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
「단나게이」에 대하여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La miseria y el esplendor 2024. 7. 1. 15:59
노가쿠의 호쇼(宝生) 유파에서 내고 있는 ‘보생’이라는 잡지에 이 전통 예술과 관련한 에세이를 기고했다. 내가 쓰는 글 중에는 뭇사람 눈에 잘 띄지 않는 매체에 기고하는 게 종종 있는데 이것도 그중 하나이다. 이에 따라 가상 공간에 채록해 두기로 한다. ‘단나게이’라는 양식 간제 유파의 ‘우타이’와 ‘마이’ 수련을 시작한 지 십칠 년 된다. 이 년 전에 첫 노(能) 무대로 ‘쓰치구모’를 선보였고, 2014년 금년 유월에는 ‘하고로모’로 두 번째 노 무대에 선다. 그다음 있을 노 공연은 내후년인데, ‘아쓰모리’에 참여할 예정이다. 필자가 전문 기예로 삼고 있는 아이키도의 기준으로 꿰맞춰 보면, 잠정적으로 ‘三단’ 근처에 해당한다. 겨우겨우 한고비를 넘긴 셈이다. 그러다 보니 이런저런 사항들을 서서히 깨닫..
-
(발췌독) 미야자키는 치히로 세대에게도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인용 2024. 7. 1. 11:57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이따금 말에서 내려 자신이 달려온 쪽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한다.말을 쉬게 하려는 것도, 자신이 쉬려는 것도 아니었다.행여 자신의 영혼이 따라오지 못할까봐걸음이 느린 영혼을 기다려주는 배려였다.그리고 영혼이 곁에 왔다 싶으면그제서야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 박민규 영화가 개봉된 2001년 물질주의 문화의 수렁에 빠진 일본인들은 영적 공허함을 잊기 위해 무분별한 소비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미야자키는 한때 미국 문화가 과잉 문화라고 비난했지만, 이제 자신의 주변이 과잉 문화에 물들어 있었다. 게다가 토토로> 때부터 위협받던 일본의 자연은 도시, 시골 할 것 없이 모두 생명 유지 장치에 의존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수십 년 동안 일본 정부는 오랜 경제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
-
(발췌독) 망설임의 러브 어페어인용 2024. 6. 22. 17:44
우라와 레즈를 응원하게 된 것은 1998년 오노 신지가 영입되고부터다. 그런 의미에서 서포터 사이에서 나는 공식적으로 '철새'라는 인종으로 분류된다. 가장 천한 계급이다. 약소 시절에는 눈길도 안 주다가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할 무렵 몰려든 팬으로, 우라와 레즈 팬 계층 안에서는 최하위다. 하긴 그런 취급을 받는 나도 J2 시절을 모르는 팬들한테는 가끔 설교를 한다.(웃음) 글쓰기와 관련해서도 "아아, 자네는 손으로 원고를 써본 적이 없군"처럼 말하면서 젊은 작가에게 압력을 가할 때가 있다. "처음부터 컴퓨터였지, 자네들은?" 이런 식이다.(웃음) 디자이너의 세계 같은 곳은 분명 더 노골적일 것이다. "나때는 사진 식자라든가 포지티브 필름을 들고 뛰었어"처럼, 옛날에만 겪을 수 있는 거짓말 같은 고생담..
-
에마뉘엘 레비나스 철학 탐구: 영화 《모노노케 히메》 비평의 견지에서 (수전 네이피어)인용 2024. 6. 21. 20:21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전통적인 일본 정원은 선(禪)불교가 꽃핀 무로마치시대에 탄생했다. 하지만 에서 무로마치시대의 자연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아름답지만 거칠고 위험하며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비인간의 공간이다. 그리고 강력한 힘을 지닌다. 때로는 영적이고 초월적이지만, 때로는 폭력적이고 위협적이다. 영화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소외된 인류뿐 아니라 자연 그 자체에도 목소리와 얼굴을 준 것이다. 는 '나름의 사고와 존재 방식'을 지닌 비인간 유기체의 개념을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생생하게 그리며 절실하게 탐구한다. 영화 속 세상은 자연이 중심이던 생명 개념이 철을 만드는 여자들이 상징하는 기술 중심으로 갑작스럽게 이행하면서 위기를 맞는다. 이 과도기에 숲의 신들은 멸종을 위협받는다. 그러나 신들은 '가면을 ..
-
(팸플릿) 거리로 나가자, 키스를 하자인용 2024. 6. 21. 19:40
고립된 채 부를 축적하면서, 나는 이제 얼마나 강한가 또 얼마나 든든한가 하고 생각하지만, 부를 축적하면 할수록 그만큼 더 자살이나 진배없는 무력함 속으로 가라앉는다는 것을 이 정신 나간 자는 알지도 못합니다. - 도스토예프스키 어릴 때 충분히 사랑을 해보라는 이유는 회복할 체력도, 시간이나, 감정적 여유도 있을 때이기 때문이다. 언제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 해보라. 할 수 있을 때 원 없이 좋아해보고 가슴 아파도 보고 구질구질하게 굴어봐도 좋다. 어린 나이일수록 그건 흠이 아니다. “우리는 누구나 남이 나를 좋아하기를 바란다. 남이 나를 좋아하도록 하는 비결은 상대방의 기분을 유쾌하게 해주는 점에 있다.” 로렌스 굴드의 말이다. 나도 이 말에 동의한다. 그럼 대체 호감 가는 사람이란 어..
-
일불日佛 우익을 나란히 놓고 보아하니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6. 19. 12:13
전에도 밝힌 바 있듯, 곤도 세이쿄의 저서 『군민 공치론』 복각에 즈음하여 이 책의 해설을 쓰고 있다. 지난 1년쯤 동안 곤도 세이쿄의 저작과 연구서, 그리고 주변 사람들ー우치다 료헤이, 도야마 미쓰루, 후쿠자와 유키치, 김옥균, 미야자키 도텐, 기타 잇키 등등ー의 책을 내리 읽었다.필자는 대학원 시절에 프랑스 19세기 극우 사상(파시즘과 반유대주의)을 연구했었다. 논문도 썼고, 연구서도 옮겼다(베르나르앙리 레비의 『프랑스 이데올로기』와 노먼 콘의 『시온 의정서』). 반세기 가까이 지나고서 거의 같은 시기의 일본 우익 서적을 읽고 있다. 불가사의한 부합(符合)이다.그들이 말하는 ‘이야기’를 살펴보면 동서의 차가 그리 크지 않다. ‘원초의 청정’이 이런저런 ‘이물異物’의 혼입으로 인해 더럽혀지고, 쇠퇴하고..
-
해외 학술계에서 주목한 우치다 선생 사상 (국체론 관련)인용 2024. 6. 19. 12:00
그러나 중요했던 것은 퇴위 의사 표명만이 아니라 오코토바의 명칭인 (象徴としてのお務めについての天皇陛下のおことば)이 보여 주듯이 천황이 직접 ‘상징’으로서의 직무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는 데 있었다. 실제로 이 발표에서 퇴위나 양위라는 구체적인 표현은 사용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 발언에서 주목할 바는 그동안 수동적으로 전후 헌법하의 상징이라는 틀 속에 갇혀 있던 직무를 천황 본인이 직접 문제 제기했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그런 점에서 천황의 생전퇴위 오코토바는 생전퇴위가 가능한가 내지 바람직한가의 문제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수면 아래 잠재했던 ‘상징천황제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생전퇴위는 근대 이래의 천황제가 규정하고 있는 종신천황제를 수정하는 것뿐만이..
-
사카모토 류이치와 진구 가이엔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La miseria y el esplendor 2024. 6. 17. 18:45
도쿄도 도지사 고이케 유리코 귀하실례를 무릅쓰고 갑작스레 편지를 올립니다. 저는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입니다. 진구가이엔 재개발과 관련하여 제 생각을 전달드리고자 이렇게 붓을 들게 되었습니다. 부디 일독해 주시기를 청합니다.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당장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선인이 100년을 들여 지키고 보살펴 온 귀중한 진구의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희생시키는 것은 옳지 않은 일입니다. 이들 한 그루 한 그루의 나무는 모든 사람에게 은혜를 베풉니다. 그러나 진구를 개발함으로써 은혜를 받는 축은 한 줌의 부유층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나무와 나무들은 한 번 잃게 되면 두 번 다시 찾을 수 없는 자연입니다.제가 살고 있는 뉴욕에서는 2007년 당시 시장 마이클 블룸버그가 뉴욕 시내에 100만 그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