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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Voice를 발견하기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1. 18. 21:06
가이후칸에서는 ‘데라코야 세미나’라는 것을 하고 있다. 필자가 교수 시절 주관했던 사회인 대상 평생교육 연구 수업의 후신인데, 매주 한 번 합기도 도장 바닥에 앉아서 연구 수업을 열고 있다. 코로나 이후로는 온라인으로도 수강 가능하게 되었는데, 이번 학기에는 드물게도 40명 가까운 인원이 도장을 찾아왔다.
매 기수마다 연구수업 첫날에는 필자가 ‘이 세미나는 왜 열리는가’를 제언한다. 내용은 매년 다르다. 올해는 ‘자신의 보이스’를 꼽았다.
필자가 수강생들에게 연구수업 발표를 시키는 것은 공부시키는 게 주된 목적이 아니다. 고등학생 숙제까지라면 해당되겠다. ‘이렇게나 많은 책을 읽었다. 자료를 조사했다’는 성과를 제시하면, 교사는 그것을 평가해줄 터이다. 그러나 필자의 연구수업은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한다. 그것은 발표를 통해 ‘자신의 보이스’를 획득시키고자 함이다.
‘자신의 보이스’라는 말은 평소에 잘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의 보이스’란 자기 고유의 사고나 감정에 대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목소리’이다. 이 목소리로 읊으면, 자신 깊은 곳에 어렴풋이 응어리져 있는, 아직 윤곽선이 정해지지 않은, 성운 상태에 있는 사고나 감정을, 그대로 가공하지 않은 채 표출할 수 있는, 그런 목소리다.
‘자신의 보이스’를 손에 넣으면, 우리는 언어를 다룰 때에 ‘자재(自在)를 얻는’ 일이 가능하다. ‘자재를 얻는’다는 것은 결코 ‘청산유수’처럼 말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완전히 정 반대다. ‘자신의 보이스’는 윤곽이 흐릿한 아이디어를 읊는 목소리이기 때문에, ‘자신의 보이스’를 얻은 사람은 작은 목소리로 말할 수 있다. 머뭇머뭇거릴 수 있다. 우물우물거릴 수 있다. 전언 철회(前言撤回)할 수 있다.
그런 말이 타인에게 전달될 수 있을까 불안한 사람도 있을 거라고 본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잘만 전해진다. 그러한 말은 머리로 들어간다기보다는 신체에 들이꽂히기 때문이다. 단편적인 채로, 일의적이지 않은 채로, 들은 사람의 신체 어딘가에 남는다. 그리고, 긴 시간을 들여 소화 흡수시키면, 그 사람 신체의 일부가 된다. 결국, 어느날 어떤 계기로 하여, 문득 그 사람의 입술을 충동질하여, ‘자신이 말하고 싶었던 것’으로서 재생시키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많은 수는 그렇게 시간을 들여, 복잡한 프로세스를 거쳐 ‘자신의 보이스’를 손에 넣는다.
‘자신의 보이스’에 따라 말한 말이 그 자리에서 곧장 공감이나 이해를 얻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긴 시간에 걸쳐 세상에 퍼지고, 많은 사람들의 내면에 스며든다 (그럴 가능성이 있다).
필자는 그러한 목소리를 수강생 한 명 한 명이 손에 넣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그것이 연구 수업을 주재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자신의 보이스’를 갖는 것을 오늘날 일본 사회는 거의 권장하지 않는다. 자신의 오리지널한 말씨를 획득하는 일의 중요함에 대해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가정, 학교, 직장 모두 ‘자신의 보이스’로 말하기를 누구도 지원해주지 않는다. 도리어 항상 ‘커다란 목소리로, 분명하게, 이해하기 쉽게’ 말하기를 요청한다.
허나, 그러한 말하기 방식으로는 자기 안에 있는 ‘아직 말로 하지 않은 말’을 표출할 수가 없다.
‘큰 목소리로, 확실히,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틀에 박힌 상투구뿐이다. 그리고 그런 뻔한 말조차 반복해 말할수록 신체화되는 것이다. 적당한 정형구임에도 ‘자신이 정말로 말하고 싶은 것’이라고 굳게 믿어버리고 만다.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널렸다.
그래서 필자는 연구 수업에서만이라도 ‘큰 목소리로, 분명히, 간단히’ 말하는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올해 이런 얘기를 한 것이다. (2022년 4월 7일)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저서 <원숭이처럼 변해가는 세상>, <길거리에서 논하는 한일관계론>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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