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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시브 러닝을 권함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1. 14. 07:41
학교 교육에 대한 인터뷰를 받을 때는 대체로 가르치는 입장에서 얘기를 하게 되는데, 요전번에는 드물게도 ‘어떤 식으로 공부해 오셨습니까?’ 라는 질문을 받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필자는 어렸을 때부터 정말로 ‘공부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누군가에게 배움을 청하는 일이 되게 좋았다. 그렇게 말하면 인터뷰어는 수상쩍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렇게 말하는 학자는 거의 없습니다’라고 한다. 하지만, 애초에 배우는 게 삼시세끼 밥보다도 좋은 사람이 학자가 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왜 수상쩍다는 표정을 짓는 것인가.
필자는 전문가가 하는 얘기를 굉장히 좋아한다. 어느 분야든 상관 없다. 잘 모르는 분야일수록 호기심이 항진(亢進)한다. 전에 제자의 결혼식 옆자리에 앉은 신사로부터 귀금속 업계의 현황에 대해 30분 가까이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도중에 상대방이 잠시 정신이 들었는지 ‘이런 얘기가 재밌으십니까?’ 하고 진지하게 물었다. ‘굉장히 재밌습니다’ 라고 즉답했다.
이슬람 법, 감염증, 노가쿠, 도공(刀工) 얘기 등, 현장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의 얘기를 잠자코 듣는 것을 필자는 대단히 좋아한다. 듣고 있으면 그 말들이 하나하나 몸에 스며드는 것이 실감된다. 필자는 그것을 조심스레 ‘패시브 러닝’이라고 이름지었다.
지금은 학생에게 참가나 발언, 대화를 많이 시키는 수업을 ‘액티브 러닝’이라고 해서, 주요한 수업 원리로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학생을 그룹으로 나눠 과제를 부여하고 의논시켜 그룹 발표케 하는 게 당최 뭐가 ‘액티브’하다는 것인지, 솔직히 말해서 필자로서는 잘 모르겠다. 비슷한 연령 또래의, 비슷한 정도의 사회적 경험밖에 없는 반 친구의 얘기를 듣고서 극적인 지적 성장을 이루게 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아예 없지는 않지만). 그보다는 자기가 아예 알지 못했던 영역의 전문가가 하는 말을 입 다물고 듣는 게 훨씬 질이 높은 ‘배움’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2022-12-29 13:03)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저서 <원숭이처럼 변해가는 세상>, <길거리에서 논하는 한일관계론>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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