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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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시브 러닝을 권함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1. 14. 07:41
학교 교육에 대한 인터뷰를 받을 때는 대체로 가르치는 입장에서 얘기를 하게 되는데, 요전번에는 드물게도 ‘어떤 식으로 공부해 오셨습니까?’ 라는 질문을 받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필자는 어렸을 때부터 정말로 ‘공부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누군가에게 배움을 청하는 일이 되게 좋았다. 그렇게 말하면 인터뷰어는 수상쩍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렇게 말하는 학자는 거의 없습니다’라고 한다. 하지만, 애초에 배우는 게 삼시세끼 밥보다도 좋은 사람이 학자가 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왜 수상쩍다는 표정을 짓는 것인가. 필자는 전문가가 하는 얘기를 굉장히 좋아한다. 어느 분야든 상관 없다. 잘 모르는 분야일수록 호기심이 항진(亢進)한다. 전에 제자의 결혼식 옆자리에 앉은 신사로부터 귀금속 업계의 현황에 대해 30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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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세가 되면 읽어야 할 책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1. 12. 22:04
어렸을 적에는 ‘자신이 태어났던 이전 시대’가 단순히 막연한 시간의 지평선에 지나지 않았다. 쇼와 전반기, 다이쇼, 메이지, 막부 말기도 하나같이 ‘옛날’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여 있었다. 그러던 것이 나이가 들면서 점점 ‘옛날’이 차별화되게 되었다. 자신이 태어나기 직전과, 생년의 50년 전, 생년의 100년 전의 차이가 피부 감각적으로 느껴지게 되었다. ‘옛날’의 해상도가 올라가는 것이다. 그에 따라 개인적인 법칙을 하나 떠올려냈다. 개인의 감상이므로 일반성을 요구하고 싶지는 않거니와, 말하자면 ‘자신이 태어나기 전에 대한 상상력의 지평은 실제 연령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해하기 힘든 말이라 미안하다. 요는 ‘10세 아동은 자신이 태어나기 10년 전까지, 20세 성인은 자신이 태어나기 2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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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뒤의 세상 - ‘후퇴’에서 찾은 생존법』 머리말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1. 11. 22:14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치다 타츠루입니다. 이번에는 ‘후퇴’와 관련한 주제로, 제가 신뢰를 보내고 있는 저자 분들에게 기고를 부탁드렸고, 이 논집을 펴내게 되었습니다. 기고 의뢰문을 아래에 싣습니다. 읽어보시고 나면, 이 논집의 간행 의도를 이해하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치다 타츠루입니다. 쇼분샤의 안도 아키라 씨를 통해 저한테서 편지를 받으신 여러분은 ‘아아, 또 기고의뢰구나’ 하고 곧장 떠올리셨을 겁니다. 이번 기고의뢰는 ‘후퇴에 관하여’라는 주제입니다. 우선은 편집 취지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얼마 전, 나라 현립 대학 주최로 ‘후퇴학’을 둘러싼 심포지엄이 개최되었습니다. 주최자측을 대표하여 대학의 호리타 신고로 선생의 ‘지금 후퇴적 지성의 필요성을 묻는다’라는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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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저출산은 일본보다 심각”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1. 11. 21:48
얼마 전, 한국 부산대로부터 ‘지방 소멸 위기 시대에 인문지가 갖는 역할’이라는 강연 주제를 수락하여 온라인으로 강연했다. 한국도 일본에 이어 급격한 인구 감소 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지방의 인구 감소가 심각해서, 인구는 서울 한 곳에 집중되고 있다. ‘지방 소멸 위기’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런 질문을 받아도 필자에게 묘안이 있을 턱이 없다. 다만, 이는 일본과 한국 뿐만이 아니고, 동아시아 선진국에 공통되는 문제라는 점을 이야기했다. 한국의 합계 특수 출생률은 0.84다. 고령화가 많이 진행된 일본조차 1.34인 것이므로, 그 심각함을 알 수 있다. 100년 후 한국의 인구는 중위 추계로 60% 감소. 현재 5200만 명의 인구가 2000만 명으로 줄어들 예측이다. 그런데, 예전에 만났던 한국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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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조의 정치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1. 10. 20:56
어느 일간지로부터 설날에 실을 ‘사고 정지하고 있는 중고년 샐러리맨에게 일갈’ 이라는 제하의 원고 청탁을 받았다. 중고년 샐러리맨을 주된 고객층으로 하는 매체이므로 독자에게 시비를 거는 것이나 다름없는데, 그래도 상관 없다고 기자는 말한다. 단카이 세대(일본의 1947~1949년 생 - 옮긴이)까지는 정년까지 재직하고, 퇴직금을 모조리 받으며, 유유자적한 노후 생활 설계를 노려볼 수 있으나, 현역 세대는 이제 그런 달콤한 꿈을 꿀 수 없다. 코로나로 소멸 위기에 처한 업계도 있다. 취업 형태도 상당히 바뀌었다. AI의 보급에 의한 고용 상실 또한 임박해 있다. 인구 감소에 따른 사회의 변화에 대해서도 예측이 어렵다. 앞으로 50세를 넘겨서 실직하는 경우, 그리 간단히 재취업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아볼 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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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국 민주주의론> 에필로그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1. 9. 20:32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치다 타츠루입니다. 시라이 사토시 씨와의 대담집 은 2016년에 도요 경제신보사에서 간행된 것인데요, 이번에는 아사히신문 출판부에서 문고본으로 내게 되었습니다. 6년 전에 일본의 정치 현실에 대해 논한 책이 지금까지도 리더블(readable)하다는 평가를 듣게 된 것을 참으로 기쁘게 여깁니다. 대체로 정치와 시국에 대해 쓴 책의 유통기한은 길어도 거의 1년 정도입니다. 그런 책의 많은 수는 ‘세상 사람은 모르지만, 진상은 이런 것이다’라는 ‘정보통과 초보의 정보수집력의 수위차’가 주된 판매 요소가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수위차’는 그다지 지속되지 않습니다. 그렇다 함은, ‘진상은 이러한 것이다’ 라는 것을 공개함으로써 ‘세상 사람은 모르지만’ 이라는 전제가 무너지고 말기 때문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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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t Buy Me Love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1. 6. 20:22
‘토착의 지’를 내걸고 활동하고 있는 아오키 신페이 군과 오랜만에 실제 사람들을 모아놓고 대면으로 대담을 하였다. 아오키 군의 근간(近刊) 를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아오키 군은 십수년 전 필자가 주최하는 대학원 연구수업에 다녔던 청강생 청년이었다. 지중해 고대사를 전문으로 하는 연구자였는데, 도시에서의 생활에 지쳐 파트너인 아오키 미아코 씨와 함께 나라 현 히가시요시노라는 산속 마을로 이주했다. 그곳에서 집을 빌려 자택을 ‘사설 도서관’으로 개방하고, 현지에서 장애인 취업 지원을 하며, 히가시요시노를 거점으로 학술 활동을 해오고 있다. 직감에 따른 경우에는, 우선 행위가 있고, 나중에 ‘어째서 내가 이런 일을 했는가?’ 하고 자문하게 된다. 하지만 애초에 직감적인 움직임이므로, 이유는 하나가 아니다.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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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인들의 고민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1. 5. 20:33
3년 만에 강의 여행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입국 수속이 상당히 번거로워지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한국 벗들과 해후할 수 있었다. 2박 3일 동안 두 도시에서 강연하는 하드한 스케줄이었는데, 이번에는 서울에서 인터뷰를 가진 후, 신문 기자들과의 간담회 이벤트가 있었다. 식사를 하면서 젊은 여성 기자들 여섯 명과 한국 언론의 현황과 관련해 얘기했다. 어느샌가 그 자리는 기자들의 이런저런 질문에 필자가 답하는 ‘신상 상담’ 시간이 되어버렸다. 모든 질문이 흥미로웠다. 양국의 언론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본질적으로 같은 것임을 느꼈다. ‘문해력이 낮은 독자도 알아먹을 수 있도록 쓰라’고 선배 기자로부터 지시가 내려오고, 그러면 갈수록 기사가 부박해지는데 이를 어쩌면 좋겠느냐 하는 것이 첫 질문이었다. 똑같은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