이것은 거의 신의 영역이 아닌가요. 그렇기 때문에 독일에서는 교육자의 양성과정이 대단히 엄격합니다. 독일에서는 교사의 양성과정이 의사의 양성과정과 거의 유사합니다. 의사가 인간의 육체를 다루는 직업이라면, 교사는 인간의 정신을 다루는 직업이기 때문이지요. 교육은 인간의 심리와 정서, 감수성과 인지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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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페어 퀸의 쓸모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4. 16. 14:42
고령자가 집단 자결하는 게 고령화 사회의 비책이라고 공언하였던 젊은 경제학자의 발언이 화제를 부르고 있다. 그가 주장하는 ‘인간은 물러날 때가 중요한 듯하다’라는 말에도, ‘과거의 공적을 써먹으며 자리를 보전하고 있는 사람이 여러 층위에 너무나 많다’라는 사실의 적시에도 필자는 동의한다. 그러나, 쓸모없는 자는 유해무익하니까, 집단에서 내쫓아야 한다는 논(論)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인도적인 차원에서라기보다는 조직인의 경험에 기반해 그리 생각하는 것이다. 조직에 기생하며, 아무런 가치도 창출하지 않고, 외려 새로운 활동을 가로막기나 하는 ‘무임승차자’는 모든 조직에 일정 수 포함되어 있다. 이런 ‘밥만 축내는 이’의 비율을 줄이는 건 분명 집단의 퍼포먼스를 높이는 데 어느 정도까지는 도움이 된다. 다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