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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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어서는 안된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5. 7. 20:01
아사히 신문과 가진 인터뷰의 롱 버전이다. — 문장을 쓸 때 ‘상정 독자’로 염두에 두는 존재가 있을 법도 한데요. 글을 쓸 때 설정하는 상정 독자는 두 명인데, 한 명은 초등학생 시절부터 친구로 지내는 히라카와 가쓰미 군(71)이고요. 다른 한 명은 두 살 위인 친형 도오루(徹)입니다. 형은 6년 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만, 지금도 변함 없이 형이 읽고 나서 납득해 줄 만한 것을 쓰자는 다짐을 하고 있습니다. — 형님은 어떤 존재였습니까. 어렸을 적에는 저를 심술궂게 대하니 ‘갑갑한 형’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제가 중학생이 될 무렵부터는 점점 친해졌습니다. 특히 형이 기타를 치기 시작하며, 록 음악에 열중할 때부터였어요. 형이 싱글 음반을 사가지고 와서 저를 형의 방으로 불러놓고서는, ‘일단 한 번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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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위기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5. 5. 22:24
라는 잡지가 예전에 있었다. 어느새인가 극우적인 논조로 바뀌고 질 나쁜 기사를 게재하게 되더니 그새 폐간되었다. 아직 멀쩡한 잡지였던 시절에는 곧잘 긴 글을 써줬다. 아래 글도 그중 하나다. 2012년 2월에 쓴 것인데, 10년 전 얘기다. 박동섭 선생이 ‘읽고 싶습니다’ 하여 하드디스크를 샅샅이 뒤져 찾아냈다. 10년이 지나도 읽을 만하다는Readable 느낌이 들어서, 다시금 남겨둔다. 요전번에 철학자 와시다 기요카즈 선생과 ‘3.11 이래 일본의 위기적 상황’에 관해 대담을 가질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가 사회자를 맡아 와시다 선생의 이야기를 경청한다는 취지의 모임이었으므로, 초반에 저는 “우리는 지금 포스트 글로벌화 세계라는, 전대 미문의 역사적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그럼 앞으로는 도대체 어떻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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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신앙과 수행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5. 1. 20:03
한국의 박동섭 선생이 ‘우치다 다쓰루 연구’를 위해 열심히 자료를 모으고 있다. 열람코자 하는 주제가 있는데, 한국의 도서관에서는 찾을 수 없다고 하기에 서랍을 한참 뒤적거리다 보니 나왔다. 2013년 4월에 썼던 것이다. 다시 읽어보니 상당히 흥미진진한 내용이었다. 박 선생에게 보내는 김에 블로그에도 올리기로 한다. 23년간 고베 여학원 대학이라는 미션스쿨에서 교사 생활을 했다. 그때까지 기독교와의 접촉은 거의 없었지만, 근무하면서 교목과 대화하고, 예배를 보며, 때로는 권유받아 성경을 논했다. 유대교 철학이 전문인지라 비 기독교인이지만, 은 학생 시절부터 계속 읽었다. 필자가 연구했던 것은 에마뉘엘 레비나스라는 프랑스의 유대계 철학자이다. 리투아니아에서 태어나, 프랑스와 독일에서 철학을 공부했고,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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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The Godfather>와 <북쪽 나라에서北の国から>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4. 20. 22:34
‘KOTOBA’라는 잡지가 공개 50주년을 기념하여 특집호를 냈다. 거기서 기고를 의뢰받아 아래와 같이 썼다. 이상한 제목을 붙여버렸다. 허나 이 두 드라마를 서로 비교해 보면 시리즈의 예상치 못한 층위에 가닿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이 두 드라마를 함께 논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은 술자리에 동석한 젊은 벗의 불평을 듣고서부터였다. “직장 상사가 라는 드라마를 보라고 권하여 봐봤더니 하나도 재미가 없었다. 이렇게 솔직하게 밝혔더니 ‘피도 눈물도 없는 남자’라는 힐난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유감이다. “도대체 이해가 안 갑니다. 어째서 남들은 이런 이야기에 감동하는 것인지요?” 하고 그가 물어서, 잠시 생각한 뒤에 이렇게 답했다. “로 말할라치면, 가족이라는 것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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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위기와 ‘반항’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4. 13. 22:01
어느 농업지로부터 원고 청탁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위기와 식량 안보에 대해 써달라고 부탁받았는데, 완전히 딴소리를 써버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자마자, 여러 매체에서 의견을 물어왔다. 이리하여 농업신문으로부터도 원고 청탁이 왔다. 이는 심상찮은 일이다. 필자는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전문가가 아니다(물론 농업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2014년 크림 반도 합병 때도, 그 이후의 친러파와 분리파의 동부 분쟁 때도 누구 하나 의견을 묻는 사람이 없었다. 둘 다 푸틴이 행한 ‘특수한 군사 작전’이고,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국난이라고 할 수 있는 위기였지만, 당시 필자 주위에서 ‘우크라이나 정세의 향방’이 화젯거리가 되었던 적은 없었고, 물론 원고 청탁도 없었다. 그랬는데 지금은 정말로 돌아가는 상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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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과 치유의 이야기 ー <귀멸의 칼날>에 대한 구조분석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4. 11. 22:13
트위터에도 썼는데, 어느 대학 입시 문제에 아래 글이 쓰였다 하여, 기출문제집에 수록하고자 한다는 연락이 있었다. 대체 뭘 썼었는지 생각해보니 ‘주간 금요일’에 기고한 론이었다. 상당히 진귀한 글감을 찾아내 작문하였던 것이다. 2020년 12월에 썼던 글인데, 내용을 깨끗이 잊어버린 탓에 컴퓨터를 샅샅이 뒤져 찾아내 읽어보니 이게 꽤 재밌는 내용이기에 블로그에 올려둔다.만화를 논하는 건 오랜만이다. 수 년 전에 집영사集英社가 원피스 스트롱 워즈>란 책을 내게 되어가지고 당시 론을 쓴 게 마지막이었다. 오다 에이치로 씨의 는 세계 누적 발행부수 4억 7천만 부라는 천문학적 히트를 친 작품이었기에, 집영사 측에서 ‘왜 이리 잘 팔리는가?’ 에 대한 이유를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해서 썼다. 아마 ‘그저 엄청 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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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론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3. 10. 23:14
미국에서의 자유와 통제 미국 이야기를 하려 한다. 자유를 논하는 마당에 어쩌자고 미국 얘기를 하냐고 묻는다면, 우리 일본인에게는 ‘자유는 다루기 까다로운 것이다’라는 실감(實感)이 희박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독립전쟁이나 시민 혁명을 경유하여 시민적 자유를 획득한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지 않다. 자유를 얻고자 싸우고, 많은 희생을 치르고서 자유를 손에 넣은 뒤, 자유가 극히 다루기 어렵다는 사실을, 까딱 잘못하다가는 얻은 것 이상으로 크게 잃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고서 섬뜩해지는 경험을 우리들은 집단적으로는 해본 적이 없다. ‘자유’는 freedom/Liberté/Freiheit를 번역한 것인데, 패키지화된 개념으로써 근대 일본에 수입되었다. 순수 일본어에는 ‘자유’에 상응하는 어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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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도 연구 수업 주제는 '위기론'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2. 25. 23:56
여러분, 안녕하세요. 금년도 테마는 '위기'입니다. 키워드는 유행을 탈 때도 있고 버려지기도 합니다. '위기'가 옛적 시대를 대표했던 키워드였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백년 전, 유럽의 양차 대전 전간기 때의 일입니다. 이 시대에는 '위기'라는 단어가 제목에 들어간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쓰여졌습니다. 사회 시스템이 극적으로 변하고, 미래 예측이 난처해지면 인간은 '위기'를 느끼게 되나 봅니다. 21세기에 들어서서 아무래도 100년 째가 되는 '위기의 시대'가 찾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기후변화, 팬데믹, AI 도입에 따른 고용 감소, 인구 감소, 반지성주의, 종교 원리주의, 극우의 진출, 테러리즘, 국제 협력의 정체, 정치가와 관료의 열화, 미디어의 열화, 젠더 격차... 일일이 꼽을 수도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